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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사태…'옛 식구' 염경엽의 벙어리 냉가슴


청천벽력 같은 사건에 곤혹스런 처지…"이럴 때 감독은 제일 힘들어"

[김형태기자] "(강)정호가 유부남이 아닌 게 그나마 다행일까요."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멋쩍게 웃었다. 두산 베어스와 원정경기를 앞둔 6일 잠실구장. 염 감독은 몰려든 취재진 앞에서 그 답지 않게 쩔쩔맸다. 평소 염 감독은 '야구 강의'로 불릴 만큼 취재진과 만나는 시간에 공을 들인다. 야구 이론, 선수 평가, 전반적인 시즌 전망 등에 대해 에두르지 않고 소신껏 말한다. 10개 구단 감독들 가운데 가장 열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날 만은 분위기가 달랐다. 광주일고 직속 후배이자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동고동락한 강정호(29, 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성폭행 파문으로 미국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른 것이다. 약 20명의 취재진과 마주한 염 감독은 괘 곤혹스러워 했다. 모두가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자 "이럴 때가 제일 난감하다"면서 "선수들이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감독이 죄송하다고 해도 팬들이 쉽게 받아들이겠느냐"며 "감독이 책임을 지겠다고 해서 옷을 벗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선수가 사건에 연루되면) 감독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서 참 힘들다"고 했다.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므로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그는 "너무 유명해서 이런 일을 겪는지도 모르겠다. 남들의 눈을 의식하다 보니 공개적으로 여자를 만나지 못하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태평양 건너 이젠 '남의 팀' 선수에게 벌어진 일이지만 전혀 모른체 할 수도 없는 입장. 그렇다고 해서 분명한 추문에 휘말렸는데 무조건 두둔할 수도 없는 처지다. 더구나 이날 이장석 대표 또한 갑작스런 송사에 휘말리면서 넥센은 단숨에 프로야구 최고 화제의 팀이 됐다. "최근 2년간 좋든 나쁘든 여론을 한꺼번에 몰고 다니는 한화 이글스를 제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치열한 순위 싸움 속에 경기 준비만 해도 벅찬 상황에서 후배이자 '옛 식구'에게 닥친 불미스런 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경기가 있으면 무조건 취재진 앞에서 야구와 세상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게 야구 감독들의 '루틴'이다. 사실상 '구단 대변인'까지 맡고 있는 염 감독에겐 너무도 난처하고 가혹했던 오후였다.

그는 "정호가 총각이라서 그나마 다행이다. 만약 아이라도 딸린 유부남이었으면 어쩔뻔 했느냐"며 애써 농담을 던졌지만 쓴 미소만은 거두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넥센은 이날 0-4로 끌려가던 경기를 6-5로 역전승했다. 최근 연승행진을 6경기로 더욱 늘렸다. 우울한 소식만 들리던 하루를 그나마 웃으면서 마감할 수 있었다.

조이뉴스24 잠실=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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