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남자프로배구 대한항공을 이끄는 기장이 바뀌었다. 대한항공 구단은 지난 11일 김종민 감독이 물러나고 대신 장광균 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김종민 감독은 최근 팀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전달했고 구단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공식 발표다. 대한항공은 지난 5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이후 내리 5연패를 당했다.
OK저축은행과 함께 1위 자리를 다투던 때가 4라운드였는데 불과 한 라운드만에 대한항공은 '봄배구' 진출 여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하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2012-13시즌 데자뷔
대한항공은 앞선 2012-13시즌에도 시즌 도중 사령탑을 바꾼 적이 있다. 대한항공은 당시 8승 7패로 3라운드를 마감했다.
신영철 현 한국전력 감독이 당시 대한항공 사령탑을 맡고 있었다. 3라운드까지 좀처럼 앞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4위에 처져있자 구단은 충격요법을 썼다. 전격적으로 사령탑 교체 카드를 꺼낸 것이다.
신 감독의 중도 퇴진으로 자연스럽게 대행 자리는 서남원 수석코치(전 한국도로공사 감독)가 맡을 것으로 보였지만 서 코치도 신 감독과 함께 팀을 떠났다.
이런 이유로 당시 보조코치를 맡고 있던 김종민 감독이 대행 자리에 올랐다. 장광균 코치가 이번에 감독 대행을 맡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외국인코치가 두 명있다. 슈빠와 조르제 코치다. 코치 경력상 둘 중 한 명이 감독 대행을 맡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구단은 선수단과 의사소통 문제를 들어 두 외국인코치 대신 장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긴 이유를 밝혔다.
◆예견됐던 사령탑 교체?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봄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18승 18패를 기록하며 4위에 그쳤다. 프로원년이던 2005 겨울리그 이후 처음 포스트시즌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로 인해 오프시즌 동안 사령탑 교체 소문이 솔솔 흘러나왔다. 김 감독과 함께 코칭스태프로 일했던 권순찬 코치(현 KB손해보험 코치)가 팀을 떠났다.
그리고 슈빠와 조르제 코치가 팀에 왔다. 김 감독은 구단의 외국인코치 영입 사실을 미리 전해듣지 못했다. 구단도 김 감독의 재계약과 관련해 침묵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김 감독은 다시 자리를 지키며 이번 시즌을 이끌었다.
대한항공의 올 시즌 출발은 순조로워 보였다. 마이클 산체스(쿠바)와 3시즌 연속 재계약했다. 주전 세터 한선수도 군에서 전역해 팀으로 돌아왔다. 김학민, 신영수, 곽승석에 정지석까지 날개 공격수 자원도 넘쳤다.
시즌 개막 후 산체스가 부상을 당하는 악재가 찾아왔지만 러시아대표팀 주전 라이트로 뛴 모로즈를 데려와 산체스의 공백을 최소화했다. 강민웅과 전진용을 한국전력으로 보내고 최석기를 데려와 높이도 보강했다.
◆조급증 버리고 변화 선택해야
우승 도전을 위한 남은 퍼즐 한 조각이 맞춰진 듯했지만 현재 성적과 상황은 그렇지 않다. 대한항공의 부진 원인은 안에서부터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우승에 대한 구단의 기대가 오히려 선수단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적극적인 지원이 오히려 부담감이라는 걸림돌이 된 모양새다.
구단 사무국의 적극적인 지원과 개입이 꼭 나쁘다고만 할 수 없으며 플러스 요인이 된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반대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좋은 예가 V리그에도 있었다. 바로 현대캐피탈이다.
현대캐피탈은 2005-06, 2006-07시즌 2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최상의 전력을 꾸린 것도 이유였지만 구단이 안팎에서 적극적으로 팀을 살피고 지원을 해준 부분도 컸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정상의 자리에서 롱런하지 못했다. 이후 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지난 시즌에는 최악의 결과를 손에 넣었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봄배구'에 나가지 못했다. 부진의 이유가 아이러니하게도 구단의 적극적인 개입이 꼽혔다. 지나친 관심이 오래 지속되자 오히려 선수단 분위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교훈을 얻은 현대캐피탈은 올 시즌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사령탑을 최태웅 감독으로 교체한 데 이어 선수단에 대한 구단 개입 정도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올 시즌 현재 현대캐피탈이 12연승으로 상승세를 타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은 이런 부분은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팀이 어려운 처지에 지휘봉을 잡은 장광균 대행 앞에 놓인 과제는 분명하다. 대한항공의 1위 경쟁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봄배구' 진출이 당면 목표다. 그런데 당장 큰 고비를 두 번 연속 만난다. 12연승 중인 현대캐피탈과 15일 맞대결을 벌인 뒤 20일에는 삼성화재를 상대한다. 이 두 차례 경기가 대한항공의 '봄배구'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다.
김종민 감독은 대행시절 17승 13패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대한항공은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갔다. 삼성화재에게 3연패를 당하면서 준우승에 그쳤지만 당시 대한한공은 김 감독에게 신임을 보냈다. 김 감독은 대행 꼬리표를 때고 2013-14시즌부터 정식으로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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