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화기자] 올해 한국영화는 새로운 기록의 연속이었다. 한달 새 천만 관객 영화 두편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한해 동안 4편의 천만영화를 양산했다. 그러나 중박이 사라진 영화계는 극과 극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았다. 허리가 부실하다는 평가 속에 천만영화의 화려함 뒤에는 관객의 무관심 속에 쓸쓸히 막을 내린 많은 영화들이 존재했다.
극장 관객의 양적 팽창, 4편의 천만영화
올해 극장가에는 4편의 천만영화가 탄생했다. 이월작인 '국제시장'이 지난 1월 일찌감치 올해 첫 천만영화 타이틀을 거머쥔데 이어 5월에는 '어벤져스2'가 다시 천만전당에 입성했다. 극장가 성수기인 7,8월에는 '암살'과 '베테랑'이 나란히 개봉해 연달아 천만관객을 동원했다.
'암살'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이하 어벤져스2) 이후 불과 약 3개월 만에 천만 돌파 소식을 전했다. 그보다 약 4개월 앞서서는 1월 '국제시장'의 천만 흥행이 화제였다. 약 한 달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4년 12월 천만 관객을 모은 외화 '인터스텔라'의 기록이 있다.
천만 돌파작 탄생 주기도 빨라졌지만 천만 동원까지의 속도도 쾌속이다. '암살'은 개봉 단 24일, 채 한달도 되기 전에 천만 관객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최근 천만 돌파작은 개봉 첫주 300만에 육박하는 관객을 동원하며 일찌감치 흥행 예고를 하고 나선다. 국내 스크린 수와 관객 수 증가가 맞물리며 천만 돌파는 과거 몇달에 걸쳐 누적되던 것과 달리 기록 돌파 속도와 이후 천만 돌파 주기까지 모두 당기는 현상을 낳고 있다.
지난 2003년 12월 개봉한 한국 영화 최초의 천만 흥행작 '실미도'는 2004년 초 1천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같은 해 '태극기 휘날리며' 역시 천만 영화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왕의 남자'의 천만 기록은 그보다 약 2년 후인 2006년 초에 쓰였다. '괴물'이 2006년 여름 개봉해 그 해 누적 관객수 천만 돌파의 기록을 썼다. 3년 뒤인 2009년 여름엔 '해운대'가, 1년 뒤인 2010년 가을엔 '아바타'가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2012년 8월 천만 소식을 전한 '도둑들'을 기점으로 '천만 주기'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2개월 뒤인 10월 '광해:왕이 된 남자'가, 그로부터 4개월 뒤인 2013년 2월 '7번방의 선물'이 천만 돌파의 기록을 썼다. 같은 해 12월 개봉작인 '변호인'은 이듬해 2014년 1월 천만 관객을 모았다.
극장가 파이가 커지면서 천만관객 돌파 주기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스크린 독과점과 물량공세, 관객 쏠림 현상 등 여러 부작용 및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 볼만한 콘텐츠에 관객 몰렸다
4편의 천만영화를 양산했으나 상반기 한국영화는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1월1일부터 6월30일까지 흥행 순위 톱10 리스트에 한국영화는 단 3편(지난 2014년 개봉작인 '국제시장', 설 연휴 흥행을 이룬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청춘 코미디 '스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에 불과했다. 200만을 넘긴 영화가 단 세편에 불과할 정도로 빈약한 성적표를 가져갔으나 하반기를 맞아 본격적인 흥행몰이에 나섰다.
하반기 개봉한 '연평해전'의 흥행을 시작으로 여름 성수기 시즌 '암살'과 '베테랑'이 흥행 대박을 터뜨렸고 이어진 가을에는 '사도'와 '검은 사제들'이 흥행 바통을 가져갔다. 비수기인 10월과 11월 '검은 사제들'과 '내부자들'이 흥행 성공을 거두며 영화계는 보릿고개 없이 풍성한 수확을 거뒀다.
반면 올 한해 흥행 참패를 맛 본 영화들도 줄을 이었다. '흥행불패' 기록을 써 내려가던 하정우가 직접 연출하 '허삼관'은 100만명에도 못 미치는 관객수를 기록했으며 역시 천만흥행에 빛나는 류승룡 주연의 '손님'도 100만명도 채 못 모으며 흥행에 참패했다.
70여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서부전선'은 성수기 시즌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60여만명을 모으는데 그쳤으며 '장수상회', '간신' 등의 작품들도 줄줄이 흥행 고배를 마셨다.
반면 외화는 심심치 않은 흥행 성적을 거뒀다. 예고됐던 '어벤져스2'의 천만 흥행은 차치하더라도, '대박' 흥행작의 탄생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2월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4월엔 '분노의 질주:더 세븐'이 흥행에 성공했다. '매드맥스:분노의 도로' 역시 5월 극장가에서 장기 흥행을 누렸다. 외화의 인기몰이가 쉼 없이 이어진 하반기였다.
대박과 쪽박 사이, 중박이 사라진 한국영화는 양적, 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장르와 기획, 개성있는 작품에 대한 갈증이 더 심화되고 있다. 오는 2016년에는 보다 풍요로운 영화의 향연이 펼쳐지질 기대한다.
조이뉴스24 정명화기자 som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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