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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음유시인 곽정철 "한계 단정짓지 않겠다"


4년 공백 딛고 복귀, KIA 마무리 역할 해내며 2세이브 수확

[정명의기자] KIA 타이거즈의 곽정철(30)은 '시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남다른 어휘 선택과 표현력 때문. 인터뷰를 한 번 하면 주옥같은 말들이 쏟아진다. 최근 복귀와 맞물려 곽정철의 별명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올 시즌 곽정철은 4년의 공백을 딛고 돌아와 감동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지난 2011년 이후 부상으로 1군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던 그는 올 시즌 화려하게 복귀해 KIA 마운드의 천군만마가 되고 있다.

지난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경기. 곽정철은 4-3으로 추격당한 8회말 2사 후 등판해 1.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2011년 5월7일 SK 와이번스와의 경기 이후 무려 1천792일만에 거둔 세이브.

이어 곽정철은 5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도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현재 곽정철은 사실상 KIA의 마무리 투수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빠르게 KIA의 1군 전력이 된 곽정철이다. 지난 8일 kt 위즈와의 경기를 앞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 김기태 KIA 감독은 "곽정철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다"며 그를 칭찬했다. 곽정철도 "나도 내 몸이 이렇게 견뎌줄 거라 생각 못했다"고 말했다.

수 차례, 이곳저곳 수술을 받았던 곽정철이다. 재활 기간만 4년이 넘는다. 그런 힘든 과정을 견디고 마운드로 돌아왔기 때문에 몸 상태에는 누구보다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스스로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하는 편이다.

부상을 조심하기 위한 노력을 묻는 질문에 곽정철은 "부지런해야 한다"며 "일찍 일어나서 사우나로 몸을 푼다든가, 남들과는 다른 노력을 해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누구보다 힘든 재활 과정을 겪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곽정철의 노력은 그의 '음식 일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곽정철은 매일 무엇을 먹었는지 꼼꼼히 기록한다. 체중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체중의 증가는 부상을 입었던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곽정철은 "먹는 것도 노력이다. 생각을 해서 먹는다"라며 "치킨을 시키면 두 개, 세 개, 10개를 먹고 싶다. 그런데 하나만 먹는다. 밥도 세 숟가락만 먹으려고 한다. 탄수화물을 적게, 단백질을 많이 먹기 위해"라고 설명했다.

가끔 스스로에게 보상도 주어진다. 곽정철은 "그래도 쉬기 전날에는 많이 먹는다. 피자 한 판이든, 치킨 한 마리든 마음대로 먹는다. 나에 대한 보상"이라며 "그래도 운동 전날부터는 사우나를 하든, 자전거를 타든 해서 몸무게를 맞춰놓는다"고 말했다.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곽정철도 "지루하고 짜증나고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부상 확률을 줄이는데 0.1%라도 도움이 된다면 운동선수로서 감내해야 한다"며 "그동안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지치면 지고, 미치면 이기는 것 아닌가"라고 또 한 번 시인의 면모(?)를 드러냈다.

'시인'이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곽정철은 "나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며 "나는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인데. 선배들은 닭살돋는 소리 그만하라고 한다. 자꾸 시적인 표현을 해달라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곽정철의 세이브 이후 또 하나 화제가 된 것이 그의 '버킷 리스트'다.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의 목록. 힘겨운 재활 중에 만들어 힘을 얻었던 곽정철의 버킷 리스트에는 30여개의 과제가 적혀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시범경기 등판, 많은 취재진 앞에서 인터뷰, 1군 경기 세이브 등은 이미 이뤄냈다.

곽정철은 "목표를 잡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 버킷 리스트는 재활 중 내 인생의 나침반이었다"며 "연 단위로 성적, 연봉까지 전부 적혀 있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때 작성했던 것인데, 지금 그게 이뤄지고 있어 신기할 따름"이라고 밝은 미소를 띄웠다.

곽정철 하면 떠오르는 것은 시속 150㎞를 훌쩍 뛰어넘는 강속구였다. 복귀 후 곽정철의 구속은 140㎞대 중반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곽정철은 "난 내 자신을 믿으니까 지금이 한계라고 단정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의 버킷 리스트에는 '150㎞의 공을 다시 던진다'라는 항목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

조이뉴스24 정명의기자 doctorj@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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