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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맨' 이광훈, 자만버리고 기본으로 돌아간다


문창진과 함께 특급 유망주, "챔피언십은 보지도 않았어요" 절치부심

[이성필기자] "이광훈, 윙어의 생명은 뭐라고?"

"크로스입니다."

"그런데 왜 주저해!"

포항 스틸러스 유스팀 출신이라는 화려한 배경도, 이광종호의 일원으로 2013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진출에 기여했다는 과거도 모두 지웠다. 지금 그저 이광훈(23, 수원FC)이라는 이름 석 자로만 승부를 본다는 각오다.

K리그 클래식에 승격한 수원FC는 지난달 이광훈의 영입을 발표했다. 2012년 포항에 입단해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2015년 대전 시티즌으로 임대된 뒤 무릎 부상으로 고생하다 수원FC의 선택을 받아 다시 한 번 불꽃을 태울 기회를 얻었다.

이광훈 처지에서도 수원FC의 부름은 행운이었다. 냉정하게 살펴보면 포항에서의 3년 동안은 5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대전에서도 1경기만 뛰었으니 프로 선수라 불리기에는 민망하기 때문이다. 포항에서 뛸 당시에는 선발진 자체가 뛰어나 기회가 쉽게 오지 않았고 대전에서는 무릎 부상이 낫지 않아 힘을 뺄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U-20 대표팀에 더 자주 불려갔다. 2013 월드컵에서는 이라크와의 8강전에서 골도 넣었다. 그런데 포항에서는 출전만 하면 부상이 찾아왔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안타까운 시간을 흘려보낸 것이다.

19일 수원FC의 전지훈련지 경남 거창에서 만난 이광훈은 "이제 진짜 부상 당하고 싶지 않다. 무릎 부상은 다 나았다. 재활하는데 보낸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면 정말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라고 전했다.

조덕제 감독은 가능성은 있는데 이전 소속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살폈고 이광훈을 영입했다. 측면에서 폭발만 해주면 중앙에서 높이가 있는 선수들이 해결해준다는 믿음 때문이다.

조 감독은 "꾸준히 지켜봤던 선수다. (이)광훈이가 측면에서 제 역할만 해준다면 우리팀 공격이 잘 풀릴 가능성도 있다. 일단은 몸을 더 만들고 봐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광훈은 자신에게 늘 따라붙는 수식어 '포항 유스 출신'을 잊었다. 오히려 "포항에서는 주전을 확보하지 못했고 부상이 잦았으니 할 말이 없다. 대전에 있을 때는 솔직히 자만했던 것 같다.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대전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 이제는 수원FC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의지를 다졌다.

원대한 목표 대신에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온전히 한 시즌을 소화하면 절반 이상은 성공이다. 이광훈은 "내 포지션에 (이)승현이 형이 있다. 일단 출전 기회를 얻은 것이 더 중요하다. 기회만 오면 더 많이 뛰어서 마빈 오군지미 등 중앙 공격수에게 제대로 연결해주겠다"라고 말했다.

조덕제 감독이 추구하는 측면을 활용하는 공격에도 적격이다. 아직 조 감독의 의도를 열심히 파악 중이지만 지난 17일 용인시청(내셔널리그)과의 연습경기에서 골도 넣는 등 서서히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

자극제는 또 있다. 동갑내기인 친구 문창진(포항 스틸러스)의 급부상이다. 문창진은 지난 1월 아시아 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4골을 넣는 등 맹활약하며 리우 본선 티켓을 예약해뒀다. 스타일도 비슷하고 포지션도 같다. 함께 연령별대표팀에서 성장했기에 그를 바라보는 마음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챔피언십은 봤을까, 꼭 문창진이 아니더라도 그와 함께 성장했던 친구들이 뛴 대회다.

이광훈은 "솔직히 대회 전 평가전을 보고 조금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는가. 그래서 챔피언십은 아예 보지도 않았다. (문)창진이와는 아직 연락을 해보지 않았다. 잘하고 있으니 좋은 것 아닌가. 창진이나 나나 뛸만하면 부상 당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라며 친구 걱정하는 마음을 드러냈다.

포항과의 맞대결도 기대하고 있다. 동생 이광혁(21)과 겨루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광혁도 포항 유스 출신이다. 2014년 입단해 지난해 19경기에 나서 2골을 넣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내가 오른쪽, 광혁이가 왼쪽 공격수로 뛰면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정말 흥미로울 것 같다. 그 경기에서 골을 넣고 싶다. 좋아하고 친한 골키퍼 (신)화용이형을 상대해야 하지만 어쨌든 승부 아닌가"라며 재능을 발휘해 이광훈의 부활을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조이뉴스24 거창=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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