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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기다리며' 심은경의 고백(인터뷰)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방영 당시 겪은 고민 털어놔

[권혜림기자] 배우 심은경의 이름 앞에 붙은 타이틀은 언제나 화려했다. '천재 아역'부터 '최연소 흥행퀸'까지, 재능 있는 배우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늘 찬사에 가까웠다. 심은경은 작품을 통해 그 기대에 부응했다. 하지만 유독 고단하고 버거웠던 작품도 있었다. KBS 2TV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였다. 워낙 뜨거운 인기를 얻었던 원작 '노다메 칸타빌레'와 주인공 노다메 캐릭터가 있었기에, '심은경화'된 노다메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개 이견 없는 호평을 얻어 왔던 심은경에게 '내일도 칸타빌레'는 처음으로 비판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 드라마이자, 비로소 쉼 없이 달려온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다.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널 기다리며'(감독 모홍진, 제작 영화사 수작)의 개봉을 앞둔 배우 심은경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날 심은경은 새 영화의 인물을 연기하며 느낀 감흥과 영화 작업기에 더해 지난 2014년 방영됐던 '내일도 칸타빌레' 방영 당시 겪었던 고민에 대해서도 고백했다.

영화 '널 기다리며'는 아빠를 죽인 범인이 세상 밖으로 나온 그날, 유사패턴의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15년간 그를 기다려온 소녀와 형사, 그리고 살인범의 7일간의 추적을 그린 스릴러물이다. 윤제문, 김성오 등 쟁쟁한 배우들과 함께 극을 이끌었지만, 영화의 포스터가 예고하듯 소녀 희주 역 심은경의 존재감이 압도적인 작품이다. 그를 '흥행퀸'의 자리에 올려뒀던 '수상한 그녀'가 대배우 나문희와 함께 작업했던 영화임을 떠올릴 때, '널 기다리며'는 사실상 심은경의 첫 원톱 상업영화인 셈이다.

"요즘은 부담감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조금 더 무모했던 것 같고, 그래서 마음은 더 편했던 것 같거든요. 이상하게 그런 것이 딜레마로 다가와요. 고민이 너무 많은 것이요. '내가 어떻게 연기를 하면 좋지?' '어떤 것이 좋은 연기일까?' '무엇이 정답일까?' '뭐가 틀린 걸까?'라는 고민을 하곤 해요. 이야기하는 것도 쑥스럽지만 제가 13년을 연기했는데, 너무 자만했다고 해야 할까요? '이 정도 했으면 어느 정도 알겠지' 생각했던 부분도 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사이에 너무 놓치고 있던 부분이 많았다고 생각해요."

'원톱 주연' '최연소 흥행퀸'이라는 수식어에 앞만 보고 달렸다는 것이 심은경의 이야기다. 그는 "'난 정말 아직 아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한 곳만 너무 높게 바라보고 있었고, 줄곧 달렸다. 그래서 뭐가 옳고 그른지 스스로 판단을 못했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아, 이게 아닌데'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지?' '연기는 왜 하는거지?' 라는 생각이 들며 행복하지가 않은 거예요. 어릴 때 연기했던 추억을 다 기억할 수 없지만 그 마음까지 잊진 못하거든요. 뭔가 그렇게 열망하고 꿈꾸고 순수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걸 너무 잊고 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최근 그런 부담을 많이 느낀 것 같아요."

아역 연기자로 출발해 나이에 비해 결코 짧지 않은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심은경에게 이같은 고민을 안겨줬던 작품은 다름아닌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였다. 인터뷰 내내 심은경은 드라마의 이름을 직접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다들 어떤 작품인지 아실 것"이라는 말로 당시의 고민을 내비쳤다. 드라마 작업을 떠올리기에 앞서, 심은경은 이 드라마를 택하기 전 자신의 마음가짐이 어땠는지를 먼저 이야기했다.

"'수상한 그녀'가 너무 잘 되고 상도 감사하게 받게 되고 관심도 많이 받게 됐어요. 그러다보니 스스로 분별력이 없어졌던 것 같아요. '써니'와 '광해' 등이 흥행하면서 '나는 성공해야 돼' '나는 흥행해야 돼'라는 생각이 스스로를 옭아맸던 것 같고요. 그것도 모르고 저와 조금 맞지 않는 선택을 했던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인지 아실 거예요. 그건 누구의 탓도 아니었고, 제가 못한 거였어요. 그렇게 경험하고 보니 제 욕심이 너무 앞섰던 거라고, 배우로서 기본적인 본질을 잊고 살고 있었던 거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평생 연기를 할 것"이라 생각했던,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만을 꿔 왔던 한 소녀는 쏟아지는 호응과 관심 속에서 방황했고, 그제야 진짜 자신을 찾아나설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인간 심은경으로서 너무 위험한 상황인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이제 어떤 결과든 담담하게 스스로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며 "그렇게 사는게 인생인 것 같다"고 답했다. 기억 속 어리게만 남아있던 배우가 그 어떤 노배우 못지 않은 자기 성찰을 이루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촉촉해진 눈가가 그의 진심을 읽게 했다.

"드라마를 하며 힘들었어요. 숨기고 싶진 않아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연기적으로 혼란도 많이 왔죠. 그런데 너무 신기한 건 그게 약이 되더라는 거예요. 방영 당시엔 그게 나에게 평생 독이 될 것 같다고, 맨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거라고, 사람들이 늘 나의 흑역사로 그걸 내놓을 것이라 생각했었어요. 나는 이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칭찬만 듣고 살아서 회피했던 것 같아요. 믿기 싫었던 거죠. 이건 제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결국 난 그 드라마에서 연기를 잘 못했고, 내가 봐도 욕심이 과한 것이 보였다는 점을요. 지금 생각하면 뭘 그렇게 준비했을까 싶기도 해요. 그냥 마음 편하게 할 걸, 뭘 그렇게 잘 보이고 싶어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을 말이에요. '초심을 잃지 말라'는 말이 괜히 존재하는 것 같지 않아요. 그 경험이 연기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더 단단해진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는 저에게 약이 된 셈이죠."

'널 기다리며'는 오는 10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이영훈기자 rok6658@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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