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V리그 경기가 끝나면 보통 승리팀 선수들은 코트에 남아 몸을 푼다. 정리운동을 한 뒤 락커룸으로 간다.
그런데 지난 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IBK기업은행의 경기가 끝난 뒤 조금은 색다른 장면이 눈에 띄었다. 두팀의 맞대결에서는 IBK기업은행이 3-1로 현대건설에게 이겼다.
승리를 거둔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코트 뒤서브를 넣는 곳에 자리를 잡고 스트레칭을 했다. 패한 현대건설 선수들은 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선수들은 웜업존 근처에 동그랗게 모였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그런 선수들에게 일일이 말을 걸고 어깨를 두드려줬다.
격려의 의미다. 양 감독은 "경기에서 졌지만 IBK기업은행전은 의미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선수들이 전반기 팀이 한창 좋았을때처럼 코트에서 뛰었다"며 "승패 결과를 떠나 공격, 서브, 수비, 리시브 등이 상대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대등한 경기를 치른 셈"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정규시즌 1위를 목표로 한다기 보다는 이제는 '봄배구'에 대한 준비를 해야한다"며 "선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높여주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올스타 휴식기 전까지는 1위를 독주했다. 그러다 4, 5라운드 들어 페이스가 뚝 떨어졌다.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주전 센터 양효진이 덜컥 다치는 악재를 만났다. 양효진은 팀 연습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다. 코트 복귀까지 약 2주가 걸릴 예정이다.
현대건설은 양효진이 없는 동안 어떻게 잘 버티느냐가 남은 정규시즌 최대 과제가 됐다. 양 감독은 "(양)효진이가 빠져있는 동안 다른 선수들의 역할이 더 커졌다"며 "그런 점에서 IBK기업은행전은 선수들이 잘 치른 경기였다. 이런 부분이 이어진다면 충분히 분위기를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은 경기 후 락커룸에서도 일찍 나오지 않았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이 정리운동과 선수단 미팅까지 마친 것과 거의 동시에 체육관을 나섰다. 양 감독의 표정은 크게 어둡지 않았다. 3연패로 처져 있고 승점 추가에 실패했지만 오히려 담담했다. 선수들 역시 비슷했다. 졌다고 고개를 숙이거나 의기소침한 모습은 아니었다.
한편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도 양 감독과 동변상련이다. 승장이 되며 12연승을 이어갔지만 고민이 많다. 주전 멤버인 김희진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김희진은 일러야 '봄배구'에서나 코트 복귀 가능하다. 양효진 보다 부상 정도가 좀 더 심하다.
이 감독은 "우리팀도 그렇지만 최근 들어 각팀에서 부상선수가 많이 나와 걱정"이라고 했다. 양 감독은 "효진이가 빨리 코트에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남은 선수들의 역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감독 역시 "(김)희진이가 나오지 못하는 동안 유희옥과 김유리 등 센터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승장이나 패장이나 팀과 선수를 걱정하는 마음은 같다.
/수원=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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