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수기자] "그날 이후 매일 마음 속에서 도덕 수업 중이에요. 4교시 예능 수업만 빼고."
개그맨 이수근(41)이 우리 곁으로 돌아온지 1년반의 시간이 흘렀다. 늘 곁에 있었던 것같은 친근한 존재감으로, 변함없는 재기발랄한 입담으로, 남다른 순발력과 재치로 이수근은 다시금 TV의 한가운데 섰다.
2015년 6월15일, 이수근은 그날을 잊을 수 없다. 넘어진 상태에서 발길질 당하는 기분으로 2년을 버텼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날이기 때문이다. 이수근은 KBS N SPORTS 당구 프로그램 '죽방전설 시즌1'으로 복귀했다. 방송인 이수근, 아니 인간 이수근의 인생 2막을 새롭게 여는 순간이었다.
"제대로 막을 다시 열었죠. 잘 나가던 공연장을 하루아침에 쓸데 없는 일로 문을 닫고 2년을 보냈죠. 이제 리모델링하고 막도 새로 치면서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는 중이에요. 물론 손님들이 찾아오느냐 마느냐는 제가 얼마나 다양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린 거라고 봐요. 제 역할은 그저 웃음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 뿐입니다."
그 사이 이수근은 좋은 목소리로 오래 방송하기 위해 담배를 끊었고,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술을 줄였다. 매일매일을 기억하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을 들였고, 일찍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는 "점차 변하는 모습에 아내가 놀라고 매니저가 놀라더라"며 겸연쩍게 웃음지었다.
"예전엔 촬영이 길어지면 구시렁거리고, 투정도 부렸어요. 지금은 카메라 앞에 서는 자체가 설레고 행복하고 감사해요. 내가 누군가를 웃음짓게 한다는 것이 즐거워요. 물론 흔들림은 계속 있어요. 쓸데없는 고민과 걱정에 밤잠 설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스스로 이겨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윤형빈·김병만·전현무·이수만 회장 등…고마운 사람 많아
이 자리에 다시 돌아오기까지, 이수근은 고마운 사람이 참 많았다. 무뚝뚝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휘재는 잦은 전화로 힘을 실어줬고, 강호동은 틈나는 대로 영상통화로 그의 근황(?)을 살폈다. 가끔 찾아와서 소주 사주던 김구라, 금전적으로 어려울 때 두말없이 도와준 전현무, 그리고 늘 자신의 걱정을 달고 살았던 친구 김병만까지….
그는 "감사함에 대한 빚을 안고 평생 갚아야 겠다는 생각이다"며 "그러기 위해 더 건강해져야 된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들을 열거하는 와중에 이수근은 두 사람의 이름을 두고 잠시 주춤했다. 바로 개그맨 윤형빈과 SM엔터 이수만 회장.
그는 "윤형빈에게 참 고맙다. 쉬는 동안 (개그)감 떨어지지 말라고 부산 공연장에 설 기회를 만들어줬다"며 "이수만 회장님은 회사 계약한지 얼마 안됐는데 자주 연락주시고, 쉬는 동안 정신적으로 안정 찾게 도움을 많이 주셨다"고 고마움을 재차 드러냈다.
시청자들은 냉정하다. 특히 재미와 웃음에 있어서는 냉혹하기 그지없다. 이수근 역시 이 지점에서 멈칫했다. "'저럴거면 왜 다시 돌아왔어?'라는 평가를 듣게 될까봐 끔찍했다"면서도 "나 스스로 믿는 한가지, 다른 건 몰라도 웃음 주는 일만큼은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라는 믿음과 자부심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사람 열받게 하는 기술은 수백 가지지만 웃음 주는 기술은 몇 개 안돼요. 그건 세월이 흐르고 공백기간이 있더라도 변하지 않는 제 원천기술이죠. 도를 넘지 않는 웃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웃음을 주고싶어요."
현재 이수근이 활약 중인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개. JTBC '아는 형님' '이달의 행사왕', KBS 2TV '구석구석 숨은돈 찾기', tvN '예능인력소', tvNgo '신서유기 시즌3' 등이다. 이중에서 이수근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아는 형님'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국민일꾼'으로 뜨겁게 활약했던 이수근은 '아는 형님'에서 전천후 에이스로 활약 중이다.
특히 이수근은 남다른 순발력과 뛰어난 콩트연기로 단연 돋보이는 인물. 강호동의 오른팔인 동시에 강호동 저격수로의 활약도 뜨겁다.
이수근은 "'아는 형님' 초창기 때 우리끼리 정말 재밌었다. 냉면 싸대기하고 중2병 재현하면서 우리끼린 난리났었다"라며 "한 주 더 할 수 있을까, 마지막 체력이 임박하지 않았을까 우려할 때 그룹 아이오아이가 나왔고, 전환점이 됐다. SNS에 짤방이 유행하고 입소문을 탔다"고 말했다.
"초반 멤버 세팅할 때 제작진이 잘 할 수 있겠냐고 묻더군요. 우려가 있으셨겠죠. 그래도 믿어줘서 고마워요. 초창기엔 '왜 이수근' '이수근 뭐지' 같은 댓글이 많았어요. 반면 요즘은 '잘했어'라며 어깨 토닥여주는 분위기예요. 그래서 8시간 녹화에도 늘 뿌듯하고 흐뭇해요."
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liang@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