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예견된 계약이었다. 부임 첫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이 '장기집권'의 토대를 구축했다. 전날 팀과 3년 재계약에 합의하면서 김 감독은 오는 2019년까지 잠실구장 1루 덕아웃을 지휘하게 됐다. '가장 베어스 수장답다'는 평을 받는 그는 현 시점에서 두산이라는 팀과 가장 맞아떨어지는 지도자로 여겨진다.
◆화려한 성적
승승장구. 김 감독의 첫 1년 반을 한 마디로 표현해주는 단어다. 지난 2014년 10월21일 두산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부임 첫해부터 특유의 친화력과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워 팀을 재건하는데 성공했다. 전통적으로 베어스 구단과 큰 인연이 없던 왼손투수들을 주력군으로 내세워 무너진 선발투수진을 다시 일으켰다. 승률 0.549(79승65패)로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거침없이 내달리며 팀을 14년 만에 우승으로 인도했다.
올해에는 시즌 초부터 1위를 독주하면서 2년 연속 '가을야구'를 사실상 예약했다. 특히 지난 5월11일 인천 SK전에선 176경기 만에 통산 100승(75패1무)을 달성하면서 최단기간 100승 감독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김 감독은 19일 현재 134승으로 역대 프로야구 감독들 중 34위에 자리했다. 후반기에 반타작(30승)만 한다고 해도 20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원칙은 지킨다
무엇보다 그는 원칙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아무리 중요한 선수라도 열심히 뛰지 않으면 그냥 보고 있지 않는다. 그라운드에선 언제나 최선을 다해야 하며 '하기 싫은 선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제 초보딱지를 갓 떼고 있는 신참 지도자이지만 그는 명확한 자기 철학을 갖고 있다. '야구는 감독이 아닌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소신이다. 감독이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 수는 있어도 역시 선수가 스스로 움직여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단기전은 몰라도 정규시즌은 선수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 감독은 용병 3명을 포함해 투수진, 야수진을 잘 짜서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드는 것 뿐"이라고 평소 강조한다. 시즌 운영에 있어서는 '선수를 가급적 당겨쓰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내가 가장 잘 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선수를 끌어쓰지 않은 거다. 그러고 싶은 유혹이 있었지만 참았기에 가을무대에서 투수들이 제 역할을 해준 것"이라고 말한다. 순리를 거스리지 않되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목격했듯 잡아야 할 경기는 반드시 잡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승부사적 기질도 분명히 있다.
◆삼위일체 운영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구단 안팎에서는 "김 감독 체제가 오래갈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 단순히 팀을 우승시켜서가 아니라 그의 기질과 성향이 현 시점에서 두산이라는 팀과 무척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선수단과의 호흡도 그렇지만 김승영 사장 및 김태룡 단장과의 '케미스트리'가 무척 탁월하다.
프로야구에선 흔치 않은 프런트 직원 출신인 이들 두 임원은 김 감독이 두산(OB) 선수와 코치 시절부터 그를 오랫동안 지켜봤다. 주장 시절 선수들을 하나로 이끄는 모습, 포수 출신으로 경기 전반에 대한 안목이 남다르다는 점에서 오래 전부터 그를 차기 지도자감으로 여겨왔다. 서로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의도를 알아챌 만큼 호흡이 탁월한 이들은 현재 삼위일체로 두산을 이끌고 있다. 김 감독이 1군 선수단의 경기 전략 및 운영을 총괄하면 김 사장과 김 단장은 팀의 장기적인 토대를 구축하기 위해 물밑에서 작업을 한다.
◆"기본이 있는 팀"
이들은 수시로 2군 선수단이 있는 경기도 이천의 베어스파크로 내려가 어린 선수들을 체크한다. 어렵게 운동하는 선수들을 다독이면서 희망을 잃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이다. 이렇게 2군을 통과해 잠실로 선수가 올라가면 치열한 경쟁을 통해 '명마'로 키우는 건 온전히 김 감독의 몫이다. 김 감독은 "두산은 '기본이 있는 팀'"이라는 말을 가끔 한다. 선배와 후배, 프런트와 현장이 서로 지킬 것을 지키면서 조화를 이루는 팀이라는 의미다. 구단 내부를 잘 아는 사람들은 김 감독 체제에선 그 '기본'이 쉽게 깨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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