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23과 17'. 롯데 자이언츠가 27일 현재까지 올 시즌 기록한 세이브와 블론세이브 숫자다. 롯데는 KBO리그 10개팀 중에서 한화 이글스와 함께 팀 세이브 수가 가장 적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검증된 마무리 손승락을 데려오긴 했지만 그는 18세이브를 올리고 있다.
블론세이브로 구원에 실패한 부분도 있지만 마무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비교적 많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다. 롯데는 손승락과 함께 불펜 요원 윤길현도 FA로 데려왔다. 박빙 상황에서 버티는 힘을 얻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손승락이 18세이브, 윤길현이 2세이브 15홀드를 기록하고 있으나 둘이 합작한 블론세이브가 13개나 된다. 롯데의 고민은 여기에 있다.
롯데는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경기에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고 9-7로 이겼다. 경기 결과는 좋았으나 과정을 살펴보면 만족스럽지 않다. 4-5로 쫓아간 상황에서 추가 실점한 부분은 롯데 중간계투진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다.
선발 등판한 노경은이 2이닝 4실점한 뒤 조기 강판됐다. 박시영, 배장호, 홍성민을 올려 추가실점을 한 점으로 묶으며 추격의 발판을 닦은 것까지는 좋았다. 그 이후가 문제가 됐다.
8회초 롯데 벤치는 윤길현을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렸다. 어떻게든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마지막 반격을 노린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윤길현은 또 기대에 못미쳤다.
그는 선두타자 이진영에게 2루타를 맞았다. 후속타자 오정복을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으나 이어 타석에 나온 김선민에게 안타를 내줘 2, 3루로 몰렸다. 롯데는 다시 한 번 투수교체 카드를 꺼냈다.
올 시즌 불펜에서 마당쇠 노릇을 하고 있는 베테랑 이정민이 윤길현을 대신해 등판했지만 이해창과 이대형에게 안타를 맞았다. 윤길현이 내보낸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점수 차를 유지하려던 계획은 틀어졌고 오히려 4-7로 더 벌어졌다.
kt 마운드가 8회말 난조에 빠지지 않았다면 그대로 경기가 끝날 분위기였다. 8회말 대거 5점을 뽑아내 역전한 롯데 입장에서는 이겼어도 찜찜한 구석이 남아있는 이유다. 롯데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만한 중간계투진을 구성했었다.
확실한 마무리는 없었지만 좌·우완을 비롯해 사이드암 등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로 불펜진을 꾸렸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일이 됐다. 좌완 스페셜리스트 역할을 하던 이명우와 강영식은 각각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전력 외가 됐고 김성배(두산 베어스) 김승회(SK 와이번스) 심수창(한화) 최대성(kt) 등은 더이상 롯데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다.
그나마 분업화가 잘 됐던 불펜진은 지난해부터 흐트러지기 시작했고 올 시즌도 그렇다. '필승조' 역할을 기대하고 데려온 윤길현을 '추격조'로 내보내는 현재 상황이 대표적이다.
수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베테랑 이정민이 힘을 내고 있고 박시영과 박진형이라는 새얼굴을 발굴했다. 후반기 1군에 합류한 배장호도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시즌 이들이 확실한 불펜 요원으로 자리를 잡아줄 것이라고 장담은 할 수 없다. 윤길현과 손승락이 각각 중간과 마무리에서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같은 고민은 또 계속될 수 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윤길현과 관련해 "구속과 컨디션 모두 괜찮은데 좋지 않은 결과가 이어지다보니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걱정했다. '가을야구'가 물건너간 마당에 심적으로 지치고 압박을 받고 있는 투수를 계속 올리는 것보다 다른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내년을 위해서라도 윤길현에게는 마운드에 오르는 것보다는 휴식이 더 필요할런지 모른다.
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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