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강정호(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지난해 9월 18일(이하 한국시간)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날이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부터 승승장구하고 있던 그는 당시 시카고 컵스와 원정경기에서 크게 다쳤다.
수비 도중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을 크게 다쳤다. 결국 코글란의 플레이 하나로 강정호는 수술대에 올라야 했고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지난해 강정호가 남긴 성적은 타율 2할8푼7리 15홈런 58타점. 수술 후 그는 지루한 재활을 거치면서 차근 차근 복귀를 준비했다. 올 시즌 개막 후에는 마이너리그 경기를 통해 실전 감각을 되찾기 위해 애썼고, 7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원정경기를 통해 다시 빅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메이저리그로 컴백한 강정호는 세인트루이스와 복귀전에서 연타석포를 쏘아 올리며 단번에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치른 6경기 동안 홈런 3개를 기록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14일부터 시작된 문제의 팀 컵스와 맞대결에서 공교롭게도 강정호의 방망이에 힘이 빠졌다. 14일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고 15일 경기에서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 상대 투수들의 집중 견제가 원인 중 하나다.
15일 경기에서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컵스 선발투수는 제이크 아리에타였다. 강정호는 4회초 맞은 두 번째 타석에서 아리에타가 던진 2구째에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했다. 아리에타는 148km짜리 빠른공을 강정호의 몸쪽으로 바짝 붙였다. 얼굴 쪽으로 가는 공이라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현지 중계진은 강정호의 몸에 맞는 공이 나오자 지난해 두 팀이 맞붙었던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장면을 바로 소개했다. 당시 피츠버그와 컵스는 사구로 인해 벤치클리어링이 있었다. 투수로 타석에 나온 아리에타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뒤 피츠버그 선수와 언쟁이 붙어 두 팀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몰려나왔다.
이런 '악연'이 있는 두 팀은 이날 경기 후에도 장외 설전을 펼쳤다. 아리에타가 강정호를 맞힌 것의 고의성 여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피츠버그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제프 로크는 피츠버그 지역지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리에타가 누군가를 맞힌다면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는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가 아닌가"라고 했다. 아리에타는 올 시즌 개막 후 강정호에게 처음으로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로크의 인터뷰에 컵스 포수 미겔 몬테로는 반박했다. 그는 ESPN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로크의 얘기는) 정말로 멍청한 말이다. 일부러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는 건 있을 수 없다"며 "아리에타는 당시 제구가 조금 흔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양 팀 사령탑들도 '설전'에 가세했다. 조 매든 컵스 감독은 "강정호가 불운했을 뿐"이라며 "아리에타는 당시 제구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직접 경기 장면을 보고 판단해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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