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면도할 정신도 없었어요."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가 한숨을 돌렸다. 삼성화재는 지난 2005년 V리그 출범 이후 정규시즌에서 처음으로 5연패를 당할 위기를 맞았다.
천만다행으로 고비를 넘었다. 지난 28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기며 4연패를 끊은 것이다.
삼성화재 주전 세터 유광우는 수염도 깎지 못했다. 그는 "경기를 앞두고 동료들과 '이제 더 이상 뒤로 밀릴 곳이 없다'고 했다"며 "현대캐피탈에게 이겨 조금은 여유를 찾은 셈"이라고 말했다.
유광우는 소속팀이 연패에 빠지는 동안 낯선 경험을 했다. 코트가 아닌 웜업존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일이 많았다. 백업 세터 이민욱의 출전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유광우는 "코트가 아닌 바깥에 나와 있다고 해서 기분이 상하는 그런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며 "팀 승리가 최우선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연패가 길어지면 팀 분위기도 가라앉기 마련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 숙소생활은 역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외박이나 외출 기회가 더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달랐다. 임도헌 감독은 오히려 강한 방법을 활용했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2주 넘게 선수단 숙소가 있는 STC(삼성 트레이닝 센터)에 머물고 있다.
유광우는 "STC 보다 집이 더 낯설더라"며 "STC가 집이 됐다"고 웃었다. 임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런 부분은 미안하지만 고민 끝에 합숙 기간을 좀 더 유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과 경기가 끝났지만 숙소생활은 계속된다. 오는 1월 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KB손해보험과 홈경기가 잡혀있기 때문이다. 삼성화재 선수들은 30일 대전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STC에서 훈련을 계속 한다.
장기간에 걸친 숙소생활은 외국인선수 타이스(네덜란드)도 마찬가지다. 타이스는 가족과 친구들이 최근 한국을 찾았지만 얼굴을 볼 시간이 별로 없다.
타이스는 "여자친구인 셀리나가 있기 때문에 내가 밖에 나가지 못해도 괜찮다"며 "여자친구가 가족들을 잘 안내할 것으로 믿는다. 걱정 안한다"고 웃었다.
한편 박철우는 STC에서 나와 집으로 갔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독감에 걸리는 바람에 의도하지 않게 팀 숙소에서 나왔다. 그는 지난 27일까지는 동료들과 함께 정상적으로 연습을 소화했다. 그런데 현대캐피탈과 맞대결 당일 독감 증상이 심해졌다.
임 감독은 "다른 선수들이 독감이 걸릴 위험도 있고 (박)철우가 회복하는데 숙소보다는 집이 더 낫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철우는 다음 경기(1월 1일 KB손해보험전)에는 정상적인 출전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조이뉴스24 천안=류한준기자 hantae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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