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한준기자] 흥국생명 이재영이 이름값을 제대로 했다. 그는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원정경기에서 선발 레프트로 나와 러브(36점)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23점을 올렸다.
이재영과 러브의 활약을 앞세운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을 3-1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전날(19일) GS칼텍스에게 1-3으로 덜미를 잡힌 IBK기업은행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이재영은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가진 공식 인터뷰에서 "오늘 승리를 거둔다면 1위로 올라선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좋은 결과를 얻어 만족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에게는 소속팀 승리와 함께 더 기분 좋은 일이 있었다. 쌍둥이 동생으로 현대건설에서 뛰고 있는 이다영의 공격을 직접 블로킹으로 잡아냈기 때문이다.
이다영은 2세트 도중 세터에서 라이트로 자리를 이동했다. 양철호 현대건설 감독은 황연주를 대신해 또 다른 세터 염혜선을 교체 투입했고 이다영이 황연주가 빠진 라이트 자리로 갔다.
이다영이 시도한 첫 공격을 이재영이 가로막았다. 이재영은 "(이)다영이는 고등학교 시절 공격을 종종 했었다. 그래서 스파이크를 때릴 때 습관이나 주로 때리는 코스를 알고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V리그로 와 소속팀이 달라지기 전까지 둘은 같은 학교를 계속 다녔다. 진주 중산초등학교-경혜여중-선명여고를 거치며 10년 이상 세터(이다영)와 공격수(이재영)로 함께 손발을 맞췄다.
이재영은 "내가 스파이크를 시도할 때 다영이가 전위에 있으면서 블로킹으로 종종 가로막은 적이 꽤 있다"며 "오늘 그 때 당한 걸 되돌려줘서 더 짜릿한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다영이가 스트레이트로 때리는 건 리베로 한지현 언니를 믿었다"며 "지현 언니가 그 방향은 커버해줄 거라고 봤기 때문에 크로스를 계속 견제한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다영을 라이트 공격수로 활용했던 양철호 감독은 "라이트 출전이 다영이를 공격수로 돌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오늘 라이트 쪽 공격이 너무 안풀렸다. 블로킹과 2단 연결에서 장점이 있는 다영이를 그래서 라이트 쪽으로 돌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다영이는 당연히 세터로서 집중해야 한다. 블로킹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갖고 있는 장점을 살리는 길도 낫겠다고 판단했다"며 "앞으로 10년은 더 뛰어야 하고 한국 여자배구 세터 계보를 이어야 할 선수다. 두 가지 포지션 소화 능력도 갖춘다면 장점이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박미희 흥극생명 감독도 이다영에 대해 "재능이 정말 많은 선수"라며 "블로킹, 공격 능력 모두 다 갖추고 있다. 다영이가 라이트로 뛰는 것에 대한 대비는 당연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두 팀의 경기는 이재영-이다영 외에 또 다른 자매가 나란히 코트에서 섰다. 흥국생명 센터 김수지와 세터 김재영이다. 김재영이 3세트 교체로 코트에 투입돼 언니 김수지와 손발을 맞췄다. 둘은 현대건설 시절에도 함께 뛴 경험이 있다.
조이뉴스24 /수원=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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