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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100억 소녀'? 열일 했다는 성적표 같아요"(인터뷰)


'응팔'로 대세…덕선만큼, 혜리도 성장했다

[이미영기자] "100억 소녀 타이틀요? 돈보다, 열심히 했다는 성적표 같아요."

혜리는 최근 종영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로 '대세 소녀'가 됐다. 열일곱 어린 나이에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로 데뷔한 혜리에겐 두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진짜사나이'가 그랬고 '응답하라 1988'이 그랬다. 예쁜 줄만 알았던 소녀는 밝고 털털하고 눈물도 많고, 결정적으로 '애교'까지 갖춘 매력덩어리였다. '응팔' 제작진은 아예 혜리를 염두에 두고 '덕선'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운이 좋았다"고 하지만, 행운을 기회로 만든 건 혜리가 품고 있었던 매력에 노력이 덧대여졌기 때문. 덕선의 긍정적 마인드와 쾌활함, 사랑스러움은 혜리 그 자체였고, "집에서는 첫째 성보라 같다. 맏딸로서의 책임감이 있다"며 똑순이 같은 면모도 보였다. 혜리가 예쁜 소녀들로 북적이는 연예계에서 '대세 소녀'가 된 건 단순히 '운' 때문만은 아닐 터.

혜리는 드라마 방영 전 일었던 '캐스팅 논란'과 같은 불편한 질문에도 에둘러 피해가지 않았다. 혜리는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많이 걱정했었다"고 당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전 그렇게 걱정을 안 했어요. 저까지 걱정을 하면 걱정이 넘쳐흐를 것 같아서, 그보다 덕선이를 열심히 하자는 마음이 컸죠. 저보다도 더 저를 믿어주는 분들이 많았죠. 굉장한 제작진들이 저를 믿어줬기 때문에 '내가 뭐가 있나보다. 잘할 수 있다'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연기했어요. 편안하게 생각하려고 했죠. 이 작품에서 내가 튀면 어떻게 할까, 그게 가장 큰 걱정이었어요. 폐를 끼치면 안된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생각처럼 큰 압박을 받거나 상처를 받진 않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연기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것 같아요. 제가 안고 가야할 문제였고, 넘어야 할 큰 산이었죠."

드라마 시작과 동시에 혜리는 우려는 떨쳐냈다. 밥상머리에서 둘째딸의 서러움을 토로하며 눈물 쏟는 모습에, 88올림픽 개막식 피켓걸 인터뷰에서 꾹꾹 울음을 삼키던 덕선에 시청자들은 마음을 줬다. 그 서러움을 함께 느꼈고, 울음을 함께 삼켰다.

"집에선 큰 딸이고, 여동생이 있어요. 그래서 집에선 성보라 같은 역할이에요. 동생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생각하며 반성했죠(웃음). 사실 그 신은 덕선에게도 중요했지만 혜리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어요. 지금도 줄줄 대사를 외울 만큼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고, 걱정한 신이었죠. 그 신이 1회에 방영됐지만, 제작진이 현장에서 적응할 수 있게 5부까지의 일상신을 찍고 그 다음에 촬영하게 배려해줬죠. 제대로 울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케이크에 초를 붙이는 장면에서부터 눈물이 났어요. 대사가 워낙 슬프기도 했지만, 워낙 속상했을 법한 상황이었잖아요. 그 때 저는 진짜 덕선이었어요. 다 찍고 나서 큰 것 하나 털었다고 생각했죠(웃음)."

그 뒤에도 혜리는 덕선 때문에 참 많이 울었단다. 혜리는 "연기할 때 실제로 울면 안된다고 한다. 전달할 대사나 감정이 어려워지고, 몰입이 힘들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저는 얼굴이 빨개지고 눈물이 난다. 20회 찍는 내내 스무번도 더 넘게 울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내 감정 연기에 사람들이 공감해줄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그런 걱정을 할 때마다 감독님께서 '전도연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그것만 믿었다"라며 웃었다.

혜리는 드라마의 인기를 이끈 일등공신. 우리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덕선을 만들어냈다. '성사장~ 반갑구먼 반가워' 동네 아저씨 김성균과 '코믹 콤비'로 웃음을 안기고, 류준열-박보검 등 삼각 로맨스의 중심에 서며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다. 아버지의 퇴임식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둘째딸 덕선은 또 얼마나 가슴을 아리게 만들었는지. 혜리는 드라마 방영 내내 덕선에게 빙의됐다.

"이 친구가 사랑만 하는 친구가 아니고, 친구들 간의 관계, 가족들 간의 관계에서 볼 때 입체적인 친구예요.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죠. 제일 듣기가 좋았던 말은 '혜리가 아닌 덕선은 상상이 안 돼. 혜리가 가장 잘 어울려' '덕선이랑 있으면 누구든 케미 폭발'이요. 속상하다는 말은 '금사빠'라는 말이요. 개인적으로 덕선이 '금사빠'라는 이야기가 연기 못한다는 말보다 속상했어요. 덕선이가 그렇게 보여졌다는 것이, 혜리로서 덕선에게 미안했어요."

많은 사람들이 혜리의 연기에 박수를 쳐주고 있다. 그녀가 연기한 덕선 덕분에 지난 날을 소환했고, 위로도 받았고, 많이 웃었다. 혜리 스스로도 "잘 해냈다"고 환하게 웃으며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좋은 작품,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역시 혼자 하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덕선만큼, 혜리도 성장했다.

혜리는 이젠 '100억 소녀'로 불린다. CF를 줄줄이 꿰차며 6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100억 소녀'는 대세가 된 혜리의 현 가치, 그리고 잠재적 가능성으로 인해 생겨난 타이틀이다.

"사실 정확한 금액이나 수치는 몰라요. 저한테 쓰는 돈도 없어요. 쇼핑도 안 좋아하고, 차도 없어요. 저한테 쓰는 돈은 아까운데 가족들한텐 아깝지 않아요. 제 원동력은 가족이에요. 100억 소녀요? 누가 버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많이 찾아준다는 거고 많이 보고 싶어한다는 것에 대한 수치인 것 같아요.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올해 100억을 벌었으니 200억을 벌겠어'가 아니라 '이만큼 열심히 했고 성과를 냈구나. 내년에도 열심히 살아야지' 성적표 같은 느낌이에요."

혜리의 차기작에 관심이 많다.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혜리를 품은 걸스데이의 컴백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금 당장은 휴식이 좀 필요해요. 아무리 좋은 작품을 한다고 해도, 조금 더 준비를 하고 기대하는 만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인기에 너무 목 매달지 않고, 지난해처럼 올해도 똑같이, 열심히 하겠습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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