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자력이 아니어도 좋아. 우승만 하면 돼."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은 특유의 '곰돌이 미소'를 방긋 지었다. '떼어 놓은 당상'인 정규시즌 우승을 언제 어떻게 할지는 구단 관계자들의 새로운 관심사다. 19일까지 매직넘버 3을 기록한 두산은 잔여시즌 9경기에서 3승을 거두거나 전패를 하더라도 NC 다이노스가 3패를 할 경우 우승이 결정된다.
두산이 1승을 거두고 NC가 2패를 해도 우승은 결정된다. 두산은 20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을 치른 뒤 21일 경기가 없다. 반면 NC는 20일 수원 kt 위즈전, 21일에는 잠실 LG 트윈스전이 예정돼 있다. 두산이 20일 승리하고 NC가 2연패를 한다면 선수단 모두가 집에 앉아서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을 맞을 수 있다.
가능하면 경기를 이기고 우승하는 게 보기 좋은 그림. 그러나 김 감독은 과정은 상관없다고 했다. 그는 "우승만 하면 된다. 어떤 그림으로 우승하는지는 전혀 관계 없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우승이 유력하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가능하면 빨리 우승을 결정지은 뒤 편안하게 한국시리즈 구상에 들어가고 싶다는 속내를 김 감독은 숨기지 않았다. "우승이 임박했다지만 고삐를 늦출 생각은 없다. 우승이 결정될 때까지는 매 경기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중요한 건 빨리 일이 끝나는 게 좋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대비한 구상의 일단을 살짝 드러냈다. 다음날인 21일 상무에서 제대하는 3루수 이원석과 오른손 투수 이용찬을 22일 곧바로 1군에 등록시킬 계획이다.
김 감독은 "(경찰청에서 전역한) 홍상삼처럼 이원석과 이용찬도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며 "지금으로선 이들 군 제대 3명은 한국시리즈까지 함께 데려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복귀 후 단숨에 팀의 마무리로 부상한 홍상삼처럼 이용찬도 불펜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다. 이 경우 한국시리즈에 맞춰 복귀를 준비 중인 베테랑 셋업맨 정재훈,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 이현승과 함께 두산의 뒷문은 더욱 탄탄해질 수 있다. 필승조 자원만 4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김 감독은 "이원석은 3루수로 기용할 수 있고, 대타로도 상당히 쓸 만하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한국시리즈 명단 28명에 이들 3명이 추가될 경우 제외되는 선수가 나올 수밖에 없다. "현재 멤버 가운데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겠다"는 말에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그래야 할 것 같다"며 다소 안타까워 했다.
시즌 내내 함께 고생한 선수 일부를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제외하는 건 사령탑으로서 쉽지 않은 일. 그만큼 예비역 3인방에 대한 김 감독의 기대와 믿음은 무척 돈독해 보였다. 물론 한국시리즈까지는 아직 날짜가 넉넉하게 남았고, 계획의 변경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선택의 폭은 넓고 생각할 시간은 무척 많다. 우승을 목전에 둔 사령탑의 또 다른 여유인 셈이다.
이날 두산이 삼성에 승리하고 NC가 kt에 덜미를 잡히면서 두산의 매직넘버는 1로 줄어들었다. 21년 만의 정규시즌 우승이 말 그대로 '코 앞'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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