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③ 송중기의 책임감 "송반장? 미담 듣고 싶어 하는 일 아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빈센조' 배우들에게 '송반장'이라 불렸다는 송중기는 늘 현장에서 스태프, 배우들을 살뜰히 챙기는 배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에 대한 미담이 쏟아진다. 주연 배우로 분량도, 신경 써야 할 지점도 너무 많을텐데 늘 열성적으로 주변을 이끈다. 송중기는 이를 '주인공의 책임감'이라고 하면서도 "구성원들이 좋아서"라고 겸손하게 말한다. '솔직하게' 또 '다정하게' 사람을 대하는 송중기이기에 "누구나 사랑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하는 '로기완'과 같은 결을 완성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1일 공개된 '로기완'(감독 김희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송중기 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 분)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조해진 작가의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각색된 작품으로, 단편 영화 '수학여행'으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아시아나 국제단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김희진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처음엔 작가로 참여했던 김희진 감독이 연출까지 맡아 '로기완'을 이끌었다.

송중기는 살기 위해 베를린으로 간 탈북자 로기완 역을, 최성은은 벨기에 국적을 가진 한국인 사격선수 출신의 마리 역을 맡아 열연했다. 또 와엘 세르숩, 조한철, 김성령, 이일화, 이상희, 서현우 등이 연기 호흡을 맞췄다.

김희진 감독은 '로기완'에 자신의 이름도, 국적도 증명할 수 없는 이방인이 낯선 유럽 땅에서 겪게 되는 고난과 아픔, 냉혹한 현실에서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담아냈다. 결국 사람을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는 건 '사랑', 그리고 '사람'이라는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며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로기완'은 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모로코, 카타르 등 12개 국가 TOP 10에 이름을 올렸다. 다음은 송중기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화란'의 칸 진출 소식을 들었을 때 '로기완' 촬영 중이었지 않나. 어떤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나?

"기억이 안 나는데, 마리 집 촬영이었다. 한국은 그때가 오전 5시였다. 새벽에 잘 시간인데 한재덕 대표님이 전화해서는 턱시도를 준비하라고 해서 술 취하신 줄 알았다. 그런데 칸에 간다고 하시더라. 제가 철이 안 들었나 보다. 중요한 신이었는데 성은 씨에게 '부럽지?'라고 하거나 제작진이 세팅하는데 '칸에 가요'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 가장 진한 감정을 주고받았던 최성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성은 씨에게 못 따라가겠다고 했던 건 타협을 정말 안 한다. 만족이 안 되면 끝까지 간다. 이 정도만 하면 될 것 같다고 해도 아니라고 끝까지 구석으로 몰고 가더라. '나는 저렇게 안했는데, 배워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임하는 자세가 그래서 그런지 감독님이 '오디션을 볼 때 마리가 걸어왔다'라고 한 것이 공감됐다. 연구를 정말 많이 했던 것 같다. 저는 오디션장에 있지는 않았는데 얘기만 들어도 그렇겠다 했다. 쉬는 날에도 마리의 정서를 계속 가지고 가더라. 그걸 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번에 처음 만났지만, 그녀도 꽤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상대 파트너로 느꼈을 때 잘 공유하면서 했던 것 같고, 보람찬 것 같다"

- '화란'에 이어 '로기완'까지, 연달아 어둡고 딥한 작품으로 대중을 만나게 됐다. 작품 선택에서의 변화가 생긴 건가.

"작품을 정하고 공개되는 시점이 항상 제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 것 같다. 시점까지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그렇게 갈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하는데 영화 끝나면 드라마, 드라마 끝나면 영화를 하는 밸런스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런데 코로나 시대가 지나면서 뭔가 꼬였다. 또 드라마를 할 때는 '화란', '로기완'의 정서를 가진 작품을 시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드라마 끝나고 영화를 할 때 이런 시도를 해본다는 개인적인 욕망이 있다. 그리고 메이저의 장르가 아님에도 주인공으로서 흥행시키고 싶어 하는 책임감이 있다. 그런 책임감이 없으면 돈 많이 받으면 안 된다. 혼나야 한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드라마에서 못하는 걸 여기서 채우고 싶은 열망,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정서를 좋아하는 편이고, 공개가 이렇게 되어서 그렇게 더 보이기도 하지만 다음 작품은 드라마로 결정했고 그게 삶의 밸런스에도 잘 맞는 편이다. 이제 잘 준비해야 한다."

- 신인 감독과 연달아서 작업했다. 신인 감독에게 힘을 주고 싶거나 발굴하고 싶다는 의미도 있는 건가?

"아니다. 저는 그런 깜냥이 되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송강호 형님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있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안 해봤다. 그저 책이 좋은데 신인 감독이거나, 혹은 기성 감독일 뿐이다. 조성희 감독님도 저와 두 작품을 같이 했는데, '늑대소년' 할 땐 둘 다 애기였다. 신인 감독님이 사고 친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제 개똥철학인데, 이제는 유명한 사람 나온다고 보는 시대는 아닌 것 같다. 좋은 책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 '로기완'에 대한 인상적인 반응이 있다면?

"지난 3일 GV를 했는데, 그때 다 똑같이 이야기했다. 여기 계신 분들도 신인 때부터 저를 봐와서 알겠지만, 저는 진지해지는 걸 못 참는다. 그런데 그날 너무 숙연해졌다. 넷플릭스 팀에게 '저는 주관적으로 못 볼 수 있으니 너무 진지했나'라고 여쭤보기도 했다. 다들 얘기한 것이 지금까지 했던 GV 중 가장 좋았다고 했다. 관객도 좋아야 하는데, 그랬을 거라고 믿고 있다. 편지를 써주셨다. 그걸 오늘 알았는데 당일에 썼다고 하시더라. 왜 그렇게 글을 잘 쓰시는지. 저에게 쓴 편지는 다 사무실에 가져다 뒀다. 힐링을 받았다는 의견이 꽤 있어서 뿌듯했고 성은이는 울기도 했다. 저희에게도 뜻깊었던 시간이다."

- 아직 '로기완'을 못 본 이들도 있을 텐데, 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며칠 전에 제가 다녔던 성균관대학교에서 가서 프로모션을 했다. 개강 날이었는데, 24학번이라고 하더라. 그때 '나도 나이가 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2, 23, 24 학번에게 '로기완' 봤냐고 했더니 못 봤다고 하더라. 재미있다는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다 상관없이 젊은 세대, 그날 만났던 대학생 친구들, 청불 영화니까 이걸 볼 수 있는 나이의 친구들 얘기를 듣고 싶은 것이 있다. 그 세대들이 봤으면 좋겠다. 제가 7년 전엔 마리와 사랑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됐지만, 지금은 아름답게 느껴져서 공감됐던 것처럼, 지금 이 영화를 그 친구들이 다르게 느끼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바라는 것이 있다."

- 새 얼굴에 계속 도전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나?

"지금도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건 없는데, 장르는 있다. 제가 전문가는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호러 영화가 왜 없는지 모르겠다. 투자가 안 되는 건지, 전문가들이 리스크가 있는 장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전 하고 싶은 장르인데 없다는 얘기를 '화란' 때도 했다. 지금 '파묘'가 잘 되고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너무 반가운 일인 것 같다. 아직 못 봤는데, '로기완' 홍보는 이 인터뷰가 마지막이라 쉬는 날 보러 갈 생각이다. '파묘'가 잘 되어 너무 좋다. 좋아하는 장르인데 '드디어 터지는구나' 싶다. 제가 장재현 감독님을 알지도 못하지만 박수 쳐 드리고 싶다. 장르는 욕심이 많으니까 기사 메인에 써달라. 너무 하고 싶다. 했던 것을 안 하고 싶어하는 이상한 고집이 있어서 다른 문화권에서의 촬영을 접하고 싶고 해외 오디션도 보는 거다. 아시아에서 잘 나간다고, 또 유명한 애라고 오는 큰 역할엔 관심이 있다. 저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것을 하는 것이 재미있는 작업이다."

- 드라마 '빈센조' 때는 송반장이라고 불렸고, 같이 작업한 배우들이 앞다투어 미담을 풀어내곤 한다. 워낙 평소에 스태프, 배우들을 챙기는 거로 유명한데 그런 것에서의 힘듦이나 부담감은 없나?

"전혀 없다. 미담을 듣고 싶어서 하면 부담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걸 신경 쓰고 살면 얼마나 힘드냐. 분명 그런 배우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저는 그러고 싶지 않다. 제가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부족함도 있고, 송반장 같은 경우엔 제가 주인공이라 책임감과 비슷한 것도 있다. 책임감이 쉬운 건 아니지만 '빈센조' 같은 경우엔 똑같이 임하긴 했는데 구성원들이 워낙 좋아서 즐겼던 반장 놀이를 한 거다. 억지로 하면 부담이 될 건데, 제가 분칠을 한 배우라고 해도 억지로 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면 피곤한 삶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