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은 2012년 승강제 도입 후 감독들의 수명이 파리목숨보다 못했다. 조금만 성적이 부진하면 무 자르듯 감독을 경질하고 새 감독을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2005년 7월 전북 현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최강희 감독도 숱한 위기를 겪었지만 팀을 최강자의 위치에 올려놓으며 명장 칭호를 얻었다. 최 감독은 지난 14일 팀의 시즌 출정식에서 전북과 5년 재계약을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2013년 6월에 3년 6개월 기간의 재계약을 했던 최 감독은 2020년까지 지휘봉을 잡는 새로운 계약 연장을 했다.
대표팀을 지도하기 위해 팀을 떠났던 2011년 12월~2013년 6월까지의 기간을 빼더라도 최 감독은 14년 동안 전북 사령탑을 맡게 되는 것이다. 감독 교체가 잦은 K리그에서 신선한 일이다.
최 감독은 K리그 최장 기간 단일팀을 맡는 감독이 됐다. 이전에는 김정남 OB축구회장이 울산 현대를 2000년 8월부터 2008년 12월(8년 4개월)까지 이끈 것이 최장 기록이었다.
무려 27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지휘봉을 잡았던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처럼 최 감독도 전북에서 장기 집권을 하고 있는 것이다.
최 감독은 항상 전북 구단 발전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 그가 전북에 감독으로 부임했을 당시 변변한 클럽하우스가 없어 선수단은 술 냄새가 나는 현대자동차 사원 숙소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등 모든 여건이 열악했다. 전북은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했던 지방의 변방 팀이었다.
하지만, 최 감독은 성과를 하나씩 일궈내면서 팀이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과감하게 이야기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클럽하우스의 필요성 등을 역설했고, 선수단에 지원이 이뤄지면 우승으로 보답했다. 모기업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결과물로 보여준 셈이다.
최 감독의 2020년까지 임기 보장은 전북이 구단 비전을 제대로 실천하겠다는 의지의 또다른 표현이다. 전북은 최 감독의 재계약 소식을 알리면서 구단 발전 계획인 '비전 2020' 수행의 적임자라고 적시했다.
평소 팬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최 감독의 성향이 그대로 묻어난 것이다. 전북은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서서히 늘려가며 연고지에서의 위상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봉동 이장'이라는 별명으로만 보더라도 그동안 최 감독이 구단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뛰어왔음을 알 수 있다.
전북의 장기 집권 보장은 타 구단에도 모범사례가 될 수 있다. 한 시즌 성적에 일희일비하며 손쉽게 감독을 갈아치우는 문화가 판을 치는 상황에서 확고한 믿음이 팀은 물론 감독 개인의 역량에도 큰 변화를 줄 수 있다는 하나의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구단들은 프런트와 지도자의 관계가 살얼음판을 걷게 마련인데 전북은 서로 접점을 잘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최 감독도 최신 축구 흐름을 놓치지 않고 공부를 하는 등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최 감독과 전북 구단의 목표는 K리그는 물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있다. 2006년 아시아 정상을 밟은 이후 10년 만의 도전이다. 임기 보장으로 부담을 던 최 감독의 지도력과 구단의 비전이 다시 한 번 공유되는, 새로운 출발점에 선 전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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