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은 '피겨 여왕' 김연아의 은퇴 이후 새 얼굴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연아를 따라가려 노력하고 있는 박소연(19, 단국대), 최다빈(16, 수리고), 김나현(16, 과천고) 등이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메달권 진입 여부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다.
이 때문에 김연아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 장면을 보고 자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이른바 '김연아 키즈'들에게 기대의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영(12, 문원초), 김예림(13, 도장중), 임은수(13, 한강중) 등 신예들이 대표적인 유망주들이다. 창간 12주년을 맞이한 조이뉴스24는 이들 가운데 표현력이 좋기로 소문난 임은수를 만나 꿈과 희망을 함께 노래했다.
<①에서 계속…>
[이성필기자] 임은수는 태릉 빙상장에서 연습하고 있다. 국가대표가 되면 시간을 배정받아 정기적인 연습이 가능하다. 김연아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난 뒤 피겨 전용경기장 건립이 금방이라도 될 것처럼 보였지만 이는 신기루였다. 아무리 김연아 효과가 커도 후배들을 위한 전용경기장은 여전히 꿈으로만 남았다.
피겨 유망주들은 여전히 야간, 새벽 시간대 일반 빙상장에서 훈련에 열을 올린다. 시설 이용료도 한 달에 수백 만원이 들어간다. 특정 지도자 밑으로 들어가 훈련해야 그나마 단체 할인으로 비용이 조금 덜 드는 편이다.
태극마크 달아야 마음대로 훈련하는 현실
임은수는 "늘 정해진 시간에 일정하게 훈련을 할 수 있어요. 그것이 대표선수의 장점인 것 같아요. (밖에서는) 그런 것이 힘든데요, 지금이야 정해진 시간에 훈련하니 어려움은 없어요"라고 말했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니 당연히 부상 걱정도 던다. 김연아는 고관절 부상에 시달렸다. 박소연의 라이벌이었던 김해진은 뼈가 자라는 속도를 근육이 따라가지 못했고 체형 변화가 빠른 상황에서 딱딱한 빙질에서 훈련하다 허리 부상을 당했다. 무릎과 허리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빙상장의 상태는 기술 연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임은수는 김연아가 무결점 기술의 출발점이자 고득점을 위해 활용했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몸에 익히고 있다. 김연아의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기술 성숙도는 떨어지지만, 점프 비거리나 높이는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이 피겨계의 평가다.
고난도 점프를 구사하려면 아무래도 무릎과 허리에 충격을 받게 마련이다. 손짓과 표정 등 표현력까지 세심하게 가다듬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정된 기술은 기본이다. 이 모든 것은 좋은 환경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시간에 쫓기며 훈련하면 될 것도 안된다.
임은수는 "쇼트는 점프 구성이 3개니까 부담이 없지만, 프리스케이팅은 그렇지 않아요. 기술적으로 잘 익히려면 시간이 좀 더 지나야 할 것 같고요. 아직 몸에 완벽하게 익은 것은 아니니까 더 잘 해야죠"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주니어 레벨에서 임은수의 표현력은 최정상급이다. 점프들이야 여전히 자신의 것들로 만드는 과정이지만 나쁘지 않다는 평가다. 김연아가 연기 마지막 부분에서 최고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데 활용해 팬들을 홀렸던 체인지풋콤비네이션 스핀, 레이백스핀은 임은수도 레벨4로 인정 받고 가산점도 챙기고 있다. 플라잉 카멜 스핀과 스텝 시퀀스도 조금 더 좋아지면 레벨4 수준에 오르는데 문제가 없다.
롤모델-"연아 언니는 당연! 애슐리 와그너 자신감 좋더라고요"
태릉 빙상장에서 훈련하는 기회를 더 많이 얻기 위해 임은수는 연습에만 몰두 중이다. 어머니 이규숙(41) 씨는 조용히 한 켠에서 임은수의 훈련을 지켜볼 뿐이다. 임은수는 손짓, 발짓, 점프 등을 세세히 점검하며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는 "아직 아픈 곳은 없어요. 그냥 편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내년 1월 예정된) 종합선수권대회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대회가 한참 남아 있으니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제어를 해야 하고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마냥 긴장을 푸는 것은 아니에요"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중학생이지만 훈련에 묶이다보니 자유로운 일상생활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떡볶이도 먹고 싶을 것이고 놀러도 다니는 또래 친구들이 부럽지는 않을까. 이런 질문에 임은수는 쿨한 태도를 보이며 기자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부럽지 않으면 거짓말이지만 운동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에요. 주말에는 한 번씩 나가서 놀고 집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해요. 중요한 것은 제가 선택한 것이지 (자유를) 포기한 것은 아니에요. 이 선택에 후회는 없어요. 이미 (피겨를) 시작했는데 말이죠."
임은수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김연아야 당연한 동경의 대상이다. 아울러 지난 3월 미국 보스턴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은메달을 획득한 애슐리 와그너(25, 미국)를 가장 존경하고 있다. 왜 그럴까.
"(김)연아 언니야 누구나 다 닮고 싶은 인물이니까 더는 표현을 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두 번째로는 와그너인데 점프 비거리나 이런 것을 보기보다는 동작이나 표현 등 눈빛을 보면 자신감이 나오는 것 같아요. 다른 것들도 다 해야 하고 기술 구사에 정신이 없을 것 같은데도 할 것은 하더라고요."
임은수는 2022 베이징 올림픽 포디움(시상대)에 서는 것이 목표다. 2018 평창 올림픽은 기술적 성숙도나 경험 면에서 박소연, 최다빈 등 언니들에게 밀리는 데다 자격이 된다 해도 나이 제한으로 나설 수 없다. 그래서 베이징 대회에서 러시아, 일본, 미국 등의 선수들과 맞서 경쟁하며 웃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유영, 김예림 등 동료이자 경쟁자들과 함께 포디움에 오른다면 더 바랄 것도 없다.
자신 있게 성장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겨눈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니어 국제대회에서 심판진에게 자신의 얼굴을 많이 알려야 한다. 심판들과도 어떻게 보면 심리전을 벌이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올림픽 금메달 획득을 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가 각종 대회에서 완벽한 기술 구사와 매혹적인 표현력으로 '클린 연기'에 대한 믿음을 꾸준히 심어줬기 때문이다.
임은수는 "베이징에 가기 전에 대회도 많고 할 것도 많아요. 자주 (국제대회에) 나가서 심판들에게 올림픽에 내가 나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랑프리 7차에서도 가장 큰 소득도 심판진에게 임은수라는 이름을 알린 것이에요"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아직은 연기 도중 실수가 많은 단계다. 실수를 통해 배우면서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게 마련이다. 임은수는 "늘 하던 대로 클린 연기만 하고 싶어요. 너무 많이 실수해서 그만하고 싶은 정도니까요. 점수도 잘 나오면 좋겠지만 그건 제가 예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것도 아니니까요. 점수가 잘 나오지 않으며 어쩔 수 없고 반대면 더 좋은 거 아니겠어요"라며 간단하게 생각을 정리했다.
임은수는 피겨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며 성장하고 싶을까. 꿈 많은 소녀는 아주 명료했다.
"그냥 자신 있고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크게 바라는 것은 없어요. 아! 저녁에 또 연습하러 가야 해요."
<끝>
조이뉴스24 태릉=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