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명기자] 한화 이글스가 선발투수의 호투를 너무 믿다가 투수 교체 타이밍을 놓쳐 진땀을 흘려야 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마운드 소모전 끝에 아쉬운 연장전 무승부였다.
한화 이글스는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연장 12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8-8로 비겼다. 5회까지 4-0으로 앞서가던 경기를 이기지 못한 한화나, 7-4로 역전 리드를 잡았던 kt나 아쉽기는 서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선발투수 교체 타이밍을 늦추다 중반까지 유지하던 승기를 놓친 한화의 아쉬움이 더 클 수 있었다.
한화의 이날 선발투수는 윤규진이었다. 2009년 6월 21일 목동 넥센전이 마지막 선발 등판이었던 윤규진이 팀 마운드 사정에 의해 근 7년만에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것이다.
우려와 달리 윤규진은 좋은 피칭 내용을 보여줬다. 5회까지 고비고비를 넘겨가며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다. 그 사이 한화는 1회말 김태균의 2타점 적시타 등 4안타를 집중시켜 3점을 선취했다. 또 5회말 송광민의 3루타로 한 점을 보태 4-0까지 리드했다.
선발 투수의 잦은 조기 강판으로 불펜 과부하가 심했던 한화 벤치는 윤규진의 선발 호투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윤규진은 6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5회까지 투구수가 81개로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7년만에 선발로 나선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교체해줄 만한 시점이었다. 그럼에도 한화 벤치는 윤규진으로 밀고 나갔다.
결과적으로 윤규진이 계속 던진 것이 화를 불렀다. 6회초 윤규진은 박경수에게 안타, 마르테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1, 2루로 몰렸다. 정민태 코치가 마운드로 나왔으나 투수교체 사인은 없었고, 격려만 하고 들어갔다. 윤규진은 바로 다음 타자 이진영에게 우전 적시타를 맞고 첫 실점을 했다.
4-1로 추격당한 가운데 무사 1, 2루 위기가 계속된 시점에서 한화는 투수 교체를 했다. 윤규진이 강판하고 박정진이 마운드를 물려받았다.
여기서 kt 타선이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김상현의 안타로 무사 만루로 판을 키운 뒤 대타 오정복이 볼넷을 얻어 밀어내기로 2-4 추격을 했다.
한화 마운드는 뒤늦게 바빠졌다. 송창식으로 투수가 바뀌었지만 kt 타선은 집요했다. 박기혁이 적시타를 치고 김종민이 희생플라이를 날려 4-4 동점을 만들었다.
2사 1, 3루에서 한화 투수는 또 다시 권혁으로 교체됐다. 권혁도 위기를 막지 못했다. 이대형이 좌익선상 2루타를 쳐 기어이 5-4 역전에 성공했다. 6회초 kt가 5점을 내는 동안 한화 마운드는 4명의 얼굴이 번갈아 지켰다.
역전하며 기세가 오른 kt는 7회초에도 박기혁의 1타점 2루타 등 3안타를 집중시켜 2점을 보태 7-4로 달아났다.
패색이 짙어가던 한화는 8회말 정근우의 동점 3점홈런을 날려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가는데는 성공했다.
연장 11회초 kt가 오정복의 적시타로 한 점을 내 8-7로 앞서며 다시 승리 고지 앞까지 다가섰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한화도 11회말 조인성의 적시타로 점수를 뽑아 또 다시 8-8 동점을 만들었다. 그렇게 두 팀은 혈전을 소득 없는 무승부로 마감했다.
한화는 3연승 기회를 놓친 것도 아쉬웠지만 선발 윤규진이 물러난 이후 박정진 송창식 권혁 심수창 정우람 장민재 등 정예 투수들을 총동원하고 비겨 마운드 전력 소모가 컸다.
kt 역시 선발 주권이 3이닝 3실점하고 일찍 물러나 역시 불펜진을 많이 소모해야 했다. 심재민 조무근 홍성용 고영표 김재윤 김사율이 이어던졌는데, 3.1이닝을 책임진 김재윤의 노고가 컸다.
조이뉴스24 석명기자 ston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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