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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② 아내·아들 ♥에 찐미소…행복·만족 찾은 송중기의 '화란'


(인터뷰)배우 송중기, 영화 '화란' 중간 보스 치건 役 본 적 없는 강렬 변신
"'화란'으로 생애 첫 칸 초청, 전화 받고 너무 들떠 촬영 망칠 정도"
"이제 100일 된 아들, 예뻐 죽겠다…떳떳하고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아들을 떠올리며 "예뻐 죽겠다"라며 함박미소를 짓는 송중기에겐 그 어느 때보다 단단한 여유가 느껴진다. 아내와의 결혼 생활, 아들 육아 소감 등 어떤 질문도 다 대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처럼, 오히려 기자들에게 편하게 질문하라고 말하는 송중기다. 데뷔 이후 어떤 자리에서든 특유의 재치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며 일명 '송반장'다운 면모를 드러내 왔던 송중기지만, '아빠'라는 새로운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또 달랐다. 그리고 자신이 그토록 바랐던 느낌의 영화 ‘화란’을 만나 역으로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하고 개런티 역시 받지 않겠다고 열정을 불태운 송중기는 '화란'에 대한 애정도 듬뿍 뿜어내며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강조했다.

오는 10월 11일 개봉되는 '화란'(감독 김창훈)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누아르 드라마다.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제 76회 칸 국제영화제 월드 프리미어를 통해 첫 공개되며 언론과 평단의 열띤 호평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신예 홍사빈을 비롯해 송중기, 김형서(비비)가 강렬한 열연과 신선한 앙상블로 극을 꽉 채운다.

송중기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 역을 맡아 지금껏 본 적 없는 강렬한 연기 변신에 나섰다. 꽃미남 이미지는 버리고 생기 하나 없이 도구처럼 살아가는 치건을 유연하게 연기해낸 송중기는 홍사빈, 김형서, 정재광 등과 탄탄한 연기 합을 맞추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이에 송중기는 지난 25일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화란'으로 생애 처음 경험한 칸에 대한 소감, '화란'을 완성하기 위해 들인 노력, 아내와 아들에 대한 사랑 등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 지금까지 흥행작이 많기도 하고, '화란'은 칸에 초청도 받았는데 작품 보는 눈이 남다른 것 같다. 이번에도 감이 좀 있었나?

"칸은 가 본 적도 없기 때문에 1도 생각하지 않았다. 저는 작은 것에서 '화란'을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안 해봤던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굉장히 새로운 영화를 해볼 수 있겠다는 만족감이었다. 칸이 최종 목적은 아니지만 초대를 해주셔서 영광이다.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올해 초부터 5월까지 영화 '로기완'을 찍고 있었다. 밤 신을 찍고 있었는데 그때 한국은 새벽 5시였다. 그런데 배급사 관계자와 제작사 한재덕 대표님이 전화하셔서는 '야, 됐다'라고 하시더라. 칸의 주목할 시선에 초대가 됐다고 하셨다. 그 전화를 받고 너무 좋고 들떠서 집중을 못 해 촬영이 망했다. 최종 목적은 아니라도 좋은 건 사실이니까, 너무 좋더라. 선택에 있어서 맞기도 하고 틀릴 수도 있겠지만, 하나라도 의미가 있고 이유가 된다면 만족하고 보람을 느끼는데 칸은 영광스러운 자리이니 보람을 느꼈다. 제가 송강호 선배님처럼 많이 가보면 모르겠지만, 처음이다 보니 너무너무 좋더라."

- 아내(아내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가 칸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고 들었는데, 어떤 조언을 해줬나.

"거창한 것은 아니다. 아내가 지금은 배우 활동을 안 하지만, 저보다 먼저 세계의 3대 영화제를 가본 친구다. 그래서 저보고 '들뜨지 말라'고 하더라. 까불지 말라는 뜻이다.(웃음) 조언은 그냥 어디 스파게티가 맛있고, 신시가지보다 구시가지가 음식점이 많다는 정도의 일상적인 이야기였다."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 아내는 칸에서 '화란'을 못 보지 않았나?

"아직 못 봤다. 그래서 제작사 대표님이 칸에서 상영된 버전으로 영어 자막이 들어간 영상을 파일로 보내주셨다. 한국 영화관은 자막이 없지 않나. 그래서 개봉하고 나면 그걸 보여줄 생각이다."

- 최근 득남을 해 아빠가 됐는데, 이런 삶의 큰 변화를 통해 마음가짐이나 작품을 이해하는 폭에도 변화가 생긴 것이 있나.

"그러기엔 이제 아이가 100일 지났다. 현실을 즐기는 중이다. 아기가 생겼다고 제 삶이나 마음가짐에 뭔가 변화가 있다고 거창하게 말하기는 오그라드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제가 유명한 배우가 아니라도, 아이가 생겼을 때 떳떳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많은 분에게 사소하게라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직업이기에 더더욱 좋은 사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더 커질 것 같다. 물론 거창한 생각보다는 현실적으로 육아를 하고 있다. 팔불출 같겠지만, (아들이) 예뻐 죽겠다."

- 김창훈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감독님 만나기 전, 대본을 보고 '누구지?'라고 생각했다. 제 생각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실제로 가정폭력을 당했나 싶을 정도로 그 정서가 세다 보니 걱정이 됐다. 그런데 처음 만났을 때 밝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스산한 정서가 있으니까 그런 글을 썼을 텐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이런 치건이를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 하는 작품이다 보니 오랫동안 해오신 분들에 비하면 스킬적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그걸 같이 채워나갔다. 제가 '무뢰한'(전도연, 김남길 주연)을 굉장히 많이 좋아한다. 상대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를 미묘함이 있다. '화란' 역시 치건이가 연규를 도와주는 건지 아닌지 모를 아리송함이 너무나 매력 있었다. 대중들이 좋아하겠다 싶은 작품의 반대지점을 많이 느꼈음에도 그런 계산은 안 했다. 게다가 '무뢰한' 제작진이라는 점에서도 신뢰가 갔다. 너무 좋은 영화고 인연인 거다. '무뢰한'도 칸국제영화제에 주목할시선에 초대를 받았는데, 저희도 그 부문에서 초대를 받았다. 칸 관계자와 한재덕 대표님이 친구인가 생각이 들 정도였다.(웃음)"

- 정재광 배우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었다. 치건과의 관계성도, 사투리 구사도 강렬했다.

"재광 씨는 우리 회사 막내다. 뒷김이 있었던 건 절대 아니다. 그 친구가 정당하게 그 역할을 맡은 거다. 재광 씨가 굉장히 잘해줬다. 치건을 평생 모셔온 승무였는데, 치건이 처음 보는 꼬맹이(연규)에게 관심을 주고 연규도 치건을 따른다. 그래서 저희끼리는 멜로라고 생각하고 찍자는 얘기도 했다. 사투리도 처음이었는데 열심히 준비하더라. 재광 씨, 사빈 씨와 함께 가감 없이 회의를 정말 많이 하면서 찍었다. 그래서 재미있었다."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에서 중간 보스 치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에서 중간 보스 치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 액션도 단순히 멋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주목받는 지점이 많았다.

"일부러 관객분들을 자극한다거나 관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런 액션을 하자는 건 지양했다. 정서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필요할 때만 하자고 했다. 허명행 감독님은 액션을 찍을 때 멋있게, 스타일리시한 것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실리지 않으면 오케이를 안 하신다. 이번에도 저희 영화에 잘 설계를 해주셨다."

- 손톱 뽑는 장면 등 잔인하다 싶은 장면도 많아 불편하다는 평도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사과드린다. 죄송하다.(일동 웃음) 손톱을 집는 것부터가 아찔하다. 이걸 꼭 넣어야 했던 이유는, 그 행동이 주는 의미가 있었다. 잘못한 것에 대한 처벌을 해야 한다. 그래서 '눈 똑바로 뜨고 잘 봐', '이거 보고 느껴라'라며 형으로서 보여주는 장면이라 잔인해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앞서 저수지 촬영 의견도 냈다고 했는데, 또 아이디어가 반영된 지점이 있나?

"감독님이 굉장히 많이 열려 있으셔서 의견을 많이 반영해주셨다. 그래서 '내적으로 강하구나, 자신감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승무를 못으로 후려치기 전 '도다리 같은 새끼'라고 한다. 욕은 정말 많은데, 생선으로 비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옵션을 줬다. 사투리랑 했을 때 도다리가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 '화란' 제작도 참여했다고 하던데?

"저보단 회사 대표님이 드라마, 영화 제작을 하고 계신다. 제가 나온 작품 '크리스마스엔 눈이 올까요?', '착한남자', '뿌리깊은 나무'도 제작을 하셨다. '화란'의 공동 제작은 제가 개런티를 안 받아서 미안했는지 '손익분기점 넘으면 가져가라'라고 하시더라."

배우 송중기가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하이지음스튜디오]

- 혹시 연출에 대한 꿈도 있나?

"이정재 형님, 정우성 형님도 얼마 전에 감독을 하셨지만, 저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연기나 똑바로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생각이 없다. 다만 제작엔 관심이 많다. 구체적으로 기획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회사의 PD들과 기획하는 것도 있다. 제가 출연하든 안 하든 같이 기획해서 제작하려고 하는 것이 있고, 시작한 것도 있다."

- 과거 어두운 정서의 작품을 하지 못해서 '한이 됐다'라고 했었는데, 이번 '화란'을 통해 그 한이 좀 풀렸나?

"한까지는 아니지만, 만족감은 든다. 개봉하고 욕을 먹을지, 칭찬을 들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피드백을 다 받아들일 자신은 있다. 만약 욕을 먹더라도, 일단 제가 하고 싶은 걸 했다는 만족감은 크다. 물론, 저는 이 영화에서 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끌어 가야 하는 입장에서 하고 싶은 걸 했다는 것에서 만족하지 말고 투자한 분들이 그만큼은 회수할 수 있길 바라는 책임감도 있다. 해봤다는 만족감을 느꼈으니 이제 책임을 다해야 할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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