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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생 전성시대' 박병호·정의윤…그리고 오재일?


11년 침묵 깨고 초반 맹활약…리그 최고 타자 급부상

[김형태기자] "박병호(30, 미네소타 트윈스)도 그랬잖아요. 정의윤(30, SK 와이번스)은 또 어떻고."

"저렇게 잘 하는 친구가 왜 지금까지 침묵했는지 모르겠다"고 하자 나온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말이다. 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요즘 가장 '뜨거운' 타자 오재일(30, 두산)을 의미한다.

타고난 대형 거포의 잠재력이 있지만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재능을 현실에서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05년 지금은 사라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3라운드로 입단했으니 벌써 프로 12년 차다.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1군에 모습을 드러낸 시즌만 9번이다. 수원(현대)에서 출발해 목동(넥센)을 거쳐 현재 홈인 잠실에서 뛰고 있다.

◆놀라운 변신

한국 최고의 거포 타이틀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한 박병호, 오랜 와신상담 기간을 거쳐 SK에서 홈런타자로 거듭난 정의윤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들과 동갑내기 거포로서 오재일도 뒤늦게 밝은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오재일의 활약은 눈부시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올 시즌 선발출전한 12경기 가운데 10경기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멀티히트 7차례, 2루타 이상 장타를 기록한 적은 6번이나 된다. 초반 성적이 엄청나다. 15경기에 나선 21일 현재 타율 4할8푼8리(43타수 21안타) 3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타격능력을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OPS가 무려 1.368이다. 표본이 적은 초반 수치라지만 현 시점 KBO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라는데 이견을 가지는 이는 별로 없다.

실제로 그는 50타석 이상 들어선 리그 70명의 타자들 가운데 타격 1위, 홈런 공동10위에 랭크돼 있다. 주로 하위타선의 중심인 7번타자로 나선 까닭에 타점 부문 공동 13위에 머물러 있지만 출루율(0.577) 1위, 장타율(0.857) 2위, OPS 1위에 당당히 올라 있다.

오재일의 변신은 놀라울 정도이지만 아주 의외의 현상은 아니다. 그는 풀시즌을 주전으로 보낸 적이 없을 뿐 제한된 기회에서 슬러거의 모습을 간간이 발휘했다. 지난 2013년 55경기에서 OPS 0.885를 기록한 그는 한국시리즈 2차전에선 당시 삼성 라이온즈의 특급 마무리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상대로 연장 13회초 결승 우월 솔로포를 날리며 이름을 크게 알렸다. 그러나 이듬해 사령탑이 바뀌면서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지난해에는 포지션 경쟁이 격화되면서 66경기 출전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올 시즌엔 초반부터 불꽃같은 활약으로 일찌감치 주전 1루수 자리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부담없는 배팅이 이제 된다"

21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시즌 첫 4번타자로 나서 솔로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변함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는 kt와의 수원 3연전에서 12타수 5안타(2루타 2개, 홈런 1개) 1볼넷 4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오재일은 "요즘 왜 이렇게 잘 맞는지 나도 놀랄 정도"라며 "그간 연습때는 좋았는데 실전에선 이상하게 잘 안 됐다. 올해에는 경기에서도 연습 때처럼 부담없는 배팅이 된다. 그게 차이인 것 같다"고 했다.

김 감독은 "이전엔 왼손투수에게 약한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이겨내고 있다. 아마 타석에서 자신만의 감각이나 리듬을 찾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오재일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5할(16타수 8안타), 왼손 투수에게는 4할5푼5리(22타수 10안타)를 기록했다. 상황과 상대에 관계없이 연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4번타자 에반스의 예상 밖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는 두산에 오재일의 맹활약은 가뭄속 단비와도 같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에반스가 못해주고 있는 것을 오재일이 해주고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에반스도 하루 빨리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좌우 쌍포'가 본격적으로 장착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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