[김형태기자] 이젠 '강제 리빌딩' 모드에 접어들게 됐다.
누구나 남을 것이라고 예상한 박석민(30)이 FA 시장으로 뛰쳐나가면서 삼성 라이온즈는 좋든 싫든 '새판짜기'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주장 박석민과 지난 28일 우선협상마감시한까지 4차례 대화를 나눴지만 접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결국 박석민은 시장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나갔고, 타 구단 이적이 유력한 상황이다.
삼성으로선 이만저만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 등 마운드의 핵심 3인방이 원정도박 의혹에 휘말려 한국시리즈 무대에도 나서지 못했다. 이들은 최악의 경우 다음 시즌 전력 구상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있어 삼성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상황이다. 여기에 든든한 3루수이자 타선의 오른손 파워히터인 박석민 마저 빠져나가는 의외의 상황이 전개됐다.
◆이젠 '강제 리빌딩' 모드
KBO리그 10년 통산 타율 2할9푼7리 163홈런 638타점 OPS 0.918을 기록한 박석민은 대체불가로 여겨질 만큼 삼성의 핵심 자원이다. 그러나 이별이 불가피해진 상황에서 넋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현재로선 올 시즌 신인왕을 차지한 유틸리티 플레이어 구자욱이 3루의 새 주인이 될 공산이 크다. 원래 3루수 출신인 구자욱은 올 시즌 1루수와 외야수를 오가며 종횡무진 활약했지만 확실한 자신의 자리를 찾을 경우 공수에서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만 약점으로 지적된 송구불안을 다음 시즌 개막 전까지 얼마만큼 향상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교한 타격과 탁월한 선구안은 여전한 만큼 내년에도 타선의 활력소 역할이 기대된다.
마운드에서는 '젊은피'의 적극적인 활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최근 2년간 삼성에 지명된 이케빈, 장필준, 최충연 등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들은 내년 1월부터 시작하는 해외 전지훈련과 3월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활용폭과 보직이 결정될 전망이다. 외부 FA 충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핵심 3인방이 빠져나갈 경우 아무래도 마운드의 높이는 크게 낮아지기 마련이다.
정규시즌 5연패,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 4연패에 빛나는 삼성으로선 결국 다시 한 번 점진적인 리빌딩으로 내부 전력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원년인 다음 시즌 또 한 번 리그를 무섭게 휘몰아치며 화끈하게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면 좋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멀리 보고 내실을 다져야 할 때가 부득이하게 찾아온 것이다.
◆선수단 '새판짜기' 불가피
다만 팀의 상징인 베테랑 이승엽과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삼성은 이승엽에게 2년간 36억원의 후한 대우를 보장해주면서 또 한 번 중용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현실적으로도 박석민이 빠진 삼성 타선에서 이승엽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올해 맡은 6번 타순에서 상향 배치돼 3∼5번의 한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른손 파워히터로 거듭난 나바로 재계약이 이루어질 경우 '나바로-최형우-이승엽'의 중심타선이 새롭게 선보일 전망이다. 하위타선은 아무래도 파괴력이 예전만 못하겠지만 클린업트리오의 위력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을 통합 5연패에 실패하면서 "이제는 팀을 정비해야 할 때가 됐다"는 조언이 삼성을 향해 많이 쏟아졌다. 특히 팀의 주축 선수 상당수가 30대 중반을 향하거나 넘긴 노장이라는 점에서 선수단 재건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박한이(36), 이승엽(39), 최형우(32), 채태인(33) 등이 그간 삼성 라인업을 떠받친 베테랑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석민까지 이별을 앞두고 있다. 이제 삼성에게 리빌딩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의무사항이 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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