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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하며 '할 수 있다'를 증명한 안현범-정조국


가족 생각하며 뛴 두 사람, 영플레이어상-MVP로 웃었다

[이성필기자] "3년 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호텔에서 접시를 닦을 때가 엊그제다. 그 때 나도 몇 년 뒤에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런데 맛있는 밥보다 더 맛있는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

8일 열린 2016 K리그 대상 시상식에서 안현범(22, 제주 유나이티드)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호텔 접시닦이 생활 경험을 전하며 "조금이나마 나처럼 어려운 사람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줬으면 한다"라는 수상 소감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안현범은 고교 축구 명문 부평고 출신이다. 축구부 회비를 내지 못해 쫓겨난 경험도 있다. 돈을 벌기 위해 호텔에서 접시를 닦고 부식 재료를 운반하는 등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택배 일을 하면서 체중이 빠지기도 했다. 회비를 내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했다.

지난해 울산 현대를 통해 프로로 데뷔한 안현범은 나름대로 가능성을 엿보였고 제주로 이적을 선택했다. 조금이라도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옮겼지만 그런 선택의 이면에는 늘 떠오르는 한 사람을 위해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컸다. 누나 안현지(24) 씨를 위해서다.

안현지 씨는 운동하는 안현범의 뒷바라지를 위해 고교 시절부터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나르는 일부터 시작해 어느새 최연소 매니저까지 됐다고 한다. 올해 초반 안현범이 연골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낼 때도 그는 누나를 생각하며 버텼다.

결국 28경기 8골 4도움의 빼어난 활약을 펼친 안현범은 영플레이어상을 품에 안았다. 그는 "힘든 순간마다 누나를 떠올렸다. 누나는 내게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부상을 당했을 때에도 누나를 생각하며 버텼다. 만약 내가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지금보다는 노력을 적게 하지 않았을까"라며 자신을 위해 희생한 누나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안현범이 누나의 힘으로 일어섰다면 정조국(32, 광주FC)은 아내인 탤런트 김성은(33) 씨와 아들 태하(6) 군을 위해 뛰었다. 결혼 후 김성은 씨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정조국을 내조했다. 정조국은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하느라 태하의 성장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다.

신인왕 출신 유망주였던 정조국은 기대보다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해 차가운 시선에 시달렸다. 결혼 후 눈에 띄는 활약을 못하자 연예인 출신 부인이 정조국의 기량 저하에 영향을 끼쳤다는 근거 없는 비난도 쏟아졌다. 이런 일을 감당하며 운동하는 것은 온전히 정조국의 몫이었다.

정조국은 최근 조이뉴스24와의 창간 12주년 인터뷰에서 "아내에게는 정말 미안한 마음 뿐이다. 나를 위해 자기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희생했다. 정말 엄마는 위대하다"라며 아내에 대한 애특하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광주로 팀을 옮긴 올 시즌, 정조국은 화려하게 부활했다. 20골을 넣으며 득점왕에 올랐다.

이번 K리그 대상 시상식은 정조국을 위한 잔치 무대였다. 득점왕과 베스트11상을 수상한 정조국은 최고의 영예인 MVP까지 받아 3관왕에 올랐다. 수상 후 정조국은 아내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을 쏟아냈다. 정조국이 어려운 시기를 인내하며 버틸 수 있었던 데는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인 아내가 있었던 것이다.

정조국은 시상자로 시상식에 함께 참석한 아내를 꽉 안아주는 것으로 그동안의 고생을 모두 잊게 했다.

안현범이나 정조국이나 가족에 대한 사랑의 힘으로 어려움을 참아내며 값지고 아름다운 성과로 보상을 받았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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