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1천273m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은 오직 남자들만 입장한 10만 구름 관중의 함성으로 상대팀의 기를 죽인다. 최근 좌석 변경 등으로 8만석으로 줄었다고는 하지만 원정팀에 큰 위압감을 주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하단 동영상 참조)
11일 밤 한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조별리그 4차전을 치르는 이란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훈련 장소와 시간을 꼭꼭 숨겼다. 최대한 노출을 피해 한국에 보이지 않는 공포감을 선사하겠다는 의도가 다분하다.
한국대표팀 슈틸리케호는 1974년 이후 42년 동안 이어진 이란 원정 2무 4패의 열세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을 선택했다. 최소 무승부를 얻어내겠다는 전략이다. 패한다면 향후 조별리그 전략 수립에 머리가 아프겠지만, 어떻게든 승점을 얻어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선두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처럼 공격 성향의 선수가 많은 팀은 수비가 중요하다. 좀 더 신중하게 이란전을 준비하겠다"라며 실리적인 접근을 시사했다.
한국 대표팀 사령탑 부임 후 치렀던 2014년 10월 이란 원정 친선경기의 기억도 선명하다. 당시 슈틸리케호는 경기를 주도하고도 이란의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며 0-1로 졌다. 공격적으로 달려들다가 의욕만 넘치고 결과를 얻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역대 테헤란 원정을 봐도 1977년 이영무(현 고양 자이크로 대표이사)의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두 골과 2009년 박지성의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 한 골이 이란 상대 얻어낸 골의 전부다. 무득점으로 끝내는 경기가 많았다. 심리적인 위축과 육체적인 피로를 동시에 겪으니 정상적인 경기가 힘들다.
경기장이 위치한 고도만 따져본다면 그리 높지 않은 것처럼 여길 수 있지만 건조한 기후로 공기 밀도가 낮아져 호흡 자체가 힘들기 때문에 전력으로 뛰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선제골을 넣으면 드러누워 침대 축구로 지키는 이란의 전술을 역이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자디 스타디움의 잔디 상태는 슈틸리케 감독이 원하는, 점유율을 높이는 패싱 축구 구사가 가능하다.
경기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한 이번 테헤란 원정이다. 때문에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 현대)은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필요 자원이다. 이란은 피지컬에서는 아시아 최고 수준이다. 김신욱은 2012년 최종예선 당시 이란 수비진에 겹겹이 쌓여 넘어지고 밀리기를 반복하면서도 풀타임을 소화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 경험을 살려 공간을 넓게 만들어주며 희생하는 모습을 90분 내내 보여줘야 한다. 만약 후반 조커로 투입된다면 헤딩 기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골을 넣는 과정에서 해내야 하는 역할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내용과 결과를 다 얻는 것이 최상이겠지만 어느 때보다 결과가 중요한 이란 원정이다. 슈틸리케호가 이제 뭔가를 보여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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