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힘들게 반환점을 돌았다. 더는 만만한 월드컵 최종예선이 없다는 것도 극명하게 확인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 동안 3승 1무 1패, 승점 10점(8득점 6실점)을 기록했다. 본선 직행 마지노선인 2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2차 예선까지는 승승장구했다. 미얀마, 라오스, 레바논, 쿠웨이트 등 상대적으로 약체들이 많았고 8전 전승, 28득점 무실점 기록을 내며 최종예선으로 향했다. 껄끄러웠던 레바논 원정도 무사통과를 하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최종예선은 현실이었다. 6월 유럽 원정에서 슈틸리케호는 냉엄한 현실을 확인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는 스페인에 1-6으로 완패하며 위기감이 치솟았다. 다행히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전에선 2-1로 이기며 다소 나아진 모습이었다.
두 경기를 통해 한국은 이상적인 축구와 현실 사이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여줬다. 스페인의 뛰어난 경기 조율에 체력을 앞세운 축구는 무용지물이었다. 아시아에서는 철옹성이었던 수비도 스페인의 공간 활용에는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스페인을 상대로 골키퍼 5명, 수비수 6명을 쌓고 경기를 치러도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다"며 극단적인 비유를 했다. 한국 축구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등 스페인전 한 판에 모든 것을 쓸어 담았다.
반면 체코전에서는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이라는 최전방 공격수를 재발견하는 등 가능성을 봤다. 유럽 원정에 대한 당위성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국내에서만 경기를 치르지 말고 세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토대로 최종예선을 시작했지만 잠재했던 문제도 터져 나왔다.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세 골을 먼저 넣고도 순식간에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2골을 허용, 3-2 신승을 거뒀다. 중국에는 자신감을 심어줬지만, 슈틸리케호는 수비 균열이라는 고민거리를 안겨다 줬다.
시리아와의 중립 원정 경기에서는 0-0 무승부를 거뒀다. 21명으로만 선수 구성을 했던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의 부재로 대체 발탁한 황의조(성남FC)를 활용하지 않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동으로 의문을 자아냈다.
특히 2차 예선과 비교해 더 완고해진 듯한 그의 리더십은 '고집 축구'라는 말까지 난무할 정도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전술, 전략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낳았다.
결국, 카타르와의 3차전과 이란 원정 4차전에서 슈틸리케호에 대한 의구심이 폭발했다. 카타르전은 홈 경기였지만 1-2로 힘겹게 끌려가는 경기가 계속댔다. 천만다행으로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과 손흥민의 연이은 골로 3-2 역전승에 성공했지만, 만족해 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에 공수 양면에서 완벽하게 밀리며 0-1로 패한 뒤 카타르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만 치켜세워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국에는 소리아 같은 공격수가 없다"며 선수 탓을 했다. 손흥민, 지동원, 석현준, 김신욱(전북 현대) 등 좋은 공격진을 구성하고도 제대로 녹이지 못했던 자신의 무능력에 대해서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란전을 기점으로 팬심도 크게 돌아섰다. 슈틸리케 감독을 향해 '슈팅일개'라는 등의 비아냥거리는 별명까지 따라붙었다. 순위가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3위까지 떨어지면서 여론은 더욱 거칠어졌다.
11월 11일 캐나다 평가전을 플랜B로 치러 2-0으로 이겼지만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5차전은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의 명운을 가를 중요한 한 판이었다. 전반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불안감이 감돌았지만, 후반 남태희(레퀴야)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연속골이 터졌고 2-1로 이겼지만, 경기력에 대한 호평 대신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 능력 의심만 더 커졌다. 구자철의 결승골 장면은 김신욱이 홍철(수원 삼성) 등과 오래전부터 실행하기 위한 개별 전술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5경기를 통해 슈틸리케 감독은 불통 논란에 휩싸였고 수비진은 '중국화' 논란에 휘말렸다. 슈틸리케 감독이 선수단과 제대로 소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홍정호(장쑤 쑤닝), 김기희(상하이 선화),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장현수(광저우 푸리), 정우영(충칭 리판) 등의 능력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좌우 측면 수비도 적임자 찾기에 애를 먹었다. 왼쪽은 윤석영(무적), 박주호(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김진수(호펜하임)이 소속팀을 찾지 못했거나 주전 경쟁에서 밀려 구인난에 시달렸다. 오른쪽도 김창수(울산 현대), 최철순(전북 현대), 이용(전북 현대) 등이 활용됐지만 완벽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의 고민거리는 현재 진행형이다. 남은 5경기에서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자칫 한 경기라도 미끄러지게 될 경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크게 꼬일 수 있다. 할 일이 산더미 같은 슈틸리케 감독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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