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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승 우리카드, '김은섭 카드' 통했다


부상 결장 주전 센터 박상하 빈자리 잘 메워, 높이서 힘 보태

[류한준기자] 운동이, 배구가 지겨웠다. 그래서 미련없이 배구공을 손에서 놨다. 그런데 코트를 떠나 밖에 나와보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우리카드 센터 김은섭은 먼 길을 돌아 코트에 다시 섰다. 그는 19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 OK저축은행의 경기에서 박진우와 함께 우리카드의 선발 센터로 1세트부터 코트에 나왔다.

김은섭은 6점을 올렸다. 눈에 띄는 기록은 아니었지만 1세트 초반 우리카드가 높이에서 OK저축은행에게 밀리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맡았다. 상대 공격을 두 차례 가로막는 등 블로킹 4개를 잡았다. 우리카드는 OK저축은행에게 3-0으로 승리를 거뒀는데 높이 대결에서 우위를 점한 것이 주요 승인이었다.

우리카드는 팀 블로킹 성공 개수에서 12-7로 앞섰다. 김은섭이 그 한 부분을 담당한 것이다.

그는 고교시절부터 장신 공격수로 배구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하대 재학 시절에는 성인국가대표팀에 뽑혀 태극마크를 달 정도로 기대주로 꼽혔다.

하지만 대한항공에 입단해 V리그에 데뷔한 뒤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 운동에 흥미를 잃고 방황했다. 상무(국국체육부대) 전역 후에도 마음을 잡지 못했다. 그는 유니폼을 벗고 일반인이 됐으나 갈 곳은 역시나 코트였다. 그렇게 곡절을 겪었던 김은섭이 돌아온 코트에서 존재감을 알렸다.

김은섭은 이날 OK저축은행전이 끝난 뒤 취재진과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아직도 떨린다"며 "경기가 끝났지만 아직도 계속 뛰고 있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은섭은 지난 6월 20일 우리카드 문을 직접 두드렸다. 자유 신분이 된 김은섭에 대해 관심을 보인 구단 중 하나였기 떼문이다. 김상우 감독은 먼저 테스트를 제안했고 팀 훈련을 버텨낸다면 정식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붙였다.

김은섭은 "정식 선수가 아니라 급여는 없었지만 다시 배구를 할 수 있는데다 숙식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특히 무더웠던 지난 여름,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김은섭은 지난 8월 정식 선수 계약을 맺었다.

코보컵 대회를 통해 코트 복귀전을 이미 치른 김은섭은 오랜만에 다시 V리그 정규시즌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다시 코트에 서고 동료들과 함께 연습을 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 공백 기간이 길었다"며 "쉬는 동안 운동을 한 것도 아니고 정말 그냥 놀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처럼 운동해서는 안된다는 걸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2, 3배 더 열심히 운동하겠다"며 "올 시즌 목표는 따로 없다. 팀이 경기에서 많이 이기고 거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을 뿐"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김상우 감독은 "박상하와 박진우 두 센터의 뒤를 받칠 백업 전력 보강이 필요헤 김은섭 영입을 결정했다"며 "장신 선수로 움직임이 워낙 좋다.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감각을 되찾을 것"이라고 가대했다.

우리카드는 팀 창단 4시즌 만에 처음으로 V리그 홈 개막전에서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김은섭에게도 배구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경기가 됐다.

조이뉴스24 장충체육관=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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