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역시 오컬트 장인이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을 보여주며 기대감을 제대로 충족시킨다. 화끈하게 터지는 재미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칠 수가 없다. 영화적 체험을 극대화한, 믿고 봐도 좋을 장재현 감독의 '파묘'다.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오컬트 장르의 한 획을 그은 장재현 감독의 신작이다.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봉길(이도현 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대부호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대저택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듯했으나, 아버지와 아들, 그리고 갓 태어난 손자까지 말 못 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던 것.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분)이 합류한다.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 전국 각지의 묘를 수백 번 넘게 본 베테랑 상덕마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이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이장을 하게 된다.
LA로 날아간 화림과 봉길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영화는 6개의 장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어렸을 적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장재현 감독의 기억으로부터 시작된 '파묘'는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의 무속 신앙을 가미해 시작부터 가슴 쫄깃한 분위기의 오컬트 미스터리를 보여준다.
"가장 현실감 있고 직관적인 영화"라는 장재현 감독의 설명처럼, 영화는 산꼭대기 악지의 스산함부터 마치 내가 굿판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의 대살굿까지, 놀라운 리얼리티를 자랑한다. 이는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CG를 최소화하고 화면에 있는 그대로 담아낸 실사 촬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4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촬영했다는 대살굿 장면은 최민식, 유해진의 극찬을 끌어낸 김고은의 신들린 열연이 더해져 보는 내내 숨도 못 쉴 정도로 압도적이다.
과감하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편집과 카메라 구도는 시각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고, 영화의 색채와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지는 음악은 귀를 지나 심장까지 때리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촘촘하게 잘 짜인 '파묘'는 왜 장재현 감독이 '오컬트 장인'이라고 불리는지를 완벽하게 이해케 한다.
'파묘'로 오컬트 장르에 처음 도전한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의 연기 합도 기대 이상이다. 땅을 찾는 풍수사, 원혼을 달래는 무당, 예를 갖추는 장의사, 경문을 외는 무당으로 변신한 이들은 이름값 제대로 하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흙 먹고 삽질하는 최민식은 관록의 명연기로 '파묘'의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겁나 험한 존재' 앞 두려움에 잠식당한 눈빛과 얼굴은 물론이고 미세한 손 떨림까지, 최민식의 감정선을 따라 심장이 요동친다.
김고은과 이도현의 무당 변신은 신선하다. 지금껏 우리가 알고 있던 무당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한 김고은과 이도현은 매 순간 소름 끼치는 열연으로 화면을 장악한다. 입이 닳도록 칭찬하고픈 칼춤 추는 김고은의 대살굿은 물론이고, 봉길의 몸에 들어간 혼을 붙잡는 장면, 경문을 외고 경기를 일으키는 장면 등 온몸을 불사르며 캐릭터와 혼연일체 된 두 사람에 자연스레 탄성이 터져 나온다. 어느새 어떤 연기든 믿고 볼 수 있는 독보적인 배우로 성장한 김고은은 '파묘'로 다시 한번 스펙트럼을 넓히며 '인생 연기'의 정점을 찍었다. 온몸에 문신을 하고 파격적인 비주얼을 뽐낸 이도현의 새로운 얼굴은 짜릿하다. 베테랑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야말로 장면을 씹어먹는 이도현이다. 군 제대 후엔 얼마나 훨훨 날아다닐지 벌써 큰 기대가 몰려온다.
다른 캐릭터에 비해 평범해 보이는 유해진의 영근은 영화가 추구하는 현실감을 위해 존재한다. 곳곳에 녹여져 있는 유해진 특유의 위트와 편안한 생활 연기가 돋보인다. 특히 후반 병실에 누워 있는 상덕을 향해 던지는 유해진의 대사들은 심각하고 묵직한 극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잠시나마 웃음을 터트리게 한다. 그 어떤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충분하다. "화끈하고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장재현 감독의 바람이 제대로 실현된 만큼, 절대 후회 없을 134분이다.
2월 22일 개봉. 러닝타임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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