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울리 슈틸리케(62)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원톱 경쟁이 불붙었기 때문이다.
축구대표팀은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카타르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차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3일 소집돼 훈련하고 있는 대표팀은 '선 수비 후 역습'에 기반을 둔 수비 축구를 들고나올 것이 뻔한 카타르의 스타일에 말려들지 않기 위해 비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화두는 '침대 축구' 예방이다. 카타르에 선제골을 내주면 흐름상 한국이 조바심을 느끼며 힘든 경기를 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지난 2013년 3월 2014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만났을 당시 카타르는 후반 18분 동점골을 넣으며 1-1 상황이 되자 대놓고 그라운드에 넘어져 시간을 끌었다.
추가시간 5분이 주어졌는데 카타르 선수들이 연이어 넘어지며 시간을 끌자 1분의 추가시간이 더 생겼다. 한국은 종료 직전 터진 손흥민의 결승골로 겨우 2-1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지난달 8일 시리아와의 말레이시아 세렘반 중립 원정 경기에서 한국은 침대 축구에 약점을 노출하며 0-0으로 비겼다. 후반 중반 체력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시리아의 역습에 애를 먹기도 했다.
이런 고민의 해결법은 결국 이른 선제골이다. 이번 카타르전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먼저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특히 최전방 공격 자원들의 투쟁심이 불을 뿜고 있다.
카타르전에는 김신욱(28, 전북 현대), 석현준(25, 트라브존스포르), 지동원(25, 아우크스부르크) 등 세 명의 공격 자원이 출격 대기하고 있다. 중국, 시리아전에서는 지동원 홀로 원톱을 소화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세 공격수 모두 흐름이 좋다. 김신욱은 최근 K리그 클래식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 4골 1도움을 기록 중이다. 196㎝의 장신으로 제공권 싸움에서 우위를 보이고 발로도 골, 도움을 모두 기록하며 자신의 경쟁력을 증명 중이다.
김신욱 카드는 대표팀에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판단이다. 최근 많은 경기를 뛰어 체력 회복의 필요성이 크다고 본 슈틸리케 감독은 "48시간 내 회복이 중요하다. 정상 훈련은 수요일(5일)이 전부다. 어떻게 회복해 컨디션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라며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표현했다.
손흥민은 절친 김신욱에 대해 "우리팀에 꼭 필요한 자원이다. 중동의 잔디 사정이 나쁘고 침대 축구까지 생각하면 꼭 있어야 하는 카드다. 더 많은 공격 옵션이 생기게 할 수 있다"라고 그의 효용 가치를 설명했다.
지동원도 분위기는 좋다. 대표팀 소집 직전인 지난 1일 RB라이프치히와의 분데스리가 6라운드에서 골맛을 봤다. 정규리그로만 따지면 지난 2014년 1월 25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전 이후 2년 9개월여 만의 골이다. 리그컵 등 모든 대회를 포함하면 2015년 11월 6일 AZ알크마르(네덜란드)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의 1골 1도움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미 중국과 1차전에서 측면으로 넓게 움직이며 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골에 도움을 기록하는 등 이타적인 공격수라는 것을 확인시켰던 지동원이다. 제공권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했다. 그 역시 원톱 경쟁에서 밀릴 생각이 전혀 없다.
석현준도 리그컵인 터키컵 2라운드 아르다한스포르전에서 골을 넣는 등 경기 감각을 회복했다. 거칠기로 소문난 터키 수페르리가 정규리그 4경기 연속 풀타임 소화로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에 부응했다. 힘이 넘치는 석현준은 지난 6월 체코 원정 평가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슈틸리케 감독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들 세 명은 각각 A매치를 38회(지동원), 32회(김신욱), 10회(석현준) 소화했다. 경험에서는 지동원과 김신욱이 앞서지만, 리우 올림픽까지 뛰었던 석현준의 기량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2선 공격진과의 연계도 모두 좋은 편이다. 특히 키플레어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손흥민과의 호흡도 문제가 없다. 지동원은 중국전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골로 연결짓는 호흡을 보여줬다. 김신욱은 손흥민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사이다. 석현준도 체코전과 올림픽을 통해 손흥민과 발을 맞춰봤다.
각자 경쟁력을 내세우는데도 주저함이 없다. 김신욱은 "그들(석현준, 지동원)과 나는 다른 유형이다. 좀 더 수비 지향적인 팀에 강하다"라며 자신을 어필했다. 석현준은 "(지)동원이는 빠른 스피드와 드리블이 있고 (김)신욱이 형은 공중볼이 위협적이다. 나는 열심히 뛰어야 한다. 체력은 많이 올라왔다"라며 자신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지동원도 "어릴 때는 잘 몰랐는데 지금은 책임감이 커졌다. 감독님이 잘 짜시겠지만, 각자의 좋은 점을 잘 조합해서 나가 이겼으면 좋겠다"라며 또 한 번 기대에 부응하고 싶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조이뉴스24 수원=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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