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K리그 클래식 7라운드까지 순위표에서 1위 FC서울(승점 18점), 2위 전북 현대(13점)는 당연한 것처럼 여겨진다. 막강 전력의 두 팀이 서로 순위를 바꿔가며 선두 경쟁을 하는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2강 체제가 두드러진 가운데 3위는 중요한 위치다.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진출권이 걸린 자리다. 1, 2위 팀 가운데 FA컵 우승팀이 나오면 3위는 챔피언스리그 직행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부분 클래식 팀들이 실질적인 목표로 삼는 순위다.
현재 3위는 '시민구단' 성남FC(12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의 강력한 수비와 역습 중심의 축구에 푹 빠진 김학범 감독이 지도력을 발휘하며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성남은 11득점 8실점으로 수비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실점 부문은 전남 드래곤즈와 공동 5위다.
클린시트(무실점으로 마친 경기)는 전남과 함께 가장 많은 3경기를 기록 중이다. 무실점 경기에서 성남이 2승 1무, 전남이 1승 2무다. 성남이 좀 더 제대로 된 클린시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무실점 경기 뒤에는 신인 골키퍼 김동준(22)의 놀라운 활약이 있다. 김동준은 성남 유스인 풍생고 졸업 후 우선지명이 된 뒤 올해 연세대를 졸업하고 성남에 입단했다. 지난해 12월~올해 1월 올림픽 축구대표팀에서 뛰느라 성남과는 2월 미국 전지훈련을 같이했던 것이 전부지만 시즌 개막과 동시에 전상욱(37), 김근배(30)를 밀어내고 당당하게 주전을 차지했다.
김학범 감독은 K리그 U-23 제도(23세 이하 선수 1명 의무 출전, 1명 대기 명단) 때문에 김동준을 어쩔 수 없이 선발로 넣는다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왔다. 김동준이 7라운드까지 3경기 무실점 경기를 이끌었지만 만족하지 않는다. 언제든 골키퍼는 바꿀 수 있다며 긴장감을 불어 넣고 있다. 수원 삼성과의 1라운드에서 김동준이 골문을 지켜 2-0 승리에 기여하고 한국프로축구연맹 선정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지만 드러내놓고 칭찬하지 않았다.
28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김동준은 여전히 자신에게 냉정했다. 그는 "프로에 오니 확실히 다르다. 감독님이 이야기(의무 출전)한 것을 잘 안다. 내 할 것만 하고 주변에 믿음을 준다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될 문제 아닐까 싶다"라며 더욱 신뢰을 받기 위해 그라운드에 몸을 날리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김동준은 188㎝, 74㎏의 탄탄한 체격을 갖췄다. 너무 마르지도 않고 통통하지도 않은 적당한 비율이다. 이상적인 체격을 유지하며 기량을 성장시키는 것이 그의 목표다. 올림픽 대표팀 주전으로 나서는 것도 좋은 체격을 앞세워 안정적인 방어를 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칭찬이 쏟아져도 김동준은 스스로에게 얼음처럼 차갑다. 그는 "지금 올림픽대표팀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오직 성남에서 잘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대표팀도 있는 것 아닌가"라며 현재에 안주하며 리우 올림픽에 갈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래도 현재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김동준이 주전 골키퍼다. 와일드카드(23세 이상 선수) 후보를 거론하며 골키퍼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김동준의 활약이 인정 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은 멀었다"라며 고개를 가로저은 뒤 "그래도 (나에 대한) 신뢰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까 싶다"라며 담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겸 리우 올림픽 아시아 예선 일본과의 결승전은 여전히 잊기 어려운 경기다. 그는 "악몽을 꾼 것 같은 경기였다. 그 경기만 다시 보면 욕이 나온다"라며 축구 인생에 절대 잊을 수 없는 분한 경기였음을 강조했다. 한국이 전반까지 2-0으로 이기고 있다가 2-3으로 뒤집혔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전이 끝난 뒤 기자와 만났던 김동준은 "모든 것은 내 실수다. 할 말이 없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카타르와의 4강전을 3-1로 승리한 뒤 "골키퍼는 승리에 만족하면 안 된다. 일본전에서는 반드시 무실점 하겠다"라고 선언한 뒤라 더욱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아픈 경험을 앞세워 프로에 온 김동준은 경기 중 최후방에서 선, 후배 상관없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수비를 조율한다. 그라운드에서는 나이나 경력을 신경을 쓸 필요 없이 팀이 하나가 돼 뛰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경기 중에는 선배에게 반말로 뭐라고 하지만 끝나면 죄송하다고 말한다. 다행스럽게도 선배들이 화를 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연습할 때는 예민하지 않는데 유독 경기에만 들어가면 신경이 곤두선다"라고 말했다.
김동준의 이런 태도는 더 정확하고 안정된 방어를 하기 위함이다. 성남의 한 프런트는 "가끔 보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평소 생활은 재기발랄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훈련이나 경기를 보면 180도로 달라진다. 어린 선수답지 않은 자세이지 않은가"라며 감탄했다.
이에 대해 김동준은 "내 별명이 '애어른'이다. 경기장에서는 소리치는 것이 습관적이다. 이 때문에 이운재 올림픽 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지난 23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이 끝난 뒤 전화가 왔다. 무의식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을 줄이라고 하시더라. 신인이라 무조건 볼에 집중하느라 나온 현상인데 정말 좋은 조언이었다"라고 얘기했다.
<②편에 계속…>
조이뉴스24 성남=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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