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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형 '노망주'로 변신 이동국, 그의 끝없는 축구 인생


전훈지 치료실 귀신, 선수들 심리 파악하며 리더십 발휘 중

[이성필기자] '라이언킹' 이동국(37, 전북 현대)은 더는 설명이 필요 없는 최고의 공격수다. 해를 거듭하면서 K리그 최다골과 공격포인트 새 역사를 쓰고 있는 그의 선수 여정이 언제 끝날 지 모를 정도로 노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경기력과 정신력을 보여주고 있다. '노망주'(노장+유망주)라는 새로운 수식어로 존재감을 과시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동국은 전북 선수단의 꼭지점에 있다. 올해 주장 완장을 골키퍼 권순태에게 맡겼지만, 훈련마다 분위기를 주도하고 연습경기에서도 여전히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후배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전지훈련 숙소의 치료실에서 취침 시간을 제외하면 거의 살다시피 하며 후배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있다.

그라운드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이동국은 지난해 12월 대한축구협회 주관의 C라이선스 지도자 교육을 받으며 또 다른 축구 인생에 올라탔다. 교육과정 수석을 차지하며 B라이선스 조기 교육 신청까지 가능해졌다. 지도자를 할 지, 다른 길을 갈 지 아직 모르겠다는 이동국의 행진은 어디까지일까. 지난 22일 전북의 전지훈련지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리츠 칼튼 호텔에서 만난 이동국은 편안하게 자신의 축구 인생을 이야기했다.

"연습경기라도 지는 것에 익숙하면 안된다"

전북은 이번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1승 1무 4패를 기록 중이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 등 유럽의 강팀들을 만나 패한 경기가 많다. 연습경기가 시즌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과에 집착할 필요가 없지만, 이동국은 달랐다.

그는 "선수들이 계속 지면 패배의식에 젖어들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해야 한다. 이전 훈련과 달리 올해는 체력 훈련과 연습경기를 병행하면서 조금 달라지고 있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지만 이기는 맛도 알아야 한다"라며 냉정하게 승부에서는 밀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은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당연히 시행착오도 있게 마련이고 서로 맞춰야 한다.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까 충분히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대회도 많이 나가는데 A, B팀으로 구분됐다고 실망을 할 필요도 없다"라며 긍정적인 자세를 펼쳤다.

훈련에서는 최강희 감독이 선수단을 어떤 의도로 끌고 가는지 알아야 한다며 영리한 선수들로 거듭나라고 주문했다. 그는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는지 신속히 알아내서 움직여야 한다. 아직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는데 다 각자의 팀에서 해왔던 선수들이니 그럴 수 있지만 빨리 자신을 바꿔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동국은 전북의 상징과고 같은 존재라 주전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그 역시 "김효기, 이종호도 있고 다양한 조합으로 공격진을 꾸릴 수 있다. 거기에 맞춰야 하고 경쟁해서 이겨내야 한다"라며 자신도 예외없이 경쟁을 통한 주전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전북은 정규리그,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동반 우승을 노리고 있다. 두 가지 목표를 잘 해내려면 꾸준함과 좋은 몸 관리가 필수다. 이동국은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하고 운도 따라야 한다. 축구를 19년 해왔지만 특별한 것은 없다. 흐름을 잘 유지하고 해왔던 것들을 문제없이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지론을 전했다.

"정말 운동장에서 힘들어서 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2011년 이동국은 챔피언스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했지만, 전북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홈에서 알 사드(카타르)에 우승컵을 내줘 이동국의 득점왕도 빛이 바랬다. 은퇴 전까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는 것은 이동국의 숙제다.

그는 "예전에는 8강에서 중동팀이랑 만났다. 그게 더 쉬웠는데 이제는 제도가 바뀌니 쉽지 않다. 아마 올해도 8강이 고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8강만 넘는다면 우승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전망했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희생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이동국 역시 "나도 체력 관리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말 운동장에서 힘들어서 뛰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내려놓아야 한다. 감독님께 손해를 끼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내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다"라며 팀 전체를 바라보는 안목을 드러냈다.

물론 걱정도 있다. 그는 "기존에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전북이라는 자부심, 한 골을 내줘도 역전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우리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생각을 갖지 않은 선수들이 일부 있다. 지금 그런 것을 스스로 바꿔야 한다. 자신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다른 선수들이 가고 싶어하는 전북에 왔으니 행복하지 않은가. 때로는 자존심도 상해봐야 하고 동료들이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믿음을 가져야 한다"라며 새로 전북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승리 DNA를 빨리 습득하기를 기대했다.

스스로도 승리를 위해 도전하는 자세를 보여주겠다는 이동국은 "경기에 자주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더 지켜본다. 밥도 사주고 차 한 잔도 사주면서 '너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식의 말로 다독인다. 선수단이 화려해서 1, 2진으로 구성되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하는데 그들에게 용기를 주며 끌어가려고 한다"라고 얘기했다.

전지훈련지에서 독방을 쓰고 있는 이동국은 나이를 잊고 후배들에게 다가서려 애쓰고 있다. 자세만 보면 거의 감독에 가깝다. 어린 선수들의 심리 파악을 하고 조언 등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나이에 비해 동안이니 후배들에게 충분히 통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러니까 애들이 나를 데리고 다니는 것 아니냐"라며 웃은 뒤 "전북 소속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하는데 내가 먼저 선수들의 관심사 등을 살피면서 다가서고 있다"라고 전했다.

"지도자가 된다면 마지막 감독의 지도력을 닮게 된다더라"

이동국은 잘 알려진 대로 5남매의 아버지다. TV 육아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아들 대박이가 팬들의 관심을 얻으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아버지 역할을 수행하다보니 적잖은 나이가 드러나게 되지만 팀에서는 모든 것을 잊는다.

그는 "팀에 있으면 나이를 잊는다. 여기는 오직 실력만으로 승부하는 곳 아닌가. 어린 선수들과 경쟁을 하면서 내 나이를 신경 쓰지 않는다. 그라운드는 실력만 존재하는 곳이지 않은가"라며 젊게 사는 비결을 소개했다.

최강희 감독의 경험과 지도법도 살피며 몸과 마음에 이식하고 있다. 2009년 자신의 부활을 이끌며 재활공장장이라는 명성을 얻었던 최 감독은 이동국의 축구 인생에서 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됐다. '최 감독의 복심'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는 "감독님이 선수들을 다루는 법, 언변 등을 모두 보고 있다. 나보다 더 경험이 많지 않은가. 내가 얻은 것은 감독님보다 훨씬 부족하다. 보통 지도자가 된다면 마지막 모셨던 감독을 닮게 된다던데 많이 참고하고 있다"라며 이상적인 지도자상을 최 감독을 통해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축구 인생의 종착점은 아직 모른다. 그는 "뛸 수 있는 날까지는 뛰어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23세 이하(U-23) 의무 출전 규정이 있는데 35세 이상 규정도 만들었으면 한다"고 의미있는 농담을 던지며 여전히 승부의 세계에서 부대끼면서 실력 발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조이뉴스24 아부다비(UAE)=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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