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4 브라질월드컵은 중앙수비수 김영권(28, 광저우 에버그란데)에게 악몽의 대회였다. 아시아 최종예선 이란과 최종전에서 큰 수비 실수를 저지르며 0-1 패배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고 본선에서는 알제리전에서 저돌적인 공격을 막지 못하고 2-4 패배의 중심에 있었다.
2018 라시아월드컵으로 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이란전이 문제였다. 6만 대관중 앞에서 0-0으로 비긴 뒤 관중 소음으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뜻을 밝혀 뭇매를 맞았다.
이후 본선에 오른 뒤 A매치를 치르는 과정에서 김영권은 빠졌다. 부상 등의 이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국가대표 자질 시비에 휘말리며 외면받았다. 쉽게 복귀한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김민재(전북 현대)가 부상, 홍정호(전북 현대)가 컨디션 회복에 실패하면서 김영권이 다시 호출받았다. 그에게는 이번 월드컵이 명예회복의 기회인 셈이다.
스웨덴전은 만회의 출발점이다. 그는 "분석 결과 스웨덴 공격진의 일대일 헤딩 능력이 강하다. 신장도 좋고 헤딩 타점도 높다. 리바운드 볼이 중요하다. 볼을 소유하지 못하면 위험한 상황이 나온다. 선수들, 코칭스태프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전략을 전했다.
알제리전의 기억을 되짚은 김영권은 "알제리전은 정말 허무했다. (기)성용, (구)자철이 형도 당시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게 하려고 한다. 멘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5-0 승리로 끝난 러시아-사우디 개막전에 대해서는 "개막전을 보면서 월드컵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큰 점수가 나왔는데 첫 득점, 실점이 중요하더라. 사우디가 첫 실점 후 멘탈이 무너지더라. 많이 배웠다. 스웨덴전에서는 그런 상황이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시아 팀들의 전력이 약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경기에서 이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가 큰 점수 차로 졌지만 우리는 더 자극받았다. 아시아 팀들이 계속 진다면 무시하는 유럽팀이 생긴다. 그렇게 무시당하면 아시아 축구가 점점 더 하락한다. 한국이 아시아 강팀이고 월드컵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수비 불안에 대해서는 "수비 걱정이 한국 축구에 계속 따라다녔다. 수비수로서 걱정하고 공부했다. 상대 공격수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막을 것인가 생각했다. 초점은 스웨덴전이다. 99% 준비, 완성 단계다"고 단호함을 보였다.
고민과 번뇌의 시간을 보낸 김영권이다. 그는 "최대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다. 가족에만 집중이 되더라. 아이랑 아내와 보냈다. 기사를 읽는 것이 힘들었다. 스포츠 섹션을 없애봤다. 그래도 똑같더라. 친구들도 연락이 와서 괜찮다고 위로하더라. 비슷하더라. 가족의 힘이 가장 컸다"며 웃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조이뉴스24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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