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적료를 쏟아붓는 리그는 어디일까. 유럽의 빅리그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일까.
아니다, 정답은 중국 슈퍼리그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은 지난 10일(한국시간) 겨울 이적시장 상황을 전하면서 '이름값이 있는 유럽 리그 선수들에게 중국의 머니파워가 접근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 슈퍼리그는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거액의 자금을 쏟아부어 유명 선수들을 대거 빨아들이고 있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돈 폭풍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구단이 경쟁적으로 유명 선수 영입에 나서고 있다. 현재까지의 이적료만 약 2억5천890만 유로(한화 약 3천468억원, 추정치)로 알려졌다.
자금 지출의 성격도 달라졌다. 2012년 광저우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뛰어들면서 선수 그러모으기에 나설 당시만 해도 특정 구단의 과다 지출이라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의 축구 굴기에 맞춰 중국 각 구단이 경쟁을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올해 챔피언스리그에서 전북 현대와 E조에서 만나는 장쑤 쑤닝은 프리미어리그 첼시에서 뛰었던 미드필더 하미레스, 미드필더 알렉스 테세이라 영입에만 총 이적료 1천46억원을 쏟아부었다. 테세이라 한 명만 667억원으로 아시아 클럽 최고 이적료다.
다른 구단들도 마찬가지. F조에서 FC서울이 상대하는 산둥 루넝은 브라질 대표팀 수비수 지우를 130억원의 이적료에 코린치안스에서 '모셔'왔다. G조의 수원 삼성은 상하이 SIPG의 씀씀이에 상대적으로 초라해진 느낌이다.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엘케손의 이적료로 225억원을 지불했다.
H조 포항 스틸러스는 광저우의 힘을 다시 확인했다. 광저우는 포항 1년 구단 운영비의 두 배가 넘는 557억원에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에서 공격수 잭슨 마르티네스를 영입하며 '황사머니'의 위력을 과시했다.
비단 챔피언스리그에 나선 팀만 돈을 쓰는 것도 아니다. 지난해 전북에 거액의 이적료를 뿌리고 에두를 영입한 1부리그 승격팀 허베이 화샤싱푸는 234억원의 이적료에 제르비뉴를 AS로마(이탈리아)에서 데려왔다. 옌볜 푸더가 K리그 출신 김승대와 윤빛가람을 영입한 것은 팀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어쨌든 거액을 지출했다는 것은 확실하다.
중국 슈퍼리그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중국의 자금 규모는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아마 K리그는 향후 2~3년 내 국내 리그에서 중국으로 진출했던 K리거들의 유턴에 대비해야 할 지도 모른다. 또, 과거 외국인 선수를 팔아서 재미를 봤지만, 이제는 중국의 한국으로 향하는 자금이 막힐 가능성도 있다"라고 진단했다.
즉 슈퍼리그 상, 하위권 구단을 막론하고 유럽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를 수급하는 상황이라면 앞으로 K리그에 돈을 지출하고 선수를 데려가는 구매행위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는 뜻이다. 오히려 몸값 인플레로 인해 국내로 돌아오는 선수를 영입하는데 난항이 예상되기도 한다.
중국 클럽들은 외국인 선수 4명+아시아쿼터 1명을 보유할 수 있다. 한국 선수의 경우 아시아쿼터로 중국 진출이 가능하지만, 마냥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호주, 이란 등 피지컬이 우수한 국가의 선수들로 시선이 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포지션도 중앙 수비수나 미드필더로 한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슈퍼리그 역시 국가대표 경력이 있는 한국 선수를 원한다. 그런데 시장이 커지면서 국가대표 경력도 소용이 없어지는 추세다. 현직 국가대표가 아니면 거르기도 한다. 중국 자금이 K리그에 들어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것은 착각이다"라고 전했다. K리그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자금 확보 루트를 넓히지 않으면 중국의 자금 공세에 애를 먹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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