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감독도 한 수 배운 '히메네스의 백업'

[정명의기자] '염갈량'이라 불리는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도 한 수 배운 플레이였다. LG 트윈스의 대역전승 뒤에는 '복덩이' 루이스 히메네스의 멀티 홈런은 물론, 천금같은 수비도 한 몫을 했다.

LG와 넥센의 지난 24일 잠실 경기. 넥센은 3-0으로 앞서던 5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맞았다. 타석에는 대니돈. LG 2번째 투수 최동환을 상대로 대니돈이 2루수 땅볼을 때렸다. 그런데 LG 2루수 정주현이 1루 주자를 잡기 위해 유격수에게 송구한 공이 악송구로 이어졌다.

보통이라면 주자 2명과 타자가 모두 세이프돼 무사 만루가 돼야 할 상황. 하지만 악송구를 잡아낸 3루수 히메네스가 1루에 송구, 대니돈을 아웃시켰다. 대니돈이 한참 늦게 1루에 도착한 결과였다.

상황은 이랬다. 대니돈이 타격 후 중심이 무너지며 타석에 쓰러졌다. 왼쪽 발목이 꺾이다보니 다시 일어나서 1루까지 달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아웃이 됐다. 그렇게 무사 만루가 돼야 할 상황이 1사 2,3루가 됐고 넥센은 2점을 추가해 5-0으로 앞서나갔다.

만약 무사 만루가 됐다면 점수 차는 더욱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니돈이 넘어져준 덕분(?)에 LG는 그나마 실점을 최소화했고, 추격 끝에 결국 8회말 터진 히메네스의 역전 3점포로 9-7 승리를 낚았다.

사소해 보였던 히메네스의 백업 플레이가 다음날인 25일 넥센 덕아웃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날 중계를 맡은 스카이스포츠의 이효봉 해설위원이 염경엽 감독에게 히메네스와의 대화 내용을 들려줬다.

보통 1,2루에서 2루수 땅볼이 나오면 3루수는 3루를 지키고 있는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유격수 뒤로 재빨리 백업을 가 악송구가 나왔을 때 볼을 잡아 대니돈을 1루에서 아웃시킬 수 있었다.

이효봉 위원은 "왜 백업을 갔느냐고 물으니 미국에서 그렇게 배웠다고 하더라"며 "병살 플레이가 된다면 2루 주자는 어차피 3루에서 살기 때문에 3루를 지키는 것보다 악송구에 대비해 백업을 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위원은 "사실 역전 홈런도 컸지만, 그 때 그 백업 수비가 없었다면 넥센이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이를 전해들은 염경엽 감독은 "그렇다면 나도 하나 배운 것"이라며 "그런데 좀 더 디테일하게 생각한다면 타자나 주자에 따라 백업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 같다. 발이 느린 타자라면 충분히 시도해볼 수 있는 플레이"라고 한 단계 더 파고드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왼쪽 발목을 접지른 대니돈은 이날 경기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큰 부상은 아니고 선수보호 차원이다. 염 감독은 "오늘은 아예 경기장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