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넥센 히어로즈는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예상 성적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았다. 오프시즌 동안 투타의 핵심 전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KBO리그 내 다른 팀으로 이적(롯데 손승락, kt 유한준)과 함께 메이저리그 진출(박병호 미네소타)도 있었다. 여기에 부상 선수(조상우, 한현희)까지 나왔다.
그러나 시즌 뚜껑을 열자 예상은 빗나가고 있다. 아직 초반이긴 하지만 넥센은 순위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다.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최근 4연승을 마감했지만 넥센은 여전히 순항하고 있다.
시즌 초반 넥센의 선전을 이끌고 있는 힘은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다. 마운드에서는 신재영과 박주현이 그렇고 야수쪽에서는 임병욱이 첫손가락에 꼽힌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 모두 신인왕 자격이 있다. 순수 신인이 아닌 '중고신인'이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신재영, 박주현, 임병욱이 시즌 마지막까지 현재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KBO리그 신인왕은 넥센의 집안싸움을 통해 결정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임병욱은 원래 포지션은 내야수였다. 대형 유격수감으로 꼽혔고 2014년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넥센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염경엽 감독을 비롯한 넥센 코칭스태프는 임병욱에게 포지션 변경을 지시했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뒤를 이어 유격수 자리를 지킬 강력한 후보 김하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김하성 주전 유격수 만들기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임병욱은 미래를 내다보고 외야로 이동했다.
임병욱은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한다. 내야수 중에서도 수비력이 가장 중요한 유격수 출신이어서인지 센스가 있다. 올 시즌 주전 중견수로 낙점받았고 새 포지션 적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타율도 많이 끌어올렸다.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머물렀지만 12일 현재 타율은 2할7푼1리까지 올라갔다. 홈런도 3개나 쏘아올렸다. 임병욱도 "전광판에 찍힌 숫자를 보니 타율이 좀 올라간 것 같다"고 웃었다.
프로 입단 3년차인 그는 신인왕 후보 자격 요건을 갖췄다. 지난 시즌 40경기에 나왔는데 타석에 들어선 것은 43차례밖에 안된다. KBO리그 규정상 '입단 5시즌 미만, 투수는 30이닝 이내 투구, 타자는 60타석 이내'의 누계 출장 기록이 신인왕 자격 조건이다.
물론 아직 신인왕에 대한 기대는 이르다. 임병욱은 "신인왕보다는 팀 승리에 기여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비에서 자리를 잡고 공격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면 임병욱도 충분히 신인왕을 노려볼 수 있다.
지난 시즌 구자욱(삼성 라이온즈)과 신인왕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김하성은 "(임)병욱이가 꼭 신인왕을 탔으면 좋겠다"며 "만약 수상자가 된다면 시상식장에 직접 가서 축하는 하지 않고 축하 메시지만 보낼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며 껄껄 웃었다.
둘은 프로 입단 동기이자 원정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보통 동기끼리 원정 경기에서 한 방을 쓰는 경우가 드문데 임병욱과 김하성은 공교롭게도 배치가 그렇게 됐다.
임병욱은 "(김)하성이가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써준다"고 고마워했다. 김하성은 "요새는 (임)병욱이가 기운을 다 뺏어가서 내 타격 성적이 좋지 않다"고 푸념했다. 동기 사이에 격의 없는 농담이다.
임병욱은 프로 입단 초기 큰 고비를 맞았다. 시범 경기 도중 큰 부상을 당했다. 이런 아픈 경험 때문에 그는 시즌 목표를 따로 두지 않았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마무리하는 게 우선 과제다.
그는 "부모님도 야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다치지 않기만을 바라신다"고 했다. 임병욱의 성장을 지켜보는 코칭스태프의 마음은 흐뭇하다. 염 감독은 "병욱이는 요즘 수비에서 정말 신이 나서 플레이를 할 것"이라며 "이제 조금씩 야구를 재미있게 하고 있는 단계다. 팀이 시즌 초반 좋은 분위기와 흐름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칭찬했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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