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평행이론이 성립할 수 있을까. 평행이론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사람의 운명이 유사한 패턴을 반복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호사가들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에이브럼 링컨과 J. F. 케네디를 대표적인 경우로 꼽는다. 평행이론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 요소가 충분히 있다. 이런 이유로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소재가 되기도 한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뛰었던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은 3시즌 동안 38승을 올렸다. 롯데에서 뛴 3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팀 선발진의 한 축을 든든하게 받쳤다.
유먼은 롯데에서 더 이상 뛰지 않지만 팀의 좌완 에이스 계보를 이어가는 외국인 투수가 있다. 브룩스 레일리가 그 주인공이다.
레일리는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데뷔했다. 11승(9패)을 올리며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했다. 그는 지난 1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선발 등판해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뒀다.
4년 전 유먼이 떠오른다. 그는 지난 2012년 4월 2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역시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레일리가 롯데 선발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팀내 유일한 좌완 선발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롯데는 레일리가 오기 전 유먼과 장원준(두산 베어스)이 선발진의 떠받쳤으나 둘은 2014년을 끝으로 팀을 떠났다. 유먼은 재계약하지 않았고 장원준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두산으로 이적했다.
유먼은 롯데 시절 좋은 성적을 냈을 뿐 아니라 동료들과도 스스럼 없이 잘 지냈다. 팀 분위기 메이커 노릇도 자처했다. 직접 티셔츠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티셔츠에는 재미있고 톡톡 튀는 문구도 넣었다. 팬 사이에서도 유먼이 만든 티셔츠는 유명했다.
레일리도 여기에 동참했다. 그도 티셔츠를 직접 제작, 착용하고 있다. 홈과 원정 경기에 상관없이 투수조 훈련을 할 때 즐겨 입는다. 티셔츠에는 'welcome to SAJIK'이라는 문구를 새겼다.
레일리는 "세계 최고의 응원을 자랑하는 롯데 홈팬들을 기리기 위해서"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그도 유먼이 티셔츠를 만들어 입었다는 걸 동료들에게 전해 들었다.
레일리는 "내가 만든 티셔츠가 더 좋다"며 "착용감도 좋은데다 땀 흡수도 잘 된다. 바람도 잘 들어온다. 쿨맥스 소재라 역시 좋다. 동료들에게도 나눠줄 예정"이라고 웃었다.
레일리는 20일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한다. 앞선 LG전에서 시즌 첫 승을 기분좋은 무사사구 완봉승으로 따냈기 때문에 페이스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레일리가 만약 승리투수가 된다면 선발 2연승과 함께 롯데도 3연승으로 상승세를 탈 수 있다. 레일리의 호투를 다시 한 번 기대하는 이유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