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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바닷마을 다이어리', 슴슴하고 무해한 맛 '위로의 110분'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이야기는 장례식장에서 시작된다. 친아버지의 장례식장을 찾은 세 자매는 그곳에서 배다른 동생과 첫 대면한다. 어린나이에 철이 들어버린, 열세살 스즈다. 첫째 사치는 스즈에게서 어른아이가 되어야만 했던 과거의 자신을 발견한다. 그리고 일면식도 없었던 스즈를 바닷마을로 초청한다.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동명의 일본 영화(원작 요시다 아키미 만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한다. 바닷가 한적한 마을에 사는 세 자매 사치, 요시노, 치카와 이복동생 스즈가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진한 감동과 힐링을 선사한다. 특히 서로의 상처를 직면하고 아픔을 보듬는 네 자매의 모습은 큰 위로를 자아낸다.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라이브러리 컴퍼니 ]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라이브러리 컴퍼니 ]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족의 진짜 의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사치, 요시노, 치카는 부모님이 같지만 결과물은 전혀 다른 자매다. 그런 세 사람을 지켜보며 스즈는 되묻는다. "그럼, 다른데 닮을 수도 있는건가?"라고. 스즈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사치, "퍼즐 조각 하나를 찾은 느낌"이라고 말하는 요시노, 그리고 스즈와 함께 식사를 하며 진정한 식구로 거듭나는 치카. 세 사람은 성격만큼 각자 다른 방식으로 스즈를 아끼고, 보듬고, 배려한다.

바닷마을의 고즈넉한 단층집 역시 이들 가족들을 하나로 품어주는 역할을 한다. 너른 마당에서는 매년 풍성한 매실이 맺히고, 네 자매는 다함께 매실주를 담근다. 오래 숙성할수록 진하고 달큰한 향이 감도는 매실주처럼 이들 자매의 믿음과 사랑도 깊어만 간다. 마루 깊숙한 곳까지 비추는 석양빛에 물들고, 철썩이는 파도소리에 편안함이 감돈다. "우리가 사는 곳이 바닷마을이라 다행이야. 바다는 우리보다 크니까. 여기서는 다 꺼내볼 수 있잖아."

연극은 일본 원작답게 슴슴하면서도 담백한 재미로 가득하다. 특히 '리틀 포레스트' 버금갈 다양한 먹거리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스즈와 첫 만남에 온가족이 후루룩 말아먹은 국수, 연애에 실패할 때마다 요시노가 달고 사는 매실주, 할머니가 자주 만들어주시던 어묵카레와 아버지와 추억이 가득 담긴 잔멸치 덮밥, 그리고 전갱이 튀김 등이 그것이다. 서로를 향한 애정이 듬뿍 담겨 더욱 풍성한 한상차림이다.

이제 다시 장례식장. 오랜시간 곁에 머물던 동네 맛집 사장님의 장례식이다.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던 사장님을 떠나보내며 네 자매는 "참 좋은 인생이었다"고 읊조린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족을 넘어 인생을 생각하게 만든다. "정말 중요한 건 곁에 있어주는 것"이라는, 아주 간단한 진실이 오래도록 마음에 머문다.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라이브러리 컴퍼니 ]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라이브러리 컴퍼니 ]

홍은희, 한혜진, 박하선(사치 역), 유이, 임수향, 서예화(요시노 역), 강해진, 류이재, 소주연(치카 역), 설가은, 신예서, 유나(스즈 역), 이윤서, 이주원(후타 역), 오용, 이강욱, 이정미, 김정영 출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러닝타임 110분(인터미션 없음).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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