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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무빙의 '쓸모' 있는 패션


디즈니플러스(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무빙'은 한국판 어벤져스를 보는 듯 다양한 초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한다. 한국의 80~90년대의 배경, 괴물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고가는 흥미로운 스토리 전개, 짧고 임팩트 있는 명대사 등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볼 수 없는 드라마로 방영 내내 화제성 1위를 기록하였다. 과거 배경과 초능력자라는 미래적 발상이 현재를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큰 즐거움과 감동을 주며 지난 21일에 막을 내렸다.

주인공들은 고등학생에서부터 안기부 직원, 북한 공작원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을 볼 수 있어 교복, 양복, 군복뿐만 아니라 조폭들의 큰 칼라를 양복 밖으로 꺼내 입는 룩까지 80년대를 완벽하게 재현했다. 또한 이상은의 '담다디' 노래와 함께 장주원(류승룡 분)과 황지희(곽선영 분)의 캐미가 큰 재미를 안겨 주며 체브론(chevron) 스타킹을 신은 다방 레지의 패션 연출을 하는 디테일까지 볼 수 있었다.

'무빙' 조인성 류승룡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V자 모양을 체브론이라고 하며 이는 라틴어인 caprio에서 유래 되었으며 지붕을 지탱하는 빔(roof beam)의 모양에서 사용된 단어다. MZ세대들에게는 생소한 다방 ‘레지’는 출처가 불분명 하지만 ready(준비된)와 register(레지스터-등록하다)의 두 단어를 합친 합성어라는 설이 있다. 그 시절의 패션뿐만 아니라 80년대 새우깡 봉지, 핑크색 돼지 장난감 통, 모뎀 컴퓨터 등과 같은 과거의 추억을 소환해 주는 소품들을 보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었다.

장주원은 남성적 이미지 연출을 위해 주로 레더 재킷(leather jacket), 카고팬츠(cargo pants)를 입고 컴뱃부츠(combat boots), 인디 부츠(Indy boots)를 신고 등장한다. 영어로 군화를 흔히 Docs, DMs이라고 하며 이는 Dr. Martens를 줄임 말로 영국회사명이 신발을 대표하는 보통 명사가 된 것이다. 인디 부츠는 영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에서 배우 해리슨 포드가 신어 붙여진 신발로 주인공의 이름인 인디(Indy)를 사용한 명칭이다. 또한 적당히 포멀하면서도 캐주얼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칼라가 없는 셔츠(collarless shirt)는 흔히 우리는 차이나 컬러 칼라라고 하는데 영어로는 헨리(Henley)라고 한다. 영국의 Henley-on-Thames 지역의 사공이 유니폼으로 입어 지역 명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와 같이 패션 아이템 중에는 그 유래와 관련된 지명, 브랜드 명, 인명 등이 사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늘을 나는 김두식(조인성 분)이 입은 목을 덮는 두툼한 재킷은 마치 '두식이 재킷'으로 불릴 것만 같다.

"힘들지 않아서 그게 힘들어" "세상에서 아무 쓸모가 없어진 기분이야"라는 장주원의 말에 황지희는 "넌 나의 쓸모야, 난 너의 쓸모고"라고 말해 주원을 울게 만드는 장면이 명대사로 꼽힌다.

통이 넓은 바지가 돌고 돌아 다시 유행하고, 건빵 바지가 이름만 다소 세련되게 바꿔 카고팬츠로 다시 유행을 타는 요즘, 나의 쓸모없어진 옛날 옷들도 다시 쓸모가 있어질 것만 같다.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출신으로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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