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덕기자] 4월 스크린 속 한효주가 일취월장한 연기력으로 관객을 사로잡고 있다.
한효주는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 제작 더 램프㈜)에서 최고의 가수를 꿈꾸는 마지막 기생 소율로 분해 압도적인, 혼신의 연기를 펼쳐보였다.
빛나는 재능을 지닌 세 남녀(한효주, 천우희, 유연석)의 엇갈린 인연과 사랑, 비극, 파멸, 운명의 소용돌이를 담아낸 '해어화'에서 한효주는 단연 독보적이다.
"한 대사('그렇게 좋은 걸 그땐 왜 몰랐을까요')를 위해 4개월을 달려왔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 연기에 속이 상했어요. 잘해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 잠시 쉬는 시간을 달라고 하고 화장실 제일 끝 칸에 들어갔지요. 간절하게 하나님에게 기도했어요, '몇 시간만은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느끼게 해달라. 부탁드린다'고 기도하고 촬영을 끝냈죠. 당시의 마음은 연기하며 처음 느낀 감정인 것 같아요. 소율이라는 여자가 그 때만은 가깝게 살아있다고 느낀 것 같습니다. 실제 인물이 내 옆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촬영 후에는 후련하기도 했고 여러 감정이 들었습니다."
박흥식 감독도 한효주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효주가 배우로서 크게 도약한 영화라 자부합니다. 자신만의 논리와 감정을 응축해 집중력을 갖고 입체적 연기를 할 줄 아는 배우입니다. 이 영화를 함께 하기로 한 한효주에게 '여자 박하사탕'을 얘기한 적이 있는데, 결과물이 만족스럽습니다. 한효주는 스마트하고 매혹적인 배우입니다."
소율의 절친한 친구이자 마음을 울리는 목소리를 지닌 연희 역을 연기한 천우희 역시 한효주에 감탄한다.
"연약하다고 봤었는데 굉장히 흔들림이 없어요. 어떤 면에서는 강인함도 있고 꿋꿋함도 있고 그래서 저런 점은 나도 배워야겠다는 순간이 있었어요."
한효주가 연기한 인물 소율은 일련의 사건을 겪은 뒤 쌓아온 감정을 서서히 분출하는 인물로 선과 악을 오간다. 내면 깊이 잠재된 다양한 감정들을 정연하게 표출해내는 그녀의 연기는 그래서 깊고, 풍부하고 다채롭다.
"제가 연기한 소율은 악역이 아니었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소율을 그렇게 몰고 갔다고 생각합니다. 제 모습에 저런 모습, 저런 얼굴이 있구나 싶어 당황스럽긴 했어요. 연기적으로도 새로운 도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을 표현해내기 위한 마음이 괴로울 때가 많았어요. 쉽지 않은 촬영이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보편적 감정 중엔 드러내고 싶지 않아하지만 열등감, 질투, 욕망 등이 있잖아요."
그 치열한 청춘을 넘어 노인 분장을 한 후반부에서 한효주는 아련한 회한까지 담아냈다. 극 중 소율이 감정을 쌓아왔는데 후반부 노인 소율이 등장하는 여섯 신을 다른 배우에게 넘겨줄 수 없었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한효주 역시 고민 끝에 노인 분장을 하고 직접 그 대사를 하며 관객과 감정을 소통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그러한 노력은 영화의 전체 맥락과 감정의 흐름을 흐트러뜨리지 않으며 영화 전면에 흐르는 정서를 관통하는 장치가 됐다.
한효주는 1987년생,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 살이다.
"아직 (서른 살이 된 뒤와 그 전의) 차이는 모르겠어요. 더 좋아진 것이 있다면 단순해지는 것인데 스스로 느낄 때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소장하고 있는 DVD 등을 정리하며 '단순한 삶'을 실천하고 있지만 작품에 들어갈 때 쓴 노트와 대본들은 못 버리겠어요. 이유요? 자식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연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은 채 심연의 감정을 머금고 분출할 줄 아는 배우로서 정진해나가고 있는 한효주가 '해어화'로 수놓은 4월의 스크린은 봄빛 복사꽃의 꿈결같은 흩날림으로 다가온다.
조이뉴스24 박재덕기자 aval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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