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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희생' 이호 있어 전북은 2관왕을 꿈꾼다


이호 부상 복귀 후 '닥공' 재가동, 수비 컨트롤로 미드필드 싸움 절대 우위

[이성필기자] "이제 다시는 아프고 싶지 않아요."

올 시즌 시작 전 전북 현대의 전지훈련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에서 만났던 중앙 미드필더 이호(32)는 나이를 먹어가는 자신을 보며 격제지감을 느낀다며 시간 가는 것이 떨린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호는 지난해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클래식 11경기 출전에 그쳤다. 팬들은 최강희 감독에게 경기력이 떨어진 이호를 내치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자신을 향한 싸늘한 시선 속에 이호는 이를 악물고 올 시즌 개막을 기다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올해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보내는 것이 목표"라고 철저한 몸관리를 약속했다.

FC서울과의 개막전에서 이호는 놀라운 활약을 했다. 최강희 감독은 3-5-2 포메이션에서 미드필더 이호를 플랫3의 스위퍼로 후진 배치하는 변칙 전술을 선보였다. 전북은 1-0 승리로 기분 좋게 시즌 스타트를 끊었다. 최 감의 지략과 이호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후 이호는 몸을 끌어 올리며 정상 궤도로 올라서는 듯 했지만 발바닥과 종아리 부상이 찾아왔다. 결국 4월 2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을 끝으로 다시 재활에 들어가야 했다.

속이 타들어갔던 이호는 재활에 집중했고 6월 26일 광주FC전에 복귀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 잡으면서 몸을 던졌다. 공교롭게도 이호가 복귀한 광주전부터 전북의 거칠었던 공격력은 안정을 찾았다. 이호가 공격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 수비시에는 플랫3의 스위퍼로 내려서며 최후의 보루가 됐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호 앞에 김보경-이재성이라는 기술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배치했고 좌우 날개에 레오나르도-로페즈를 장착했다. 원톱은 이종호, 김신욱 등이 번갈아 뛰었다. 포항 스틸러스전 3-0 승리를 시작으로 제주 원정 2-1 승리 등 좋은 흐름을 유지했다.

20일, 다시 만난 서울전도 마찬가지였다. 이호가 서울 패스를 잘라 내면서 앞선의 공격진 5명은 마음껏 서울의 골문을 향해 질주했고 3-2 승리를 거뒀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서울에 완승을 거두며 닥공의 위엄을 뽐냈다. 수비에서는 역삼각형 형태로 서울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최강희 감독은 "이호는 8월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다치지 않고 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이호의 가치를 알렸다.

이호 앞에서 뛴 김보경도 "이재성과 잘 맞춰 뛸 수 있는 것도 (이)호 형이 있어서 가능했다. 전반기에는 수비에 대한 부담이 컸는데 (이)호 형 덕분에 좀 더 기술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호는 "요즘 전북에 늙었다(?)는 소리를 듣는 선수들이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라운드에서는 나이 생각을 하지 않고 뛴다.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이기려는 생각만 하니 나 역시도 잘 뛰게 되는 것 같다"라고 웃었다.

이날 이호 외에도 수비라인에는 조성환(34), 김형일(32) 등 30대들이 부상에서 돌아와 이호와 함게 풀타임을 소화하며 승리에 공헌했다. 공격수 김신욱(28)까지 후반 21분에 투입돼 수비에 열중했다.

이호는 "조성환, 김형일, 김신욱 모두가 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죽어라 뛰었다. 나 역시 오랜만에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이 (우승이라는) 목표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노력하려고 한다. 일단 다치지 않고 계속 뛰었으면 좋겠다"라며 팀에 꾸준히 보탬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조이뉴스24 상암=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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