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세월에는 장사가 없잖아요." 여오현(현대캐피탈)과 함께 V리그를 대표하는 리베로였던 최부식이 정든 코트를 떠난다.
실업시절부터 프로까지 15년을 함께 보낸 대한항공 유니폼을 벗은 것이다. 최부식은 지난 23일 평소와 다름없이 경기도 용인에 있는 대한항공 연수원 내 팀 전용 체육관에서 운동 스케줄을 소화했다.
오후 훈련을 마친 뒤 구단에서 자신을 찾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최부식은 직감했다. 그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고 했다.
오프시즌 들어 대한항공에는 변화가 있었다. 새 사령탑으로 박기원 감독이 왔고 장광균 감독대행은 다시 코치로 복귀했다. 기존 코칭스태프에도 변화가 있었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김학민, 곽승석과는 재계약했다.
남는 이가 있으면 떠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오프시즌은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한 선수단 정비 및 정리 시기이기도 하다.
최부식은 '더이상 선수로는 함께 갈 수 없겠다'는 말을 들었다. 그도 은퇴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그 말을 들으니 착잡했다.
팀 코칭스태프 합류도 어려웠다. 이미 코치진 조각이 끝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부식은 "한 시즌 정도는 더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전성기 기량은 지났고 체력과 부상 문제도 있긴 하지만 최부식의 디그와 리시브 능력은 여전하다. 수비와 리시브 보강이 필요한 팀이라면 최부식의 가세만으로 힘이 될 수 있다.
20년 이상을 배구선수로 활동했다. '제2의 인생'을 배구에서 찾으려면 지도자 수업을 빨리 시작하는 것도 좋은 길이다.
최부식은 은퇴 후 확실한 길 하나는 정해져 있다. 선수단을 떠나는 대신 대한항공에서 일반직으로 근무를 하는 것이다.
만약 선수 생활 연장이나 지도자의 길로 방향을 정한다면 그 혜택을 포기해야 한다. 앞서 그런 길을 선택한 선수도 있다. 지난 시즌 여자프로배구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전 대한항공 센터 이영택이 그렇다.
최부식은 "아직까는 향후 진로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가족을 생각하면 회사(대한항공)로 가면 된다. 일단은 안정적인 길이기 때문이다. 중단 없이 배구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도 싶다. 정말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아내를 포함해 가족들은 '그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는 얘기만 건넸다. 진로를 두고 걱정하고 있는 최부식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팀 숙소에 남아있는 짐도 정리를 다 못했다"고 했다. 다시 숙소로 발걸음을 옮기기가 쉽지는 않다.
최부식은 "길게 끌지는 않겠다"며 "좀 더 생각을 해본 뒤 결정을 하겠다. 그렇지만 막상 은퇴라는 사실을 마주하니 진로에 대한 생각이 많아진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시즌 31경기(103세트)에 출전해 리시브 성공률 57.79%을 나타냈고 173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디그 성공률은 81.60%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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