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근기자] 조정민이 처음 트로트를 선택한 건 살기 위해서였다. 마침 우연한 기회에 트로트와 인연이 닿았다. 마치 운명인 것처럼 두 번이나. 다른 길을 가려고도 했지만 트로트를 떼놓을 수 없었다. 그러다 트로트의 깊이를 알게 됐고, 마침내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
최근 가장 핫하게 떠오르고 있는 트로트 가수 조정민은 피아노를 전공했고, 사실 알앤비 가수를 꿈꿨다. 트로트와의 첫 번째 인연은 대학교 때였다. 축제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트로트를 불렀던 것도 아닌데 회사 쪽에선 트로트를 하기 원했고 조정민은 거절했다. 하지만 얼마 뒤 조정민은 그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트로트 가수 제안을 거절했는데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나니 장녀인 제가 뭐라도 해야 했어요. 장윤정 언니가 트로트 가수로 굉장히 잘 되시는 모습을 봤던 터라 저도 어떻게 해볼 수 있을까 해서 다시 연락을 드렸죠. 거의 바로 나오게 됐는데 사실 제 스스로 트로트 가수를 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못했어요. 아무 것도 아닌 애가 너무 교만했던 거죠."
결국 회사 쪽에선 알앤비를 하고 싶어 하던 조정민에게 기회를 줬다. 4곡을 담은 앨범을 준비했고 뮤직비디오까지 촬영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회사 자금 문제로 무산되고 말았다. 조정민은 한동안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에 보람을 느꼈지만 꿈에서 멀어지는 것 때문에 공허함을 느꼈다. 그러던 중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게 됐다.
"그 영상이 조회수도 별로 없었는데 '트로트엑스' 제작진이 보시고 연락을 주셨어요. 트로트를 부른 것도 아니었고 잘 하지도 못 한다고 했죠. 그랬더니 제 스타일대로 바꿔서 부르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편곡에는 자신이 있었고 오디션을 보고 출연하게 됐어요."
조정민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매력을 마음껏 뽐냈고 그걸 계기로 지금의 회사에서 가수로서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됐다. 조정민은 "내가 트로트를 한 게 아닌데 두 번이나 트로트로 섭외가 되니까 누가 날 트로트로 데려다 놓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2009년에 처음 나왔을 땐 제가 트로트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제가 부른 트로트를 사랑해주겠어요. 그런데 이젠 정말 트로트를 사랑하게 됐어요. 그 깊이를 조금 이해하게 되면서 마음이 달라지더라고요. 계기는 심수봉 선생님의 '백만송이 장미'를 들으면서 철학적인 깊이를 느끼게 되면서에요. 나도 저런 트로트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거든요."
마음가짐이 달라진 조정민은 예전과 달리 트로트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음도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조정민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발표한 곡들을 들어 보면 그 마음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014년 12월 '곰탱이'를 시작으로 지난해 5월 '살랑살랑' 그리고 지난 2월 발표한 '슈퍼맨'까지 조정민만의 트로트를 만들어가고 있다.
신곡 '슈퍼맨'은 전통가요를 재해석하여 만든 레트로풍의 멜로디와 블루스적인 테크닉에 모던 팝 색깔의 편곡이 어우러졌고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돋보이는 곡이다. 특히 재지한 멜로디와 창법으로 시작해 반전이 이뤄지는 게 독특하다. 가수 이승철의 루이 스튜디오의 메인 엔지니어 이정형기사가 믹스에 참여했고, 영국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의 스튜어트 혹스가 마스터링을 해 완성도를 높였다.
또 조정민은 수록곡 '별 하나 별 둘' 작사 작곡에 참여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뽐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조정민은 춤도 수준급이다. 익히 잘 알려진 예쁜 외모와 탄탄한 몸매는 덤이다. 조정민은 할 줄 아는 게 많고 그만큼 보여주고 싶은 것도 많다.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게 저의 장점인 것 같아요. 악보를 쓸 수 있고 음감이 좋아서 새로운 곡을 익히기 쉬워요. 절대 음감이거든요.(웃음) 이건 어릴 때 알게 됐어요. 옆집에서 한 언니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데 한 번 듣고 제가 따라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피아노를 시작하게 됐던 거에요. '불후의 명곡' 때도 그렇고 세시봉 콘서트 때도 그렇고 피아노를 잘 써먹고 있어요.(웃음)"
조정민은 생각보다 좋은 기회들이 생겼고, 기대보다 더 열심히 했고, 목표보다 더 잘 해오고 있다. 4월부터 웹드라마를 통해 연기에도 도전한다. 지난해부터 연기 수업을 받아 왔다. "'뭘 맡겨도 참 잘 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조정민은 늘 준비가 돼있다.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