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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위기감·겸손'…정재훈이 부활한 3가지 요인


리그 최고 릴리버 재부상…"폐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 뿐"

[김형태기자] 시즌 초반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는 두산 베어스는 강력한 타선의 힘과 안정감 넘치는 선발진의 힘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여기에 개막 전 '약한 고리'로 지적된 불펜도 리그 정상급 활약으로 팀 승리를 든든하게 떠받치고 있다.

두산 불펜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베테랑 정재훈(36)이다. 롯데 자이언츠를 거쳐 1년 만에 친정팀에 복귀한 정재훈은 시즌 첫 두달을 치른 시점에서 KBO리그 최고의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자리 잡았다.

그의 올 시즌 기록을 살펴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26일 현재 15이닝 이상 던진 구원투수중 최다이닝 2위(31이닝)를 소화하며 가장 뛰어난 WHIP(0.74)를 기록했다. 이닝당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낸 타자가 1명이 채 안된다. 정우람(한화, 0.81)과 함께 유이한 0점대 수치다. 팀이 승리한 경기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한 기록인 홀드 부문에선 14개로 단연 선두다. 2위 윤길현(롯데, 10개)과 차이가 작지 않다. 평균자책점(1.16) 부문과 피OPS(0.448)에서도 역시 단독 선두다.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시즌 초반 리그 최고 구원투수임에 틀림 없음을 알려주는 지표다.

무엇이 그에게 '제2의 전성기'를 가능하게 했을까. 회춘의 요체가 무엇일까. 모두가 궁금해 하는 질문이다.

26일 잠실 kt전에 앞서 정재훈은 두 가지를 들었다. 우선 신체적인 자신감이다. "롯데에 몸담은 지난해에는 주로 2군에 있지 않았나. 물론 2군에서도 공은 던졌지만 몸에 무리가 갈 정도로 부담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체력적으로 나도 모르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4년 시즌 뒤 FA 장원준의 보상선수로 롯데로 이적한 그는 지난해 1군 10경기에서 6.1이닝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존재감은 꽤 위협을 받았지만 몸의 피로는 상당 부분 씻을 수 있었다.

또 하나의 요인은 정신적인 요소다. 그는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그간 구원투수로 오래 뛰다 보니 나도 모르게 경험이랄까 관록이란 게 쌓인 모양이다. 지금도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서 등판할 때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지만 예전에 비해서는 한결 차분해진 느낌이다. 뒤에 훌륭한 마무리 (이)현승이가 있다는 점도 무척 든든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그를 자극하는 건 언제든지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그는 "두산은 고참이라고 해서 설렁설렁 할 수 있는 팀이 아니다. 우리 (김태형) 감독님이 어떤 분인가. 고참이라고, 베테랑이라고 해서 못해도 봐주고 하는 분이 아니다. 조금만 경쟁력이 없다고 여겨지면 바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지금 잘 나간다고 해서 우쭐해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고 했다.

정재훈은 지난해를 끝으로 4년 28억원의 FA 계약이 끝났다. 부상 등의 이유로 1군 등록 기간이 짧은 탓에 FA 재취득 연한에 2년이 모자른다. 지난 겨울 2차 드래프트로 두산에 복귀한 그는 올해 연봉 1억5천만원을 받는다. 몸값대비 성적을 따지는 가성비를 놓고 볼 때 '저비용 고효율'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그와 올 시즌 최고 구원요원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는 정우람(한화)은 올해 연봉만 12억원에 이른다. 정우람은 지난 겨울 4년 84억원에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kt전에서 1.2이닝 1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6-3 승리의 징검다리를 놓은 뒤 그는 "팀에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했다. 그리고 "팀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마음인데 결과가 좋아 더욱 감사한 마음으로 야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친정팀에서 반드시 재기하겠다는 절실한 의지와 조직을 위해 밀알이 되겠다는 겸손한 마음, 정재훈의 부활을 이룬 두 가지 가장 큰 요인이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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