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배구는 6명이 코트에 나선다. 센터가 후위로 갈 때 교체돼 들어오는 리베로까지 더하면 7명이다. 전위 높이 보강을 위해 투입되는 원포인트 블로커와 원포인트 서버까지 더하면 9명 정도가 자주 코트에 모습을 보인다.
여기에 들지 못하면 웜업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백업'이라는, 선수 입장에선 달갑지 않는 꼬리표가 붙는다.
한국전력 세터 강민웅이 그랬다. 그는 삼성화재에서 뛸 때 최태웅(현 현대캐피탈 감독)과 유광우의 휴식 시간을 보조하는 백업 세터 역할에 머물렀다. 트레이드는 그에게 찾아온 주전 도약 기회였다.
강민웅은 2013-14시즌 도중 대한항공 유니폼으로 갈아 입었다. 대한항공에서 그는 주전 세터 한선수의 군입대로 생긴 빈자리를 메웠다. 주전이 된 강민웅은 오랜만에 배구할 맛이 났다.
그런데 좋은 시절은 오래가지 못했다. 한선수가 군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강민웅은 신인 황승빈에게도 백업 자리를 내줬다. 팀내 세 번째 세터가 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강민웅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강민웅은 삼성화재에서 함께 대한항공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던 센터 전진용과 다시 한국전력으로 이적했다.
강민웅이 오면서 한국전력 주전 세터였던 권준형이 백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두 선수의 희비가 교차했다. 강민웅은 "(권)준형이의 마음을 정말 이해한다"고 말했다.
권준형은 최근 한국전력이 치른 경기에서 부쩍 실수가 많았다. 특히 세트스코어 2-3으로 덜미를 잡힌 지난 23일 KB손해보험전에서는 교체 투입 직후 결정적인 2단 연결 범실을 해 팀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강민웅은 "전위가 아닌 후위로 교체 투입됐을 때가 정말 어렵다"며 "준형이도 큰 부담을 느꼈기 때문에 그런 실수가 나왔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는 "준형이가 너무 의기소침해진 것 같아 걱정"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자신감을 찾아야 한다"고 격려했다.
강민웅이 이렇게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는 "삼성화재와 대한항공 시절 나 또한 수도 없이 마주쳤던 상황"이라며 "준형이의 상황에 대해 이해한다. 한 번의 실수가 경기 전체 흐름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더 불안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강민웅도 그렇고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역시 권준형이 제 컨디션을 하루빨리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업 전력도 든든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열한 내부 경쟁은 그래서 더 필요하다. 강민웅은 "주전 기회를 놓치고 싶진 않지만 준형이와 함께 시너지효과도 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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