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결전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완전체로 나서는 모의고사입니다. 북아일랜드와의 평가전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축구대표팀은 23일 오전(한국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훈련을 끝내고 영국 북아일랜드의 벨파스트에 도착했습니다. 더블린에서는 버스로 2시간, 기차로는 2시간 30분 거리입니다.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아일랜드섬이고 국경이 없고 환경도 비슷합니다.
조이뉴스24도 대표팀 동선에 맞춰 벨파스트로 올라왔습니다. 바람이 더블린과 비교해 좀 더 센 편입니다. 비도 갑자기 오다가 개는 등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벨파스트에 처음 왔다는 축구대표팀 관계자는 "더블린 날씨가 더 좋은 것 같다. 벨파스트는 사계절이 다 있는 것 같다"며 적응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어차피 월드컵을 위해 거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모든 것을 견뎌야 합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10월 해외파로만 구성, 모로코와 러시아전을 치러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느낌이 가득합니다.
북아일랜드전 선봉이 예상되는 김신욱(30, 전북 현대)은 "앞선 원정 경기가 좋지 않았다. 유럽 원정은 쉽지 않다. 그래서 조직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월드컵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서 '원팀(ONE TEAM)'을 강조하더군요.
원팀을 앞세워 내용과 결과 모두를 잡는다면 월드컵 본선에 대한 희망은 더 커질지 모릅니다. 대표팀은 이미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전경준 코치가 미국으로 넘어가 멕시코 분석, 차두리 코치가 독일, 스웨덴 현지에서 역시 분석에 나섭니다.
마침 경기를 하루 앞둔 23일 오후 벨파스트 윈저 파크에서 열린 훈련에 이영표(41) 해설위원이 등장했습니다. 주장 기성용(29, 스완지시티)과 이영표 위원의 현역 시절 포지션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31, 울산 현대)가 반갑게 맞이합니다. 기성용은 이 위원에게 "다시 유니폼 입는 것은 어떠냐"고 농담을 던지더군요.
이 위원은 선수들의 훈련을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딱 15분 공개 훈련이라 정확하게 판단은 어려워도 오랜 대표팀 경력이 있으니 어떤 분위기인지 충분히 감을 잡을 것 같습니다.
북아일랜드는 가상의 스웨덴으로 상정한 팀입니다. 힘이 좋고 '선 수비 후 역습'이라는 분명한 경기 스타일로 나섭니다. 이 위원은 말합니다. "월드컵 본선을 3개월여 앞둔 평가전에서 대략의 느낌을 알 수 있다. 3개월여 전 경기력이 본선에서도 일부 반영된다"며 북아일랜드, 폴란드전의 중요성을 설명하더군요.
유럽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에 0-0 무승부, 0-1로 패해 아깝게 본선이 좌절된 북아일랜드입니다. 골을 넣지 못해도 수비는 확실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신태용호 입장에서는 방패를 어떻게 뚫느냐에 대한 고민이 생길지 모릅니다.
하나 더, 그간 한국 축구는 상대가 밀집 수비로 나오면 뚫기 위해 애를 쓰다가 역습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인내해서 상대의 뻔한 전략에 말려들지 않고 우리의 축구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수비로 일관하면 "수비 축구를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과감하게 밀집 수비를 공략하다 도중 차단당해 실점이라도 하면 "무모하게 덤볐다"는 반응이 나오니까요. 딜레마라면 딜레마입니다.
공격적인 성향의 신태용 감독이라면 더 견디기 힘들지 모릅니다. 2016 리우 올림픽 온두라스와 8강전에서 거센 공격을 하고도 딱 한 번의 역습에 무너졌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도 기다리지 못하고 앞으로 나갔다가 포르투갈에 허망하게 패했죠.
그래서 이 위원에게 물었습니다. 신태용호가 상대를 기다리고 버티면서 공격 작업을 할 수 있느냐고 말이죠. 이 위원은 명쾌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기다리며 버티는 것이 가능하다면 분명 (공격) 기회가 온다. 성공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렇지만, 상대 공략에 애를 먹고 앞으로 나섰다가 역습을 맞는다면 그것으로 끝이다"고 하더군요.
월드컵 본선의 역학 구도로 살핀다면 더 그럴 겁니다. 독일이라는 절대 강자가 있기 때문에 스웨덴, 멕시코전은 정말 중요한 거죠. 16강 진출 목표를 달성하려면 최소 지지는 말아야 합니다. 당연히 이 위원은 "스웨덴, 멕시코에 선제골을 허용한다면 승부는 어려워진다. 그래서 잘 버티는 것이 필요하다. 후반 20분 정도까지 버티기가 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절대로 선제골을 내줘서는 안 된다. 대등하게 견뎌야 한다"고 지적하더군요.
무엇보다 신 감독이 두 번의 연령별 대회를 통해 확실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는 게 이 위원의 생각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토너먼트 대회는 결국 결과가 중요하다. 16강을 가겠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견디고 앞선에서부터 수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의 틀이 끝까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북아일랜드는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를 겨냥해 세대교체 중입니다. 지난해 11월 스위스와 PO 이후 첫 경기입니다. 3월 A매치 기간 딱 한 번입니다. 21세 이하(U-21) 대표팀에서 승격한 젊은 선수들이 한국에 저돌적으로 부딪히려는 모습을 보이려 하는 모양입니다.
상당수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십(2부리그)에서 뛰고 있기 때문에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의 플레이 스타일도 알고 잃을 것이 없어서 숨 막히는 수비로 한국을 압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연 신태용호는 북아일랜드가 잘하는 역습을 막고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을까요. 잘 익히면 보약이겠죠.
조이뉴스24 벨파스트(영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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