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합니다."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은 팀 신인 공격수 김건희(21)만 보면 마음이 짠하다. 많은 기대를 안고 수원에 입단했고 데뷔 첫 해부터 골잡이로 능력을 보여주리라 예상했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속앓이를 해야 했다.
대학 시절 U리그는 물론 전국 대회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고려대를 숱하게 우승으로 이끈 김건희였기에 당연히 수원에 와서도 좋은 활약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건희가 수원에 입단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본행을 원하는 그의 부모를 설득해 겨우 입단시켰다. 수원은 마땅한 최전방 공격수가 없어 김건희는 동계 훈련 소화 후 곧바로 실전 투입됐다. 첫 출전 경기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감바 오사카(일본)전이었다. 김건희는 87분을 소화했고 골은 없었지만 좋은 움직임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지난 5월 3일 상하이 상강(중국)전에서 두 골을 뽑아내 골 신고를 했다. 그러나 수원이 16강 진출에 실패하면서 김건희의 두 골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문제는 클래식이었다. 수원은 최전방 해결사가 보이지 않으면서 이른바 극장 경기로 패하거나 비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고르는 부상으로 자주 나오지 못했고 조동건은 기대 이하의 경기로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결국 김건희에게 시선이 집중됐는데 숱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대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서정훈 감독은 "미드필더 권창훈이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큰 선수로 성장을 했듯이 (김)건희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필요하다. 첫 시즌보다 그 다음 시즌에 나아질 것이다"라고 점점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다리던 김건희의 클래식 데뷔골은 출전 16경기 만인 지난달 3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23라운드에서 터져나왔다. 수원이 1-0으로 앞선 전반 13분 산토스의 패스를 놓치지 않고 왼발로 제주 골망을 갈랐다. 경기 이틀 전 조나탄의 부상으로 얻은 선발 출전 기회에서 강력한 한 방으로 서 감독의 기대와 믿음에 부응한 것이다.
골을 넣은 뒤 김건희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흐느꼈다. 동료들이 와서 축하했고 김건희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 팬들은 김건희의 이름을 외치며 감동을 공유했다.
김건희의 데뷔골과 함께 수원은 이날 5-3으로 승리하며 승점 27점으로 10위를 유지했다. 순위는 아직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상위 스플릿 마지노선인 6위 제주(31점)와는 승점 4점 차로 좁혔다. 김건희가 부담을 털어내고 이정수, 조원희 등 맏형들까지 골을 넣어주면서 선수단이 응집하는 효과까지 얻어냈다.
김건희는 "첫 골 때문에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골을 넣고 나니 부담감이 사라졌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다시 이를 막물었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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