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천만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파묘' 속 눈 뗄 수 없는 긴장감을 형성한 또 다른 인물, 바로 배우 김재철이다. 의뢰인으로 영화의 문을 여는 그는 시종일관 속내를 알 수 없는 표정과 분위기로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를 위해 장재현 감독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캐릭터를 구축하는 동시에 빙의 후 임팩트를 위해 힘 빼고 연기하려 애썼다. 그리고 이 노력이 제대로 '파묘'를 빛나게 만들었고, 김재철의 연기력에 대한 칭찬도 쏟아지고 있다.
'파묘'(감독 장재현)는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한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담은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사바하', '검은 사제들' 장재현 감독의 신작으로, 최민식과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이 열연을 펼쳤다. 파묘라는 신선한 소재에 동양의 무속 신앙을 담아 스릴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호평을 얻고 있다.
이에 '파묘'는 개봉 이후 21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며 놀라운 기세로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개봉 1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한 ‘파묘’는 13일까지 누적 관객 수 841만 명을 넘어섰다. 조만간 천만 영화에 등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재철은 수상한 묘의 이장을 의뢰하는 박지용 역을 맡았다. 타고난 부자 집안이지만 기이한 병이 3대째 대물림되고 있다. 그는 갓 태어난 자식만큼은 지켜내기 위해 무당 화림(김고은 분), 봉길(이도현 분)에게 거액을 걸고 파묘를 의뢰한다. 그리고 상덕(최민식 분), 영근(유해진 분)이 가세해 위험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강렬한 변신을 보여준 김재철은 사건의 발단이 되는 인물로서 극의 긴장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확실한 존재감을 발산해 극찬을 이끌고 있다. 다음은 김재철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욕조신이나 호텔신에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뿐인데도 뭐가 있을 것 같은 긴장감이 있다.
"대본을 봤을 때도 박지용이 죽는 순간까지 손에 땀이 나더라. '이런 걸 나에게 준다고?'라는 생각에 영광이었다. 감독님이 오디션 없이 캐스팅 제안을 해주셨다. 영화에서는 큰 롤을 많이 하지 않았는데, 기존에 했던 드라마 '하이에나' 등을 참고해서 보고 결이 맞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캐스팅을 해주셨다. 만나자마자 "감사하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매력적인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다 얘기를 했다. 감독님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다가갔다. 감독님도 "나도 모른다. 우리 같이 만들어 보자"라고 하셨고, 그 이후 리딩을 많이 하면서 제가 잘못 잡은 부분을 많이 수정해주셨다."
"캐릭터를 잡아갈 때 저는 강인한 인물로 연기했다. 돈도 많고 주도권이 있어서 명령하는 듯한 느낌으로 했더니 감독님이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하셨다. "강인하지도 않고 유약하지도 않은, 그 중간의 줄타기를 해야 할 것 같다. 자연스럽지도, 부자연스럽지도 않게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 악몽에 계속 시달리고 형이 자살하고 아버지도 저런 상태고 아이는 치료 중이다. 그걸 생각해봤을 때 말투나 정서가 자연스러움과 부자연스러움 중간을 잘 지켜야 한다"라고 하시더라. 이해가 됐다. 그래서 힘을 계속 빼면서 잡아나갔다. 캐스팅한 것에 대해서도 힘을 주셨다. 초반 긴장감을 끌고 가야 하는 인물이다. 반대편에 있는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4대 1로 연기하는 느낌이 있었다. 감독님은 "걱정할 필요 없고 잘 받아서 잘 주면 된다", "할 수 있다"라며 안심시켜주면서 힘을 빼게 해주셨다. 잘하려고 하면 힘이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 캐릭터는 가만있어도 비밀스럽게 보일 거라 배우가 연기로 표현하기 보다는 잘 숨기고 가야 나중에 빙의가 됐을 때 더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 박지용이 무당을 완전히 믿지 않음에도 이들에게 도와달라며 기대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장손이고 새엄마와의 갈등이 있었을 거다. 그러다 내 가족까지 위험해지니까 물러설 수 없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아들에 포커스를 둔 거다. 아버지와 자신도 상태가 안 좋지만 아들만은 살려야 한다는 마음인 거다. 무당을 믿는 건 아니지만 모든 의료를 다 해도 안 되니 지푸라기라고 잡는 심정으로 부탁을 한 거다. 아이를 살리는 것을 포커스로 잡으면 박지용은 악인으로 안 보인다. 감정선도 그렇고 줄타기를 잘하면 관객들도 중간으로 볼 거라 생각했다. 그게 연기할 때 쉽지는 않았다. 촬영하면서 이렇게 하면 너무 자연스러워서 비밀스럽지 않고, 또 너무 부자연스러우면 연기하는 것 같았다. 그 중간을 찾아가는 것이 어렵지만 재미있었고, 감독님도 신나서 코멘트를 해주셨다."
- 빙의가 되는 신도 강렬했다. 김태리 주연의 SBS '악귀'에서도 등장하긴 했지만, 물을 엄청 마시기도 했다. 그런 연기는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물은 실제로 다 마셨는데, 다섯 통은 마신 것 같다. 한 통을 끊지 않고 목을 열고 마셨는데 되더라. 배가 너무 불러서 올라오기도 했다. 빙의가 되는 신은 레퍼런스가 없어서 제가 수없이 많이 녹음해서 보내드리고 감독님이 피드백을 주셨다. 그때 촬영 중이었는데, 감독님이 촬영 끝나면 녹음한 거 듣고 피드백하고 감독님도 녹음해서 주시고 그렇게 만들어졌다. 정말 목이 쉴 정도로 녹음을 해서 보냈는데 그때 잘 잡힌 것 같다. 현장의 피드백과 준비한 걸 섞어서 했더니 나쁘지 않다고 하셨다. 피 토하고 자세 취하는 부분에서 기술적인 것을 더 할애할 수 있어서 목소리 톤을 먼저 맞추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 장재현 감독은 굿 장면 하나하나까지 다 의미가 있다고 했다. 박지용의 행동에도 의미가 있었나?
"감독님이 콘티 자체에 제식 순서를 디테일하게 써주셨다. 발을 붙이고 대사를 할 때 손을 든다. 그걸 외워서 그대로 한 거다. 해보면 순서가 딱 맞다. 그래서 저는 대사를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소리를 지를지, 노래할지 수백 가지를 생각했고 그걸 잘 섞었다. 운율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보니 운율을 타고 소리는 지르지 말자고 했다. 녹음을 거듭하면서 잡아갔다. 감독님이 같이 찾아주셔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어느 날 대뜸 전화해서 절 캐스팅한 것처럼, 제가 차에 있을 때 고민에 빠져서 감독님께 전화를 할까 말까 했다. 그때 감독님에게 "뭐하냐"며 딱 전화가 왔다. 연습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했더니 "너무 걱정하지 마. 편하게 준비해"라고 하면서 녹음해서 보내 달라고 하고 본인도 녹음해서 주셨다. 감독님이 연기도 잘한다. 뉘앙스를 정확히 아니까 섞어서 했다. 제가 고민하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기가 막히게 전화가 왔다."
- 목을 돌리는 장면은 어디까지 연기를 한 건가?
"돌릴 수 있는 만큼 돌린 후 바퀴 달린 판에 서서 판을 돌렸다. 그걸 합성해서 붙였는데 자연스럽게 됐다. 감독님은 우스갯소리로 목이 많이 돌아가서 캐스팅했다고 하시더라. 전화 받는 장면의 호텔신을 원테이크로 찍었다. 카메라가 쫓아오다 보니 기술적으로 걸리는 것이 많다. 거기에 대사가 사방으로 들린다. 문을 두들기는 대사가 있고 모니터에서 무전으로도 대사를 쳐준다. 그땐 민식 선배가 출연 안 하고 조감독님이 문을 더 들면서 대사를 한다. 힘을 빼면 안 되다 보니 리허설부터 계속 찍어나갔는데, 계속 NG가 난다. 시간 안에 다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끊어가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조감독님에게는 민식 선배처럼 연기해달라고 했다. 문을 두드리는 타이밍도 맞아야 했다. 1초 차이도 민감하다. 그런데 점점 연기력이 늘더라. 나중에는 민식 선배처럼 말을 하기도 했다.(웃음) 오후 시간 동안 촬영을 해야 했는데, 촬영 시간 얼마 안 남아서 오케이가 났다. 감독님이 처음으로 고기를 사주셨다. 원테이크로 찍어서 뿌듯해했다. 엄청 긴장하면서 찍었는데 결과물이 괜찮은 것 같다. 우리의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 계속 땀인지 물인지 젖어있어야 했다. 그것도 힘들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
"오행 중 물을 표현하고 싶어서 많이 적신 거다. 편집된 것이 있는데, 욕조에서 깨어날 때 검은 물에 뒤덮인 상태여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것과 연결이 되어 젖어있는데, 물을 표현하고 싶으셨다고 했다. 당시 힘들었던 건 세트지만 너무 추웠다. 그런데 계속 젖어있어야 해서 마르면 분무기로 뿌렸다. 분장팀, 헤어팀이 모두 분무기를 들고 대기했다. 그래서 박지용 캐릭터가 잘 보일 수 있게 효과적으로 장치가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 사주를 본 경험이 있나?
"두 번 봤었다. 20대에 한 번 봤을 때는 '늦게 잘 될 것 같다'라고 하더라. 그때는 '지금도 늦는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늦게가 언제냐고 물었더니 30대 중후반에 좀 나아질 거라고 하더라. '뒤가 좋다. 일은 잘 선택했어', '젊을 때 열심히 해. 좋은 날 올거다'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진짜 잘 되는 건 40대 넘어서라고 해서 웬 말인가 했다. 그러다 30대 중반쯤에 재미로 한 번 더 봤는데 똑같은 말을 하더라. 단역 하다가 조연 들어오고 할 때라 나아지고 있던 때긴 했다. 40대 좀 넘으면 많이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여기까지 온 거 보니까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느리지만 한 스텝씩 왔고, 이게 좋은 것 같다. '잘하고 있으니까 잘 버티면 괜찮다'라는 응원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 종교도 궁금하다.
"저는 무교인데 집안이 불교다. 부모님이 불교를 믿어서 저도 절에 같이 가기도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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