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오늘 연습경기 후반처럼만 보여주면 정말 큰 일 내겠는데."
22일 제주도 서귀포 축구공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과 광운대의 연습 경기에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차범근(6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 차두리(36) 축구대표팀 전력 분석관 부자가 함께 훈련장을 찾아 경기를 관전했다.
이날은 대표팀의 국내 마지막 실전이었다. 23일 마무리 훈련 후 내년 1월 포르투갈에서 전지훈련을 한다. 제주도에서는 35명이 모였지만 포르투갈에서는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유스팀 3인방 이승우, 백승호, 장결희와 공개되지 않은 유럽파 2명을 포함한 23명만 점검을 받는다. 제주도 인원 절반 가까이가 포르투갈로 가지 못하는 것이다.
차 부자의 등장은 대표팀은 물론 관계자 모두 몰랐던 일이라고 한다. 연습경기 시작을 한 시간여 앞두고 두 사람의 방문 소식이 전해졌다. 연습 경기 소식에 이날 오전 급하게 항공권을 구매해 서귀포까지 내려왔다고 한다.
조직위 관계자는 "차 부위원장은 대표팀에 누가 어떻게 뛰는지 관심이 많다. 직접 보려는 의지도 강해서 날씨가 좋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현장을 찾았다"고 전했다. 차두리의 경우 지난 3월 독일 훈련 당시에도 등장해 다양한 조언을 했다고 한다.
차 부위원장과 차 분석관은 서로 떨어져서 경기를 관전했다. 차 감독이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에 감탄하며 이런저런 말들을 꺼내는 동안 차 분석관은 여전히 대표팀의 맏형처럼 같이 웃어주고 박수를 쳐주는 등 보이지 않는 리더 역할을 했다.
선수들의 현란한 기술을 지켜보던 차 부위원장은 "앞선 연습경기도 이렇게 했습니까"라고 취재진에게 물은 뒤 "요즘 친구들은 기본기도 좋고 기술도 뛰어나다. 볼에 대한 적응력이나 신체 균형을 잡는 훈련도 잘하는 것 같다"며 대다수가 유스팀 출신인 선수들의 발전에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현역 은퇴 후 차범근 축구 교실을 통해 유·청소년 육성에 열을 올렸던 차 부위원장은 "이 연령대 선수들은 하루가 다르고 한 달이 지나면 또 달라져 있다. 연습 경기 한 번을 치르면 그것 자체가 큰 경험이다. (본선이 열리는) 6개월 뒤면 또 모른다"고 했다. 부단한 훈련과 연습이 발전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욕심도 내주기를 바랐다. U-19 대표팀 구성원과 비슷한 나이에 국가대표에 발탁되는 행운을 누린 차 부위원장은 "나는 이회택 선배가 부상을 당해서 기회를 얻었다. 나이 차이가 나는 선배들이 많았는데 그사이를 놓치지 않았고 골도 넣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대표팀은 광운대를 4-0으로 완파했다. 이번 훈련 기간 치른 4차례 연습 경기 중 첫 무실점 승리였다. 신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위원장님 오셨다고 이렇게 한 거냐"라며 웃었다. 100%는 아니지만 꽤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 차 부위원장은 선수들에게 속 깊은 조언도 해줬다. 그는 "부단한 노력과 끊임없는 도전을 해야 한다. 땀을 흘리고 노력한다면 원하는 위치에 갈 수 있다. 여러분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축구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으면 좋겠다"며 어수선한 시국에 대표팀이 희망의 등불이 되기를 바랐다.
선수들의 표정도 진지했다. 차 부위원장은 선수단을 향해 "땀을 흘리고 노력하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자신의 기량 발전에 역량을 쏟기를 바랐다. 기회는 어느 날, 갑자기 온다는 것을 재차 상기시킨 것이다.
이날 차씨 부자는 선수단 모두의 손을 잡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주장 이동준은 "한국 축구의 전설을 만나 기분이 좋았다. 지난 독일 전지훈련에서도 차두리 분석관이 오셔서 좋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정말 힘이 됐다. 이번에도 그럴 것 같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조이뉴스24 서귀포=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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