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2013년 '로즈 란' 장미란(33)의 은퇴 이후 한국 역도는 침체기에 빠져들었다. 설상가상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이 후배를 폭행하는 불미스러운 일까지 발생해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어려움에 처한 한국 역도에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주부 역사(力士)' 윤진희(30, 경상북도 개발공사)가 일을 저질렀다. 윤진희는 8일 오전(한국 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 센트루 파빌리온에서 열린 2016 리우 올림픽 역도 여자 53㎏급에서 인상 88㎏, 용상 111㎏을 들어 올려 합계 199㎏으로 3위를 차지하며 동메달을 획득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같은 체급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차분한 윤진희는 자신과의 싸움에 나섰다. 운도 따랐다. 용상에서 1~3차 시기를 모두 실패한 리야쥔(중국)이 실격 처리되면서 윤진희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진희는 베이징 올림픽 당시 세계랭킹 2~3위에 오를 정도로 강호로 꼽혔다. 하지만 올해 랭킹은 25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올림픽 동메달 자체가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2012년 은퇴 후 남자 69㎏급 대표 원정식(26, 고양시청)과 결혼한 윤진희는 아이를 낳고 역도와 멀어져 있었다. 그러다 남편 원정식의 현역 복귀 제안에 고민하다 다시 플랫폼에 섰다.
한국 역도가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친 것도 윤진희를 자극했다. 장미란까지 은퇴하면서 이렇다 할 선수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까지 쏟아졌다.
고민하던 윤진희가 현역으로 돌아온 것은 남편 원정식의 부상 때문이다. 원정식은 2014년 9월 22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나섰다가 큰 부상을 당했다. 원정식은 재활을 하면서 아내 윤진희에게 "역도를 같이 하자"라고 제안했고 함께 재활하며 역도로 돌아왔다.
2014년 말 다시 훈련에 돌입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윤진희는 "한국 역도의 현실이 안타깝지만 포기하지 않겠다. 다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라며 각오를 다졌다. 리우에서도 원정식과 함께 훈련하며 서로 힘을 불어넣었다.
힘을 내준 윤진희 덕분에 한국 역도는 동메달로 리우에서 좋은 출발을 알렸다. 윤진희가 역도 첫 주자였다. 윤진희를 시작으로 남은 6명의 한국대표팀 역사들도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두 딸에게 멋진 엄마가 된 윤진희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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