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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띠 대담]LG 최경철·유강남의 '따뜻한 경쟁' 이야기


1982년·1992년생 원숭이띠, FA 정상호와 경쟁 예고…"2016년은 나의 해"

[정명의기자] LG 트윈스의 안방에는 두 명의 원숭이띠 선수가 있다. 최경철(36)과 유강남(24)이 그 주인공. 띠동갑인 두 선수에게 올 시즌은 각자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최경철은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내야 하고, 유강남은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16년 원숭이의 해를 맞아 두 원숭이띠 선수를 잠실구장에서 함께 만났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개인훈련 중인 최경철과 유강남은 서로를 응원하며 새해 각오를 다졌다. '따뜻한 경쟁자' 최경철과 유강남의 얘기를 들어보자.

◆최경철의 덕담 "강남아, LG의 미래가 되거라"

서로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처음엔 어색해 하던 두 사람. 선배 최경철이 후배 유강남에게 "새해에는 (유)강남이가 목표한만큼 잘됐으면 좋겠다. 조금씩 LG의 미래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유강남도 "작년에는 선배님 하는거 보면서 정말 많이 배웠고, 도움도 많이 됐다"며 "올해도 많이 배우고 싶고, 조언도 듣고 싶다. 포수들이 다 같이 잘해서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12살 차이의 선후배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먼저 최경철은 "항상 파이팅이 넘치고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유강남이 착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그건 잘 모르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유강남은 애교섞인 말투로 "저 착하지 않습니까"라며 되물었지만 최경철은 "글러브 닦으라고 시켰더니 인상쓰지 않았냐"며 "후배한테 혼나는 줄 알았다"고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그렇게 옥신각신 몇마디를 더 주고받았다.

이어 유강남은 "선배님은 항상 열심히 하신다. 한여름에도 먼저 그라운드에 나가셔서 혼자 연습하시고"라며 "부족한 점이 있으면 찾아서 보충하시는 점 등은 본받아야 될 부분"이라고 선배의 성실함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서로에게 부러운 점…"강남아 강남 살아?"

서로에게 부러운 점은 없을까. 최경철은 "이름이다. 이름이 상당히 부러웠다"며 "퓨처스리그에서 상대팀으로 만날 땐 항상 타석에 서는 강남이에게 '강남 살아?'라고 물어봤다. 강남이는 그 때마다 '강북 사는데요'라고 대답하더라"고 농담반 진담반의 대답을 했다.

이어 최경철은 "이른 나이에 군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좋은 기회들이 많이 찾아온 점도 부럽다"며 "나같은 경우에는 입단 초기에 쟁쟁한 선배들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박경완 선배님"이라고 덧붙였다.

유강남은 "선배님의 송구 능력이 부럽다. 순간적인 스피드가 상당히 빠르시다"며 최경철의 강한 어깨를 꼽았다. 이어 옆에서 얼굴이 부러운 것 아니냐는 최경철의 말에는 "얼굴은 내 얼굴이 낫다. 부모님이 물려주신 얼굴이다"라고 단호한 모습이었다.

◆유강남의 진심 "선배님, 그 땐 말이죠"

최경철에게 유강남을 향한 조언을 부탁했다. 한 포지션을 두고 경쟁하는 사이지만, 프로 입단 13년차를 맞는 최경철이 띠동갑 후배 유강남에게 하는 조언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최경철은 "강남이는 앞으로 경기에 나갈 일이 더 많다. 야구를 할 날도 더 많다"며 "매 상황에서 순간순간 실망하는 것이 좀 보인다. 자책하지 말고, 좀 더 길게 멀리 보고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럼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반대로 후배 유강남도 선배 최경철에게 평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있었을 터. 잠시 망설이던 유강남은 진지한 얼굴로 지난 시즌 자신이 주전 자리를 차지했던 때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유강남은 "선배님이 시즌 중간에 팔꿈치 통증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셨다"며 "그 때 내가 주로 경기에 나가고 있었는데, 선배님 마음이 좋지 않을거라는 생각에 내 마음도 편하지가 않았다. 이 말을 그 땐 못했는데,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포지션 경쟁자로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가 경기에 나가면 다른 누군가는 벤치를 지킬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강남은 갑작스런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잃은 선배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었다. 아직 유강남은 마음이 여리다.

◆최경철 "후배들 편하게"…유강남 "선배님같은 분 없어"

12살의 나이차. 결코 작지 않다. 강산이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다. 하지만 최경철과 유강남은 크게 불편한 내색없이 서로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최경철은 후배들을 편하게 해주는 선배고, 유강남도 예의바른 싹싹한 성격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유강남은 "띠동갑이니까 얼마나 대하기 어렵겠나. 그리고 나는 원래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말도 잘 못걸었다"며 "그런데 같이 지내보니까 선배님이 잘해주시고, 어렵게 대하지도 않으신다. 선배님같은 분이 또 없다"고 최경철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최경철은 "후배들에게 편하게 해주려고 하는 편이다. (김)재성이 같은 경우는 얼마나 어렵겠나"라며 "잘못한 것을 지적할 때도 장난식으로 기분 나쁘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고 후배들에 대한 배려심을 보였다. LG의 포수조 막내 김재성은 1996년생으로 최경철과는 16살 차이다.

◆선배님 궁금한게 있어요!…비시즌 운동법, 스트레스 해소법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한 유강남은 프로에서 오랫동안 버텨온 최경철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선배의 노하우를 받아들여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유강남은 최경철에게 비시즌 운동법에 대해 먼저 물었다.

최경철은 "계속 같이 있는데 그런게 궁금하냐"면서도 "나는 비시즌 동안 잘 놀아보지를 않았다. 체력이 워낙 부족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시즌에 들어가면 웨이트를 많이 할 수 없기 때문에 비시즌에 몸을 다져놔야 한다"고 대답했다.

이어 유강남은 "작년에 포수로서 정말 힘들었는데, 얘기할 사람도 마땅히 없었다"며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시는 지 궁금하다. 포수만 아는 그런 것 말이다"라고 스트레스 해소법을 물었다.

최경철은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그걸 풀려고만 생각하는 것보다, 포수의 숙명으로 알고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다"며 "포수들 중에는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도 많다. 박경완 선배님도 그렇다. 잘 잊는 것도 중요하다"고 후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FA 정상호의 영입…최경철 "더 심한 경쟁도 있었다"

LG는 지난해 FA시장에서 포수 정상호를 4년 32억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거액을 투자한만큼 정상호에게는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최경철과 유강남의 입지는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유강남보다도 최경철의 입장이 애매해졌다. 젊은 유강남은 구단 입장에서 미래를 위해 성장시켜야 할 선수다. 반대로 최경철은 적지 않은 나이가 경쟁에서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최경철은 "과거를 떠올려보면 내 인생은 항상 경쟁 안에 있었다"며 "경쟁이 지금보다 더 심한 적도 있었다. 입단했을 땐 박경완 선배가 계셨고, (정)상호랑은 SK 때부터 경쟁했다. 그래도 그 안에서 살아남아 지금까지 왔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유강남도 "최경철 선배님도, 정상호 선배님도 배울 점이 많은 분들"이라며 "아직은 내 실력이 많이 달린다. 선배님들 따라가려면 많이 배워야 한다. 난 아직 배울 것이 태산인 선수다. 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시즌을 맞을 것"이라고 정상호의 가세를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2016년, 최경철·유강남의 해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원숭이의 해를 맞은 두 선수의 각오를 들어봤다. 최경철은 "원숭이의 해를 맞아 지난해 안 좋았던 것을 모두 털어버렸으면 좋겠다"며 "안 좋은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이 있다고 하니까, 올 한 해 뭔가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유강남은 "원숭이의 해라고 하니까 뭔가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해서 작년보다 더 좋은 한 해를 맞고 싶다"며 "정상호 선배님도 오셨으니 LG 트윈스가 최강의 포수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다졌다.

경쟁자의 위치에 있는 두 사람이지만 12살 차이가 나는 선후배 사이이기도 하다. 선배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가 성장할 수 있도록 관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후배는 그런 선배의 그늘 아래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다. FA 정상호가 가세했지만, LG의 안방이 든든한 것은 최경철과 유강남이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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