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저희도 조금 고민이 되네요."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김현수(27)의 장고가 이어지자 원소속팀 두산 베어스도 내심 답답해 하는 분위기다. 미국으로 떠나든 한국에 남든 그의 거취가 빨리 결정이 나야 후속 전력 보강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
두산의 한 관계자는 11일 '조이뉴스24'와 전화통화에서 "현수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 같다. 미국 진출과 한국 잔류 사이에서 여러가지를 고려하느라 결정이 늦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재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구단들로부터 계약 제시를 받은 상태이지만 좀처럼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두산이 파악하는 정황이다. 선뜻 계약서에 사인할 만큼의 만족스러운 계약 조건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실론이다. '거품론'까지 거론될 만큼 천문학적인 금액의 '돈잔치'가 벌어진 국내 FA 시장이다. 김현수가 국내 잔류를 선언한다면 당장 역대 최고 몸값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FA 3루수 박석민이 이번 겨울 NC 다이노스에 입단하면서 확보한 4년 96억원 경신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두산은 이미 "김현수가 국내에 잔류할 경우 역대 최고 대우로 예우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김현수는 오래 전부터 메이저리그에 대한 꿈을 키워 왔다. 최고의 무대에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자웅을 겨루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프로 선수로 성장해왔다. 그러나 현실과 꿈이 상충된다면 자연스럽게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게 마련이다. 어떤 구단에서 어느 정도의 조건을 제시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 잔류시 받을 수 있는 돈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는 소식만 전해졌을 뿐이다.
김현수의 결정이 늦어질수록 두산도 일처리가 지연돼 고민이 크다. 김현수가 떠날 경우, 잔류할 경우에 따른 각각의 안을 두고 실행플랜을 준비했지만 당연히 그의 국내 잔류를 염원해 왔고, 지금도 바라고 있다. 만약 김현수가 꿈을 쫓아 미국으로 떠난다면 그에 따른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김현수의 결정이 예상 외로 늦어지면서 두산도 숨죽이며 향후 행보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새 외국선수 영입 작업, 별개로 진행"
김현수는 지난 8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앞으로 열흘 이내에 거취에 대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나는 한 번도 빅리그로 가겠다거나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입 밖으로 낸 적이 없다. 미국 진출에 관한 기사는 많이 나갔다. 그러나 모두 내 입에서 나온 말로 쓰여진 것이 아니다"고도 덧붙여 묘한 여운을 남겼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에 잔류하겠다는 뜻으로도 강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었다.
두산 측은 "마냥 현수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와는 별개로 외국인 선수 영입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 확보된 명단을 가지고 심층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며 "미국 구단에서 FA로 풀린 선수들도 있지만 현지 구단과 계약이 남아 있는 선수들도 두루 포함돼 있다"고 했다. 어떤 선수가 합류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서 최고의 활약을 펼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와는 얘기가 잘 진행되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에이전시인 스캇 보라스 코퍼레이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세부조건을 놓고 조율 중이다. 니퍼트의 국내 잔류 의지가 강한 만큼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지는 않다"고 전했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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